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도 여의도에 간다. 방송하러 간다. 정치는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는 정치를 하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28일 오후 경남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옆 잔디밭에서 진행된 '사람이 사람에게' 강연에서 한 참석자가 정치할 생각이 없느냐는 의미로 "여의도에 갈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김씨는 이날 노무현재단 '노무현 시민학교' 토요강좌 강사로 나섰는데,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2000여 명의 사람이 몰리기도 했다. 주최측에서 마련해놓은 의자가 일부 산기슭에 앉았고, 무대 뒤편에 모여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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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김제동씨는 28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옆 잔디밭에서 '노무현시민학교'가 마련한 토요강좌에서 강사로 초청되어 "사람이 사람에게"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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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이 아닌 연애와 남녀관계 이야기만 할 것이라고 한 그는 갖가지 비유를 섞어 가며 뼈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먼저 이명박정부 때 추진되었던 4대강사업을 거론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누나가 다섯이고 조카가 아홉인데, 저를 닮은 조카의 엄마가 아이한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모양이다. 3살 아이가 포크레인 기사가 될 것이라고 했더니 엄마가 야단을 쳤다고 한다. 포크레인 기사가 뭐 어때서. 사람들 속이지 않고 자기 일 잘 하면 되는 거 아니냐. 4대강 들어 엎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 4대강의 포크레인 기사들도 시켜서 일만 한 것이지, 실제는 위에서 잘못한 거 아니냐. 그 사람들부터 조져야 한다."

영어교육 이야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한테 쓸데없는 거 가르치지 말라, '오렌지'면 어떻고 '어륀지'면 어떠하냐, 그런 거 구분 못해도 된다"며 "방송국 피디 아들 하나가 중학교 1학년인데 반 학생 38명 가운데 37등을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아빠가 '그래가지고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려고 하느냐'고 하니까, 그 아이는 '내 정도 성적이 되는 아이가 잘 살 수 있어야 훌륭한 사회 아니냐'고 하더란다.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혁명이다"고 말했다.

"아이가 부모 말 안 들을 수록 괜찮다"

김제동씨는 "아이한테 무엇을 시키거나 하지 말고, 부모 말을 안 들을수록 기뻐해야 한다"며 "부모 말 잘 듣는 아이는 부모 이상으로 되기 힘들고, 부모 말을 안 들었던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성공했다, 부처님이 대표적으로 그랬지 않나, 부모들은 아이들이 내 말을 안 들을수록 괜찮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민주주의"라며 "연애도 민주주의 입장이면 무조건 할 수 있다, 고백했는데 거절하면 그것을 인정하면 되고, 좋으면 좋다고 말하면 된다, 싫다고 하는데 좋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보고 무조건 나를 좋아 해라고 하는 것은 독재"라며 "국민은 거절할 권리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웃으면서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웃을 수 있나. 예측불가능할 때 웃는다. 예측이 가능하면 잘 웃지 않는다. 자기가 자신을 간질이면 웃지 않게 되는 것과 같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을 때 웃고, 좀 이상하다 싶으면 웃는다. 요즘 웃을 일이 많다. 이것은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드라마를 자세히 보면 그 속에 말이 안되는 게 많다. 신혼부부가 나오는 장면을 보는데, 신부가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가 신랑이 뒤에 와서 눈을 가리며 '누구게'라 한다. 신부는 '몰라'라고 한다. 신혼 집에 부부 이외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한다. 드라마에서는 주차하는 자리가 바로 나타난다. 드라마 속에 어른들은 연금이 나오는 장면이 없는 데도 잘 산다. 그럴 수 있나 없나."

이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기초노령연금 축소를 빗대서 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상한 장면이 나오면 끊임없이 의심을 품어야 하는 게 민주주의 기본원리"라며 "논에 곡식이 쓰러져도 남의 논이면 그냥 지나가는 데 내 논이면 그냥 지나갈 수 없듯이, 우리나라 안에서 주권자들이 웃기는 일이 있다 싶으면 잡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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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김제동씨는 28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옆 잔디밭에서 '노무현시민학교'가 마련한 토요강좌에서 강사로 초청되어 "사람이 사람에게"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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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그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면서 "지금은 돌려가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웃기는 일을 보고 웃기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유롭게 살자고 했다. "좀 '또라이'처럼 살아도 괜찮다"며 "남을 죄악시 하고, 힘없는 사람을 괴롭히며 얻는 행복이 아니면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김제동씨는 "'민주주의 하라'거나 늘 요구하면 해줄 때까지 기다리면 그 사람이 주인이고, 우리가 민주주의 하자고 하면 우리가 주인이다"며 "정치인한테 늘 요구만 할 게 아니고, 그 사람들한테 늘 맡겨 놓아서는 안될 일이다"고 말했다.

"우리 국방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국회의원들은 전 세계에서 싸움을 제일 잘한다. 젊은이들을 전방에 둘 게 아니라 국회의원들을 배치하면 된다. 장담컨대 그렇게 하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자기 아들들은 군대에 보내지 않으면서 전쟁하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누가 나라를 지켰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우리 의병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역사가 일본에는 없다. 그래서 일본은 무사들이 싸워서 결론이 나면 누구든 산다. 섬나라이기에 도망갈 수도 없다. 이는 내 이야기인데,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무슨 근거가 있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하나."

욕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는 "우리 욕은 철학적이다. 전세계 인류 역사에 이런 욕은 없다, 얼핏 들어보면 욕인지 모르는 게 많다, 시처럼 읊는 것 같은 욕도 있다"고 말했다.

"넌 죽어서 4대강 녹조 위를 떠돌아 다닐 거야"

"박경리 선생의 <토지>에 보면, 두 어머니가 싸우다가 격분한 나머지 '밤새도록 두드린 괭과리 같은 년아'라고 한다.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만족하는 욕이다. 천박하지도 않다. 전라도에도 좋은 욕이 많다. '야이 썩을 놈아'는 욕이 아니다. 욕은 그렇게 되면 안되는 상황을 담아 저주할 때 쓰는 거 아니냐. 썩을 놈은 욕이 아니다. 우리는 다 썩어야 한다. 진짜 욕은 '야이 안 썩을 놈아' '넌 못 썩을 거야' '넌 죽어서도 4대강 녹조 위를 떠돌아다닐 거야' '물은 흘러야 하는데, 바보야, 이게 녹색성장이냐' 이런 게 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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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김제동씨는 28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옆 잔디밭에서 '노무현시민학교'가 마련한 토요강좌에서 강사로 초청되어 "사람이 사람에게"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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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씨는 "상식에 의해 판단하면 좌나 우나 진보나 보수가 끼어들 틈이 없다"면서 "우리나라에 진짜 진보가 있고 진짜 보수가 있나? 없다, 우리 사회에 '또라이'가 많다"면서 "'또라이'가 개인적인 것은 괜찮지만, 힘을 가지면 문제이고, 누군가에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말은 누가 했느냐, 프랑스 <르몽드>지가 했다, 그러면 <르몽드>가 빨갱이냐, 빨간 옷 입고 다니면 빨갱이냐"면서 "빨간 옷은 누가 제일 입고 다니는데... 진보나 보수나 좌나 우를 넘어서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쓸데없이 시절이 어느 시절인데 지금 빨갱이 같은 소리를 하고 있나"라고 덧붙였다.

"진짜 우리나라에 빨갱이 있을 수 있다. 나쁜 의미에서, 쓸데없이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몇 사람 있을 수 있다. 그 사람들은 나쁘다. 그것을 자기만 갖고 있으면 모르겠는데 남에게 강요하거나 계획에 가지고 실행에 옮기려고 하면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고, 그것은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 대다수가 그렇나. 우리 대다수를 그런 사람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제가 빨갱이라 치고, 북한이 좋은 나라라며 북한에 가라고 하면 갈 사람 있나. 못 간다. 이 좋은 잔디밭을 두고 왜 가나. 거기 가면 못 산다.

나보다 나이 어린 애 앞에 가서 자존심 구겨가며 못 산다. 올해 30살인가 그럴 것이다(김정은). 제가 북한에 가면 제일 먼저 북한 인권문제 거론하고 두 번째로 그 사람 머리스타일 거론할 거다. 젊은 애가 머리를 너무 바짝 밀어 올렸다. 가라고 해서 갈 사람 없다. 이미 체제 싸움은 끝났다.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이고,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어 보자고 하면 빨갱이라고 한다. 무엇인가 반대하면 '빨갱이', '종북'이라 한다.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북한 없으면 못 사나? 아니다. 그런데 진짜 북한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이 따로 있다. 그런 사람들이 종북이다.

누구는 농협해킹도 북한이 했다고 했다. 북한이 전지전능하다고 한다. 북을 찬양하는 것이 국가보안법 위반이고 종북 아니냐. 북한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어떤 신문은 북한이 인간어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인간이 어뢰를 메고 와서 침투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나. 그래 놓고 신문이라고. 그 신문에 다른 기사는 좋을 수 있다. 그런 이야기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우리 집에 <조선일보> 구독한다. <조선일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대다수 깨어있는 시민들이 있다"

그는 "어쨌든 비상식적인 이야기를 하지 말자, 상식적인 이야기를 웃으면서 해보자는 것"이라며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들을 잡았으면 알아서 하면 된다, 저는 민감해서 이야기를 안 하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뽀로로 나라'를 건설하자는 것으로 보고, 그것이 우리 가정에 크게 위협되지 않는다, 건설하라고 해도 못한다, 왜냐, 대다수 깨어있는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제동씨는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서로 욕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으로 보자는 것이다, 사람 사는 곳에서, 사상이나 의견이 좀 다르다고 할지라도 인간으로 경멸을 주지 말자는 것"이라며 "각자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수 이문세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연 때마다 앞자리에 와서 인상을 쓰고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이문세씨가 그 사람은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어 그 사람의 편지를 받았는데, 그 분은 앞이 잘 보이지 않고 난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의 음악소리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인상을 쓰면서 들었던 것이다.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가. 그 사람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 섞은가. 저와 정치적인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게 좋다."

출판사 명칭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교학사>의 교과서 문제를 빗대어 설명했다.

"며칠 전 중국을 9일 정도 다녀왔다. 왜 갔다 왔나. 교과서 문제가 생길 줄 알고 그랬다. 할 이야기 진짜 많다. 이것은 미칠 지경이다. 한국의 근대화가 일제 강점기 덕분이라고 하는 인간들이 도대체 어디 있나. 그것은 우리 집에 강도가 들어 담을 높이 쌓고 경비를 철저하게 했다면 담을 쌓고 경비를 철저하게 한 것은 강도 덕분이라고 하는 말과 똑 같다. 말이 앞뒤가 맞지 않다.

용서할 수 없다. 말이 안된다. 그런 사람을 데려다가 강의를 시키고 하면 안 된다. 그런 식으로 많이 배운 것은 배운 게 아니다. ⋯ 일본 우익신문들이 그 교과서를 칭찬하고 있다. 그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 신문에서 칭찬 들으면 우리나라 입장에서 서술했다고 할 수 있나. 나 같은 사람도 아는데 그것을 왜 모르냐. 그렇게 좋으면 일본 가라. 일본 가서 참의원 중의원하지. 그런 것들이 국기문란이다. 그런 것들이 분통을 터뜨리게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웃자."

그는 "정치 별거 있나, 웃으면서 사는 거지"라며 "좌나 우나 진보나 보수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범위 안에서, 서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다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거부하는 일은 건전한 시민들에 의해 배척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동씨는 강연 마지막에 바람을 피력했다.

"하늘에 계신 아저씨(노무현)도 바라 왔듯이, 좌우 보수진보를 넘어서,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놓고,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통일조국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서 군대 안 가도 되는 나라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이들이 부산에서 열차 타고 유럽으로 수학여행 갈 수 있도록, 오래되지 않아서 만들어야 한다. 북한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고 선택한 게 아니고, 북한 땅에 태어난 죄밖에 없는데, 굶는 아이들은 도와주어야 한다. 북한이 중국에 예속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 일본에 뒤지지 않고, 중국에 당당하며, 미국에 어깨 쫙 펴고 살 수 있는, 통일 한국을 물려주는 게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