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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빚진 자들'이 빚을 갚기 위해 시작한 달력 제작이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았다. 수익금 전액은 용산참사 유족, 기륭전자 노동자, 쌍용차 해고자 등 연대가 시급한 이들에게 전해졌다. 사진작가들이 특별히 달력을 제작하는 이유는 단지 연대의 뜻을 표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 연대를 통해 '최소한의 변화'라도 이루기 위해서다.

그래서일까. <빛에 빚지다> 달력에 참여하는 사진작가들은 삶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눈 감고 보지 않았던 세상이 사진에 담겨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라 불리는 이들. 그 중 한금선 작가와 정택용 작가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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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술과 바나나 냄새가 났다"

어떤 계기로 이들은 삶의 현장을 사진에 담게 되었을까. 한금선 작가에겐 우연히 아는 선배의 작업실에서 본 잡지 <노동운동>에 실린 사진 한 장이 계기가 됐다. 현대자동차 노동자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는 "그 사진에서 술 냄새와 바나나 냄새가 났다. 어릴 적 울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비싼 바나나를 사오곤 했는데 아버지의 고단함과 그리움이 담긴 냄새가 사진에서 났다"며 "그 길로 사진을 선택했다"고 회고했다.

정택용 작가에게 사진은 '남을 도울 수 있는 도구'였다. 시작은 기륭전자 현장에서부터였다.

"기륭전자가 이슈화돼 현장을 찾아갔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한 아이가 철문을 사이에 두고 바깥에서 현장점거농성을 벌이는 엄마와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보았다. 70년대 얘기로만 들었던 모습이 2005년에도 있다는 것에 충격이 컸다. 일단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동현장을 사진에 담으면서 보람을 느껴왔다는 정택용 작가. 실제로 그가 찍은 사진은 희망버스 왜곡보도를 바로잡는 증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다는 것

이들이 찾아가는 삶의 현장은 아프고, 고통스럽다. 기본권은 산산조각 나고 생명마저 위협받는 현장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누르는 것이 때때론 폭력적인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금선 작가는 자신이 겪은 일화를 꺼냈다.

"현대자동차 파업 현장이었다. 가족이 지정된 시간에 와 지원농성을 했다. 그 중엔 아기를 안은 엄마도 있었다. 가족들을 전경들이 둘러쌌고 그 주변을 수많은 취재기자들이 또 둘러쌌다. 가운데 고립된 장면을 찍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기자들이 몰려 전경을 밀고 전경이 가족들을 밀었다. 아기가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냥 바라볼 수 없어서 뛰어들어 아기 엄마를 감싸 안았다. 그 일로 다른 기자들의 미움을 사 취재기간 5일 내내 밥을 혼자 먹어야 했다. 나 때문에 사진을 다 망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금선 작가는 그때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기 엄마가 깔리는 사진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그 사진으로 뭘 할 거냐. 아무것도 못 한다."

결국 소통이다. 소통이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피사체와의 사진을 보는 관람자와의 소통의 매개가 되는 것이 다큐멘터리 사진이다. '최소한의 변화'를 추구하는 사진작가들에겐 그렇다.


태그:#이털남, #빛에 빚지다, #다큐멘터리사진, #쌍용차,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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