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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한길 대표가 피곤한 듯 눈가를 문지르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원내외 병행투쟁'에 돌입한 지 오늘로써 22일째를 맞았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한길 대표가 피곤한 듯 눈가를 문지르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원내외 병행투쟁'에 돌입한 지 오늘로써 22일째를 맞았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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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 시작이 반이라지만 참으로 긴 세월처럼 느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 행복시대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을 앞두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 같이 일갈했다. 22일 오전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6개월 평가 기자간담회 제목부터 '사라진 원칙과 신뢰'라고 붙였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평소에 강조한 원칙과 신뢰의 정치는 지난 6개월 동안 사라져버렸다"며 "(그동안) 민주주의 위기는 침묵했고, 대선 때 국민에게 한 약속은 잊었으며, 국기문란에 대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세웠던 공약이 대거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 월 20만 원 지급'과 '4대 중증질환 보장' 및 '군 복무기간 18개월 단축' 등이 그것이다.

'기초연금 월 20만 원, 4대 중증질환 보장' 등 복지 공약 대거 후퇴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에게 월 20만 원'의 기초연금 지급을 약속했다. 그러나 8개월 뒤 나온 결과물은 공약 파기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기초연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출범한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지난 달 17일 하위 70~80% 노인들을 대상으로 기초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노인'이 아닌 상위 30% 노인은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지급 방식도 일괄지급이 아닌 차등지급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차등지급이 결정되면, 누구에게 얼마를 깎아 지급할 것인지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와 농민계 대표가 위원회에서 탈퇴하는 등 내홍도 극심했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정부 6개월 평가 기자간담회에서 4대 중증질환·기초노령연금·검찰개혁 법제화 등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핵심공약들을 폐기하거나 뒤집었다고 지적하며 오리발을 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은 이 자리에 함께 한 전병헌 원내대표.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정부 6개월 평가 기자간담회에서 4대 중증질환·기초노령연금·검찰개혁 법제화 등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핵심공약들을 폐기하거나 뒤집었다고 지적하며 오리발을 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은 이 자리에 함께 한 전병헌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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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는 현행 기초노령연금보다 후퇴한 기초연금안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이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의 피해가 불가피하고, 일부 현행 기초노령연금 수급자의 피해도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국가부담'도 공약 후퇴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공약집에는 "총진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추진하고, 비급여 부분을 포함 2016년까지 100% 확대하겠다"고 적혀 있었다. 대선 TV토론에서 박 대통령은 '(100% 국가부담에) 간병비도 포함되냐'는 질문에 "전부 해당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선된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필수의료 부분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으로 보장한다"며 말을 바꿨다. 정부는 지난 6월,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관련 대책 마련을 연말로 미뤄버렸다.

비급여 항목 중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46%(2011년 기준)에 달하고, 간병비도 연간 2조~3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가장 핵심적인 3대 비급여 부분이 빠진 4대중증질환 보장성 확대 공약은 '앙꼬 없는 찐빵'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원 마련 문제도 남는다.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9조 원을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에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낸 보험료로 정부가 생색내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선거를 이틀 앞두고 나온 깜짝 공약, '군 복무기간 18개월 단축' 역시 폐기 직전까지 왔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군 복무기간 단축은 중장기적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기는 5년, 장기는 5년 이상을 의미한다, 군복무기간 단축을 위한 여건 마련을 위해서는 장기까지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말했다. 임기 내 대선 공약 이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먼저 제시한 '복무기간 단축' 공약의 맞불 성격이 짙었던 박 후보의 공약은 결국 빛을 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원칙과 신뢰 강조하더니.. 대선 핵심 공약들 폐기하거나 뒤집혀"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야당 위원들이 21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국정원 개혁, 김무성 권영세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대표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낭독하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야당 위원들이 21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국정원 개혁, 김무성 권영세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대표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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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 밖에도 ▲ 헌신짝처럼 내버린 경제민주화 ▲ 검찰개혁 실종 ▲ 국가 책임 보육 시행 약속 위반 ▲ 공허한 대학 기숙사 확충 및 기숙사비 인하 ▲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약속 위반 ▲ 희생양이 되어 버림 받은 농어민 ▲ 지역균형발전 포기 등을 '국민 기만 10대 공약'에 포함시켰다.

일단,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는 경제민주화를 내세웠지만 중요한 시점마다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경제민주화의 후퇴 내지는 폐기에 들어갔다"며 "5월 이후 경제민주화 입법 필요성이 제기되자 '기업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왜곡되면 안 된다'며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강조한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 도입이 요원해, 검찰 개혁에 의지가 없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민주당은 "여야가 상설특검제 및 특별감찰관제의 도입과 대검 중수부 폐지, 법무부 주요 요직에 대한 검사 임용 제한 등 입법조치를 완료하기로 합의했지만 정부·여당은 법 개정사항이 아니라거나 제도 특검이 우선이라는 구실을 대며 관련 법 개정을 미뤄 검찰개혁의 근본취지를 무색시켰다"고 힐난했다.

'국가책임 보육 시행' 역시 새누리당과 정부가 영유아보육법개정안(무상보육 국고보조율 인상이 골자) 통과를 저지했을 뿐 아니라, 무상보육 사업 중단 위기가 불거졌음에도 박근혜 정부는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행복기숙사 사업을 통해 사립대 기숙사의 1/3 가격으로 기숙사를 제공하고 사립대 기숙사비를 20~30% 인하 유도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 추진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행복기숙사는 현재까지도 건립부지를 물색하고 있어 하반기에 추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2015년 전작권 전환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 7월 전작권 전환 시기를 연기하자고 제안한 것이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농어민에 대해서도 "희망농어촌을 만들겠다"는 대선 전 공약과 달리, 박근혜 정부는 농어업 예산을 4년간 5조 2000억 원씩 감소 시켰고 '농어민에 대한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를 추진해 농어민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공약에는 모두 124조 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필요한 것으로 예측됐는데, 정부는 재원 마련방안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어 이 역시 비판이 일고 있다. 또 부산지역공약 1호인 '해수부 부산 유치'는 아무 해명 없이 폐기되고 해수부는 세종청사로 입주했다. 충청권역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도 '기초과학연구원'을 과학벨트 거점지구인 둔곡지구가 아닌 대전엑스포과학공원으로 이전하는 수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장 정책위의장은 "원칙과 신뢰를 그토록 강조하는 박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경제민주화, 기초 연금,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등 대선 핵심 공약들을 폐기하거나 뒤집었다"고 꼬집었다.

"박근혜가 바꾸네? 박근혜가 말 바꾸네!"


'원칙과 신뢰'는 박 대통령을 상징하는 하나의 시그널로 작용해 왔다. 이 같은 이미지를 등에 업고 박 대통령 본인도 대선 후보 시절 "나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한 번 드린 약속은 반드시 지켜왔다"(대선후보 출마 선언문), "말 바꾸기, 빌 공 자(空) '공약' 이렇게 해서는 정치인들 말을 안 믿는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하겠다"(대통령 후보 첫 TV 토론)는 등의 말을 누차 강조해왔다.

그러나 취임 6개월 후 받아든 성적표에는 빌 공 자가 상당수 찍혀 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작년 7월 29일 박근혜 후보 캠프 건물 외벽에 '박근혜가 바꾸네!'라는 현수막이 걸렸으나 대통령 취임 6개월을 맞이해 '박근혜가 말바꾸네'로 변질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선거 때 했던 말은 뒤집으면 그만이고 공약은 안 지키면 그만이며, 대통령은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가 국민 불행과 정권 불행의 시작"이라며 "대통령이 선거 당시 약속을 헌신짝처럼 생각하면 골목마다 아이들이 '바꾸네 바꾸네 박근혜가 말바꾸네 선거때는 백지수표, 당선되면 부도수표' 이런 노래를 부르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개탄했다.


태그:#박근혜 , #6개월, #10대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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