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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사태로 인한 촛불시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세상이 시끄럽지만 2014학년도 수시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에게는 남의 얘기다. 이들이 요즘 가장 고민스러워 하는 것은 아마도 자기소개서 작성일 것이다. 자기소개서의 영향력이 입학사정관제의 당락을 결정 하는 듯한 오해 때문에 주변에 글깨나 쓰는 지인들이나, 학교 국어선생님에게 첨삭을 부탁하거나 또는 부모들이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한편에서는 자기소개서 대필을 해 준다는 사설업체에 고액을 들여 헛돈을 낭비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심각한 사회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결과 이번 주부터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서 교육 관련 뉴스 중 "60만원에 자기소개서 대필....입학사정관도 못 가려"(SBS 9.4일자) 등 자기소개서 대필로 인한 입학사정관제 공정성을 해치는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어 의지할 곳 없는 서민 학부모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것은 자기소개서는 학생부의 요약이고 검증되지 않은 미래의 약속일 뿐 당락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역할은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또한 교사들은 자기소개서 첨삭지도나 추천서를 쓰느라, 정작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 수험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인 요즘 수업지도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등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입학사정관제 관련 서류 준비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학생부 기록 충실하면 자기소개서-추천서 따로 필요 없어

2014학년도 대교협 자기소개서 공통양식/출처 KCUE 대학입학정보
1. 자신의 성장 과정과 환경이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해 기술하세요(1000자 이내)
2. 학교 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리더십 발휘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세요(1000자 이내)
3. 지원 동기와 지원 분야의 진로 계획을 위해 어떤 노력과 준비를 해왔는지 기술하고, 본인에게 가장 의미 있었다고 생각되는 교내 활동을 기술하세요. 단, 교외 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은 포함됩니다(1500자 이내)
4. 대학 입학 후 학업 계획과 향후 진로 계획에 대해 기술하세요(1000자 이내)

교육부는 지난 달 27일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입학사정관제라는 명칭을 버리고 학생부 중심전형으로 입학사정관이 평가에 직접 참여하여 비교과 영역을 평가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부 중심 전형이란 말 그대로 학생부의 내용을 보고 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부외에 굳이 자기소개서나 교사 추천서를 받을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또한 각 대학들은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에 교외 활동, 교외 수상실적, 외국어 점수 등 그동안 과도한 스펙 만들기라는 오해를 받았던 실적들을 포함시키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야말로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을 뽑으려고 하고 있다. 대학들의 이런 의도가 진심이라면 이 또한 자기소개서나 추천서가 필요 없는 이유가 될 것이다.

각 대학의 자기소개서 문항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주로 ▲ 성장과정이 삶에 미치는 영향 ▲ 지원동기 및 노력 ▲ 나눔 배려 갈등조정 능력 ▲ 학업 및 진로 계획 등 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몇몇 상위권 대학들이 여기에 독서활동, 의미 있는 활동 등을 추가하여 수험생들의 부담을 가중 시키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자기소개서 항목에서 요구하는 중요한 대부분은 학생부내에 다 기록되어 있어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부를 꼼꼼히 뒤져본다면 원하는 내용을 충분히 찾아 낼 수가 있다.

그리고 학생부에서 찾지 못하는 부분들은 어차피 면접을 거치게 되어 있으므로 그 과정에서 확인을 한다면 자기소개서를 없앰으로써 발생하는 서류평가 시 부족한 부분들은 충분히 보충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학생부 기록만으로 평가를 한다면 학생부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교권을 강화하고 공교육을 더욱 정상화 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약속은 평가 대상이 될 수 없어

한편 성장과정이 삶의 미치는 영향이나 학업 및 진로계획은 입학사정관들이 객관적으로 정량화하기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항목이다. 또한 학생부에 기록하기도 쉽지 않다. 이 항목들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신뢰성을 잃은 원인 중에는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정말 평범한 환경에서 자란 학생과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는 환경 속에서 자란 학생의 평가를 정량화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성장과정은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환경을 어떻게 극복하고 깨달음을 얻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런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낮은 점수를 받는 다는 것은 평가의 공정성으로 보았을 때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학업계획과 진로계획 또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 평가자들은 계획의 구체성 여부에 따라서 신뢰도를 평가한다지만 과연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해서 입학 후에 반드시 실천한다는 보장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합격 후에 실천여부를 평가하여 자기소개서에 약속한 사항을 이행 하지 않았다고 퇴학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교사추천서 또한 신뢰성을 잃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추천서의 숫자를 제한하여 지원 자격으로 이용한다면 모르지만 추천서의 내용을 굳이 학생 평가용으로 쓸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학생부의 담임의견란을 참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굳이 추천서를 따로 받아 해당 학생을 한 학기 밖에 겪어 보지 못한 고3 담임이나, 아예 한 번도 지도해 보지 않은 교장선생님이 쓴 의견을 참고하는 것 보다는 각 학년 담임들이 1년간을 지켜보고 기술한 내용이 더 신뢰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용 자기소개서와 취업용 자기소개서는 다르다. 취업용 자기소개서는 해당 지원자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이 없기 때문에 지원자를 평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서류가 될 수 있지만 대학입시용 자기소개서는 객관적인 기술이 들어 있는 학생부라는 중요한 문서가 존재하므로 굳이 제출을 요구하여 안 그래도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이중 고통을 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혁제님은 전남학부모협동조합 이사장 입니다.



태그:#자기소개서 제출 금지, #학생부, #교사추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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