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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했던 젊은이에게 자신이 절망했던 과거의 이야기로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계신 안재영대표님.
 절망했던 젊은이에게 자신이 절망했던 과거의 이야기로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계신 안재영대표님.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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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는 지난 8월 19일과 9월 29일, 두 차례에 걸처 '非情社會'와 '절망과 희망사이'라는 제목의 사연을 포스팅했습니다.

전자는 성실함과 우직함을 바탕으로 영상제작사를 세우고 8년간 사장으로 회사를 운영했던 33세의 젊은이가 '갑'의 횡포에 희생양이 되어 자기 소유의 모든 것을 직원들에게 임금대신 나누어주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진돗개와 집을 나온 비통한 사연이었고, 후자는 길 위에서 보낸 96일 만에 제게 보내온 새 출발의 의욕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길가에서 저를 처음 만난 당시 그는 강원도의 좀 더 깊은 오지로 이동하고 싶어했습니다. 대도시 언저리의 비정한 인심과는 다른 산골의 인심을 기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와 헤어진 후 40여 일이 경과한 때에도 그는 파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히치하이크를 위해 강원도로 가는 나들목까지 진돗개 백호와 함께 이동할 교통편을 만나는데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백호가 오래 걷기에는 이미 너무 지쳐있었습니다.

진돗개와의 무전여행 96일을 이제 끝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진돗개와의 무전여행 96일을 이제 끝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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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통일동산 일대와 교하의 아파트단지 일대의 어린이 놀이터와 정자에서 백호와 밤을 보내는 노숙으로 지냈습니다.

가을은 깊어가고 밤이 점점 길어지는 상황에 그는 100여 일간의 길 위의 생활을 정리해야 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대학시절에 혼자 몇 달간의 농활을 보내며 생각의 가닥이 풀리지 않으면 무작정 걸었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시골길을 몇 시간 걷고나서 머리가 희미해지는 상태를 경험했었는데 그 상태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실 대부분 그 문제의 결론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이미 내려놓고 다른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다시 되돌아와 처음 결론이 바뀌지 않았더라도 그 결론을 확신할 수 있음이 다행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백호와 무작정 시골을 향해 길을 나섰던 것도 그때 길을 걸었던 그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100여일의 걷는 기간이 지났지만, 출발당시의 농로를 몇 시간 걸었던 대학생 때의 상황과 결론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시 살아야지. 그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체중은 20kg이 빠졌습니다. 회사의 사정이 나빠지는 지난 2년간 5kg이 빠졌고 집을 나온 지난 100여 일 동안 15kg이 빠졌습니다.

그는 지난 29일 카톡메시지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를 제게 물었습니다. 본인은 백호와의 숙식만 해결하면 된다고 했지만, 저는 그가 새출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

이 젊은이의 사연을 포스팅하자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평소 동물권리에 관심을 가진 분께서 응원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주인공과 절친 백호에 대한 제 응원은 계속됩니다. 좋은 일 생길 것 같아요. _ 공주오빠"

아프리카 케냐 나쿠루에서 Kim's Poultry Farm이라는 닭고기 전문업체를 운영하고 계신 김기환 선생님께서는 아프리카에서 희망을 찾을 수도 있다고 제안해주셨습니다. 

"큰 엄마품 같은 이해심 많은 아프리카에다 남은 삶 다 투자해 봐도 좋은데…."

기업 경영자들의 인맥, 정보, 홍보, 마케팅을 위한 커뮤니티를 이끌고 계신 이코퍼레이션의 김이숙대표님께서 메일을 주셨습니다.

"진도개 주인님 어떻게 도우면 되요?_ 김이숙"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대표 수백 명과 호형호제의 사이인 김 대표님께서 관심을 가져주신 것만으로도 천군만마를 얻은 용기였습니다. 저는 진심어린 감사를 담아 답변을 드렸습니다. 

"저는 간혹 드물게 이승에서 천사를 대면하곤 하는데 오늘도 그 분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제게 가장 눈부신 날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그 분은 김이숙이라는 분입니다.

33살의 순박한 청년입니다. 8년간 사업을 했지만, 조직을 리더하기보다 제작 실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분이 원하는 것은 단지 7살의 진돗개 백구와 자신이 숙식을 해결하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이 분의 방송영상제작분야, 또한 웹솔루션개발에서 능력을 발휘했던 전문가였던 만큼 이분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회사이면 좋고 이 분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얼마간의 인건비를 지급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인건비는 이 분이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분에게 일을 시켜보고 충분히 그 회사에 공헌이 된다고 여겼을 경우에 그 회사의 책임자가 결정하면 될 일이다 싶습니다. 영상제작이 필요한 회사나 웹관리가 필요한 회사에서는 좋은 인재 한명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선생님의 따뜻한 손길만으로도 그 분의 가슴온도는 5도쯤 이미 상승했을 것입니다."

고맙게도 김 대표님은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계속 마음에 걸리네요. 이안수대표님께서 마음 쓰시는 것을 보니. 일자리 하나 제공하는 것이 사람 하나 살리는 것인데, 제가 계속 찾아볼게요."
"이안수대표님! 백구 주인님 '독립광고' 회사 추천 드릴까요?"
"숙식은 '우주'에서 할 수 있는지도 알아볼게요."

김이숙 대표님은 일주일의 대부분을 자정이 되어서야 귀가하는 분입니다. 이렇듯 하루를 초단위로 나누어서 사시는 분이 이 일을 계속 팔로우업해주셨습니다. 그 사이 이 분의 사연을 보내드린 두레샘의 안재영 대표님께서 전화가 왔습니다.

"북경에서 개최된 '2013 Beijing Design Week'에 참여하고 지금 막 공항에 내렸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한국땅에 발을 딛자마자 전화를 주신 정성도 고맙지만 거두절미하고 그 청년을 만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건 없이 겨울을 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고마움에 목이 멨습니다. 이어서 헤이리 크레타의 김기호 작가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 청년, 보내보세요."
"누군가 형편이 되는 분이 있으신가요?"

"제가 어찌해보아야지요. 겨울은 나야하잖아요?"
"그렇지만 김선생님께서 어찌합니까?" 

"방은 우리 부부밖에 없으니 빈방을 치우고, 백호는 마당이 너르니 불편이 없고, 그 청년은 우리 레스토랑에 함께 일해야지요. 뭐. 어떡해요." 

김기호 작가는 부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크레타 일을 도우면서 평면과 입체작업을 하는 화가입니다. 김 작가님께 이 젊은이에 대한 형편을 알린지 3일 만에 전화가 온 것입니다.

저는 3일의 간극동안 김 작가님이 부인과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지가 짐작이 갑니다. 청년을 수용할 썩 좋은 형편이 되지 않지만, 노숙하는 젊은이에 대한 연민의 정을 어찌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낯선 젊은이에게 방을 내주는 불편함과 일자리를 나누어야하는 난감함에도 불구하고 3일간 숙고의 결과는 사람의 도리를 택한 것입니다.

저는 김기호 선생님께 안재영 선생님의 조건 없는 수용을 알려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 내용을 알려드리자 김작가께서도 그제야 안도하는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여전히 다급하게 일자리를 찾고 계실 김이숙 대표님께 기쁜 마음으로 메일을 썼습니다. 

"김이숙 대표님, 인디씨에프, 우주 사장님들께 소개해드리겠다는 선생님의 메일을 받는 순간, 얼마나 감격이었던지요. 그 따뜻한 마음을 그 젊은이에게도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얼마나 큰 용기가 될 수 있을지…….

그 사람은 세상의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꼈고 김대표님의 그런 관심만으로도 그 젊은이는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이는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표님! 그 젊은이에게 좋은 일이 생겼어요. 마음씨 고운 한 중소기업의 대표께서 그 젊은이에게 기회를 주기로 약속했답니다. 그래서 내일 함께 만나기로 했어요. 

헤이리의 제 지인 화가께서는 다른 곳에서 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부인 가게에 취직을 시켜주기로 약속했고 백호가 지낼 수 있는 마당과 그 분이 계실 수 있는 방도 하나 제공해주기로 약속했고요.

그러니 이제 안심하셔도 되요. 이 일로 그 젊은이가 아니라 제가 세상의 온기를 확인할 수 있어서 정말 제가 치료받은 느낌입니다. '비정사회'가 아니라 '온정사회'로 고쳐서 글을 다시 써야 할 것 같아요." 

#3

저는 아주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 청년에게 만나자는 카톡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 만남은 안재영 대표님께서 입국한 다음날 바로 모티프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 젊은이와 함께 온 백호는 동갑인 저희집의 해모와도 다툼 한번 없이 친구가 되었습니다.

7살 동갑의 진돗개 백호와 콜리 해모. 첫 대면에서도 서로 호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7살 동갑의 진돗개 백호와 콜리 해모. 첫 대면에서도 서로 호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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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님께서는 젊은이를 대하자 먼저 어디서 밤을 보냈는지를 걱정했습니다. 그리고 안 대표님의 어려웠던 과거를 들려주었습니다.

"나는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점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지. 그 사이와 그 이후에 온갖 노동을 하면서 나를 다잡았다. 어릴 때는 임진강물의 가장 얕은, 그러나 허리까지 오는 고랑포 여울에 들어가 민물장어 치어인 실뱀장어를 잡아서 끼니를 해결했다. 양식이 불가능했던 임진강장어의 치어는 고가로 일본으로 수출했기 때문에 민통선을 통제하고 있는 미군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몰래 강물에 들어가곤 했지. 

좀 더 커서 혼자 서울로 나갔다. 온갖 영업을 다해보았는데 정수기를 팔 때는 가가호호 방문해야했어. 하도 많이 거절을 당해서 방문한 집의 대문을 두드리기가 두려웠어. 때로는 집주인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대문을 두드렸어. 당연히 주인이 나올 리가 없겠지. 그러면 나는 내게 속삭였어.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주인이 없구나.'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기위해 대문을 두드리는 흉내만을 낸 것이지. 

한번은 안개가 짙어서 앞이 구분이 안 되는 날, 30m 길이의 자일이 있어야 오를 수 있는 바위산에 10m의 자일을 가지고 올랐어. 그 바위를 오르면서 떨어져죽기를 바랐던 거지. 사고사이면 죽어서도 죄책감은 덜할 테니…. 사람이 참 묘하지. 죽으려고 올랐던 그 산에서 오히려 살려고 발버둥치는 나를 발견했어. 30m 자일로도 위험했던 그 바위를 10m 자일을 가지고 안간힘으로 살아서 내려온 거야. 세상은 내게 정말로 호락호락하지 않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아보기로 결심했고 지금까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어. 포기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비겁한 일이야."

저도 함께 안 대표님의 위로의 말을 들으며 사람에 의한 상처는 사람에 의해 치유되어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확신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인근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늦은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육식을 잘하지 않는 안 대표님은 연한 소고기를 시켰습니다. 그 젊은이는 고기를 먹어본 과거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육식을 가능하면 피하는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는 안대표님은 거의 굶는 나날을 보낸 젊은이의 사정을 감안해 고깃집으로 저녁식사자리를 잡았습니다.
 육식을 가능하면 피하는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는 안대표님은 거의 굶는 나날을 보낸 젊은이의 사정을 감안해 고깃집으로 저녁식사자리를 잡았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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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향기 좋은 한방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서 찻집이 문을 닫을 때가지 젊은이의 형편과 원하는 바를 들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다시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젊은이와 우리 모두의 인생의 용기와 희망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다시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젊은이와 우리 모두의 인생의 용기와 희망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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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원룸을 알아보고 필요한 집기를 준비하기로했어. 자네는 도움 받는 것을 부담으로 여기니 일을 주겠다. 회사의 컨테이너가 인근 물류창고로 일주일에 두어 번 들어오니 그때 자네가 와서 우리 직원들과 함께 하적을 도와다오. 방값은 그 일품으로 상계하도록 하고.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자신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보도록 해." 

안 대표님의 제안들은 짙게 다린 한방차보다 더욱 짙었고 뭉클하게 가슴에 스몄습니다.

#4 

다음날 근동에 원룸을 구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안 대표님의사모님인 손미향선생님께서 지인을 통해 그날 밤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안 대표님께서 회사에 출근한 사이 손 선생님은 하루 종일 집을 알아보러 다닌 것입니다. 그리고 백호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집을 물색하고 저녁때 함께 만났습니다.

손미향선생님께서 한나절 만에 급히 구한 원룸. 백호가 지낼 발코니도 넓었습니다.
 손미향선생님께서 한나절 만에 급히 구한 원룸. 백호가 지낼 발코니도 넓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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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방문해서 젊은이가 흡족한지를 확인하고 다시 인근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집 키를 건네고 헤어지면서 손선생님께서 말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하루빨리 회복하세요. 들어가실 바로 앞집 여주인이 제가 잘 아시는 분인데 음식솜씨가 좋은 분이에요. 맛있는 것도 종종 해주라고 말씀드려야겠네요."

젊은이가 답했습니다.

"저도 혼자 살아보아서 요리는 제법 합니다. 대게찜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모시고 싶습니다."

사모님이 반색했습니다.

"자주 방문할게요. 맛있는 것 얻어먹으러…."

엄마와 자식 같은 정이 오가는 두 분의 대화에 저는 어둠속에서 숙연했습니다.  밤 10시가 가까워진 시간, 저도 집으로 발길을 옮기자 젊은이가 따라왔습니다. 

"밤이 깊은데 빨리 집에 들어가서 청소하고 백호를 데려와야지…."
"아닙니다. 선생님 바래다 드리고 싶습니다." 

젊은이는 구태여 제 걸음에 보조를 맞추어 함께 걸었습니다. 아직 불이 밝혀진 식품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곳을 향해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이제는 길을 떠돌 일이 없으니 당장 내일 아침에 먹을 것이 필요하겠군. 필요한 것을 카트에 담아요."

그는 한사코 사양하다가 말했습니다. 

"그럼 백호 사료 한포만 부탁드립니다."

그는 카트에 애완견 사료 한포만 달랑 담아 카운터로 왔습니다. 저는 다시 등을 떠밀었습니다. 그는 할 수 없이 작은 쌀 한봉지와 라면 그리고 김치 한 봉을 보탰습니다.

젊은이가 식품점에서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백호의 사료였습니다. 본인은 굶어도 백호를 거두는 자학의 지난 100일이었습니다.
 젊은이가 식품점에서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백호의 사료였습니다. 본인은 굶어도 백호를 거두는 자학의 지난 100일이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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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젊은이를 돌려보내고 홀로 돌아오는 텅 빈 거리의 가로수 등불이 특별히 제 발길을 밝혀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두운 밤길이 이렇게 충만하게 느껴지기는 드문 경우입니다.
 어두운 밤길이 이렇게 충만하게 느껴지기는 드문 경우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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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전, 그 젊은이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왔습니다.

입주한 다음날, 젊은이가 보내온 장문의 카톡멧시지는 사람에 의한 상처는 사람에 의해 보다 완전하게 치유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입주한 다음날, 젊은이가 보내온 장문의 카톡멧시지는 사람에 의한 상처는 사람에 의해 보다 완전하게 치유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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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근처에 쓸 만한 재활용품 버린 것 있나 둘러보러 나왔다 문안인사 드립니다. 예전에는 없어도 있는 척.. 괜한 자존심에 과소비하고 낭비하느라 오히려 정작 중요한 것들은 잃고 산 듯 하네요. 왠 뚝배기가 있길래 백호 밥그릇하려고 주워 왔습니다. 안에 곰팡이랑 때 제거하고 났더니 이렇게 이쁠 수가 없네요. 

집으로 오는 길에 '어데 뭐 버리는 겁니껴?"하고 한 할머님이 물어보시더군요. '아뇨 저도 이뻐서 줏어가는 길입니다.'하고 답변 드리는데 부끄럽기보다는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에 이제 욕심을 내려놓은 듯한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길가에서 선생님을 뵈었듯 제가 이 길에서 가져가는 것이 단순히 뚝배기 하나는 아닌 듯 하더라구요. ^^ 선생님 덕분에 하루하루 많은 것들을 배워갑니다. 감사드려요. 꾸벅."

저는 이 젊은이의 감사 인사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금은보화를 손에 넣은 것 보다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한 젊음의 새 출발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이 젊은이를 대신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꾸벅.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무전여행, #용기, #희망, #온정, #새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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