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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KGB 문화제가 국정원 앞에서 열렸다.
 첩첩산중 KGB 문화제가 국정원 앞에서 열렸다.
ⓒ 최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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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국정원 앞에서 피서중인 '국정원 감시단'에서 주최한 '첩첩산중 KGB(국정원(K) 게이트(G) 버스킹(B, 거리공연)) 촛불문화제(이하 KGB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문화제는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각종 발언과 공연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반대쪽에선 보수단체의 격렬한 반대 집회도 이어졌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 마침 '한대련 통일대행진단' 대학생들도 단체티를 맞춰 입고 국정원 앞에 도착했다. 난 그들보다 조금 앞서서 문화제 진행 장소로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5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다짜고짜 나에게 "너네 어디 지령 받고 왔냐", "북한이 시켰냐" 등의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너네 애미, 애비가 그렇게 가르치더냐" 등의 폭언도 서슴치 않았다.

단체티를 입고 있지도 않았고 그들과 떨어져서 걷고 있었는데도 단지 대학생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폭언과 욕설, 심지어 부모님 욕까지 들어야 하다니…. 화가 나서 눈물이 핑 돌았다. 이어서 그 남자는 한대련 대학생들에게도 욕설을 했고 폭력을 행사하려고 하기도 했다. 주위에는 많은 경찰들이 있었지만 몸싸움으로 번지기 직전에만 끼어드는 등의 소극적인 대처밖에 하지 않았다.

두 집회의 스피커 방향만 보아도 그 목적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KGB 문화제에서는 참가자들 방향으로 스피커가 놓여 있었지만, 맞불집회의 스피커는 볼륨이 최대로 높여진 채 KGB 문화제 쪽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KGB 문화제 사회자는 "이 문화제는 집회신고를 낸 합법집회이다, 문화제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서장에게 보호 요청을 했고 스피커 위치를 우리 쪽으로 저렇게 놓는 일 등은 제지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자 맞불집회 측에선 KGB 문화제 측의 발언 내용을 듣고 있었던 듯 "우리가 언제 집회 방해를 했냐"고 마이크로 맞받아쳐 KGB문화제 참가자들의 폭소를 일으키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지금!' 이라며 소리쳤다.

말이 되지 않는 맞불의 발언들 실소를 자아내

KGB 문화제가 열리는 반대편에선 맞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KGB 문화제가 열리는 반대편에선 맞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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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촛불 들고 띵가띵가 해서 취직 되겠냐", "자유민주주의에서 집회의 자유를 없애야 한다" 등의 맞불집회의 발언들은 KGB 문화제 참가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소시민들이 빨갱이 잡으러 왔다'고 주장하는 맞불집회 참가자들은 KGB 문화제 참가자들을 향해 마이크로 폭언도 일삼았다.

"학교에서 교육을 잘못 받아서 저렇다."
"너희 부모가 지금 너네가 이러고 있는 거 아냐?"

이어서 애국가를 틀어놓고 마이크로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KGB 문화제 참가자들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노래, 연극 공연과 발언을 이어 나갔다. 맞불집회 측의 큰 스피커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였지만 그보다 더 크게 노래를 부르고 함성을 질렀다.

일어나서 피켓을 든 학생들은 집회 내내 신나게 춤을 췄고 심지어 맞불집회 측에서 나오는 잘살아보세 등의 노래에도 춤을 췄다. 이광석 가수의 공연 때는 '일어나'에 맞춰 모두 일어나기도 하고 율동도 하였다.

이들을 보며 문득 20세기 초 미국의 혁명가 엠마 골드만(Emma Goldman)이 한 말이 떠올랐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KGB 문화제 참가 대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춤을 추고 있다.
 KGB 문화제 참가 대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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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정원, #KGB, #감시단, #맞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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