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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과 관련해 이광범 특별검사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김인종(68)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김태환(57) 당시 경호처 행정관에 대해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인종 전 처장과 김태환 전 행정관에 대한 상고심(2013도6835)에서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써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여 국가에 손해를 가한 경우에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국가와 私人(이명박 대통령) 모두로부터 토지 매입임무를 부여받은 공무원인 피고인들로서는 사저부지와 경호부지를 일괄 매입한 관계로 사저부지 매입가격을 높게 평가하면 경호부지 가격이 내려가고, 경호부지 가격을 높게 평가하면 사저부지 가격이 내려가는 관계에 있으므로, 국가와 이명박 대통령 모두에 손해가 없도록 조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들이 이미 복수의 감정평가를 의뢰해 결과를 통보받았음에도 굳이 이를 무시하면서 인근 부동산업자들이나 인터넷, 지인 등으로부터의 불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감정평가결과와 전혀 다르게 상대적으로 사저부지 가격을 낮게 평가하고 경호부지 가격을 높게 평가해 매수대금을 배분한 것은 국가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 및 불법이득의사도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인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국가사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이 동시에 사인(私人)으로부터도 임무를 부여받은 경우 양쪽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건은 이렇다. 지난 2011년 당시 김인종 청와대 경호처장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이명박 대통령 사저부지 및 경호부지 매입 업무를 총괄했고, 김태환 행정관(경호처 특별보좌관)은 실무를 담당했다.

이들은 내곡동 토지를 사저부지 및 경호부지 후보지를 선정해 이 대통령에게 2011년 4월 최종 보고했는데, 이 대통령은 이를 승인하면서 사저부지 명의는 아들인 이시형씨로 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2011년 5월 땅 소유자와 사저부지(463㎡) 및 경호부지(2143㎡)의 총 매입가격을 54억 원에 계약했다. 청와대가 감정평가기관 2곳에 의뢰한 이시형씨 명의로 매입한 사저부지에 대한 평균 감정액은 15억 9046만 원이었다. 이를 감정평가액 비율로 안분해 계산한 적정가격은 경호부지가 33억7941만 원이고 사저부지가 20억9206만 원이다.

그런데 이광범 특별검사팀 조사결과 이시형씨는 사저부지를 적정 가격인 20억9206만 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11억2000만 원에 매입한 반면, 국가는 경호부지를 적정 가격인 33억7941만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42억8000만 원에 매입한 사실을 포착했다.

이에 이광범 특검팀은 "경호처장 등은 사저부지와 경호부지 매입비용을 객관적 기준에 따라 배분해야 할 임무에 위배해 임의로 사저부지와 경호부지 매입비용을 배분함으로써, 이시형은 사저부지를 매입가격과 적정가격의 차액인 9억7206만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했고, 반대로 국가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며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정리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씨가 부담해야 할 사저부지 매입비용 일부를, 청와대 경호처가 떠안도록 해 국가에 9억7206만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9형사부(재판장 천대엽 부장판사)는 지난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인종 전 경호처장과 김태환 행정관에게 유죄를 인정해 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임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는 이상 피해액수가 클 뿐만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의 의도적인 오·남용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법령상 예산 운용 담당자가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감정평가절차를 의뢰해 확인까지 하고도 그 결과를 애써 무시하고 합리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자의적인 잣대와 더 이상 준거가 될 수 없는 과거 사례 등을 내세워 거액의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함으로써 대통령 일가에게 법률이 예정한 예우와 특혜를 넘는 거액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행위는, 피고인들이 법치행정의 최고봉에 위치해야 할 청와대의 고위직에 있으면서 저질렀다는 점에서 그 기관의 반법치적 행태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자 국민의 신뢰와 정부의 품격을 현저히 훼손하는 것으로서, 비난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이광범 특별검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가 다른 곳으로 변경돼 결과적으로 국가는 사용 여부가 불투명한 개발제한구역 내의 토지를 구입하느라 54억 원을 지출하는 재정낭비를 한 셈이므로 설령 사저부지를 국가가 다시 매입했더라도 이를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할 수 없음에도 원심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한 것은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반면 이들도 "1심 형량이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로 항소했다.

서울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민유숙 부장판사)는 지난 5월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잘못 사용해 국가에게 거액의 피해를 입혔고, 국가로서는 수십 억 원의 토지매입비용을 지출한 채 사용 여부가 불투명한 이 사건 토지를 보유해야만 하는 형편에 놓이게 됐다"며 "아울러 피고인들은 수사과정부터 토지 매입 및 사저부지와 경호부지에 대한 자신들의 자의적 대금배분 행위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피고인들이 오랜 기간 군인으로 봉직하면서 국가에 기여했고, 피고인들이 이 사건으로 개인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얻은 것은 아니며, 판결이 확정될 경우 피고인들은 향후 퇴직급여의 제한 등의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며 "위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심판결이 피고인들에게 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것이 부당하게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김인종, #MB, #내곡동 사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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