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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심리학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게슈탈트 심리학의 투사이론 핵심을 가장 극명하게 요약한 말이라는군요. 타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든지, 어떤 말을 하든지, 그것은 모두 자신의 내면에 있는 요소들이 거울처럼 되비치는 현상일 뿐이라는 겁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칭한 데 대해 새누리당이 분기탱천하자, 많은 분들이 새누리당을 향해 '적반하장'이라며 이 투사이론을 적용하고 계신데요.

"'박근혜씨'가 막말? 새누리당 과거를 돌아보라"는 기사에 '김삿갓'님도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기셨습니다.

"새누리당이 야당일 당시 환생경제 연극 때뿐만 아니라, 사학법 개정 반대 가두투쟁을 하면서 당시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노무현씨'라고 했답니다. 전 실력이 없어서 당시 화면이나 기사를 찾지 못하지만 누가 찾아서 새누리당에게 보내주면 참으로 웃기겠지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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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또한 예의를 갖출 줄 몰랐던 정당"

그래서 제가 그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부산·경남지역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윤성효 기자가 지난 2006년 1월에 쓴 기사(관련기사 : "5월 31일, 정권과 열린우리당 사장시켜야")네요. 당시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60여 명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경남 창원실내체육관 앞 만남의 광장에서에서 '장외 촛불집회'를 열고 사립학교법 개정 무효투쟁을 벌였는데요.

'김삿갓'님 말씀대로 당시 이재오 원내대표는 연설 도중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노무현씨'라고 불렀습니다. 이 원내대표가 "노무현씨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거짓말 하지 말고 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제대로 정치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한 것이지요.

사실 이외에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새누리당은 그런 것에 대한 자성과 사과 없이 이번에 이정희 대표의 '박근혜씨'만을 집요하게 문제 삼고 있는 것입니다.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공당의 대표는 그에 맞는 격이 필요한데 스스로의 분노와 울분을 참지 못하겠다고 해서 국가지도자에게 막말을 뱉어내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도 갖출 줄 모르는 통진당의 현실"이라고 했는데요. 이에 대해 한 블로거(ID : 편집장)가 다음과 같은 '논평'으로 되돌려줬네요.

"공당의 대표는 그에 맞는 격이 필요한데 스스로의 분노와 울분을 참지 못하겠다고 해서 국가지도자에게 막말을 뱉어내었던 것을 보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또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출 줄 몰랐던 정당이었던 건 마찬가지였다."

이재오 "노 대통령에게는 야당 손 들어주는 여유가..."

노 전 대통령을 폄훼했던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과 달리 이재오 의원만큼은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왜냐고요? 이 의원이 '노무현씨'라고 부르고 나서 얼마 뒤에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난 일화를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적이 있는데요. 제가 그 내용을 재구성해서 소개해드리죠.

2006년 4월 29일이었습니다. 이재오 의원이 전날 울산에서 열린 당 행사에 참석하고 나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내일 청와대 관저에서 조찬 할 수 있어요'라고 묻더라는 겁니다. 이 의원은 적잖게 당황스러웠지요. 당시는 아직 사학법 개정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여야가 매일 싸우고 있을 때였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은 그날 밤늦게 서울로 올라와 광화문에서 목욕까지 하고 청와대 관저로 향했습니다. 이 의원이 청와대 관저에 도착해 보니, 당시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현 민주당 대표)가 먼저 와 있었고, 자연스럽게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3자 회담이 열렸습니다. 재미있는 건 노 전 대통령의 태도였습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야당인 한나라당의 편을 들어준 겁니다.

노 전 대통령은 김한길 원내대표에게 "이번에는 이재오 원내대표 손을 들어주시죠"라며 "야당 원내대표 하기 힘든데 좀 도와주시죠, 양보 좀 하시죠"라고 설득했습니다. 이재오 의원이나 김한길 대표 모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는데요. 특히 김한길 대표는 사전에 노 전 대통령의 의중을 몰랐던지,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김 대표는 곧바로 "대통령님, 당 분위기와 완전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당 분위기는 그게 아닙니다"라고 정색을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나도 당 분위기 잘 압니다, 지금 당이 내 말 듣겠습니까, 내 뜻이 그렇다는 것입니다"라고 압박했지요.

결국 김 대표는 "저는 당에 가서 보고해야 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렸습니다. 남아 있던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이 의원에게 한 시간 넘게 청와대 관저 곳곳을 안내해줬다고 합니다.

이 의원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날 두 가지를 배웠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당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정국이 꼬여 여야가 싸울 때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여유가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의원은 "그 후로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거나 비난하기가 인간적으로 어려웠다"고 합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등으로 꽉 막힌 현 정국에 대해 줄곧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지요. 또 청와대를 설득하지 못하는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힙니다.

'박근혜씨'부터 '대가 치르게하겠다'까지... '심기 경호' 재등장

돌아보면 '박근혜씨'에 대한 새누리당의 소아병적 행태만이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권은희 수사과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이어 윤석열 여주지청장까지,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대선개입에 대해서 돌직구를 날린 사람들은 모두 희생양이 되고 있는데요.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도 검찰 소환조사까지 받았지요.

심지어 파리에서 시위를 한 현지교민과 유학생들은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대가를 치르겠다"는 겁박까지 받고 있는 형국입니다.

'심기 경호'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심기까지 편안하게 한다는 뜻인데요. 박정희 때 차지철, 전두환 때 장세동이 그렇게 강조했다고 하는 '심기 경호'가 민주정부를 거치면서 사라진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태그:#박근혜씨, #김진태 ,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노무현 전 대통령, #심기 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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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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