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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마리안느' 우표의 새 모델이 된 페멘 지도자 이나 셰브첸코.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마리안느' 우표의 새 모델이 된 페멘 지도자 이나 셰브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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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체 시위'로 유명한 우크라이나 여성 활동가가 프랑스 새 우표 모델로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인 바스티유 데이를 맞아 새로운 마리안느(Marianne) 우표를 공개했다.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 정신을 상징하는 마리안느는 들라크루아의 명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 등장하는 한 손에는 긴 총을, 한 손에는 삼색기를 들고 있는 여인이 그 모델이다. 프랑스는 4년에 한 번씩 새로운 마리안느 모델을 선정한다. 지금까지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카트린느 드뇌브 등이 모델이 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마리안느 모델은 프랑스인이 아닌 우크라이나인이다. 반나체 시위를 하는 페미니즘 활동가 그룹인 '페멘(FEMEN)'의 지도자, 이나 셰브첸코(23)가 그 주인공. 셰브첸코는 2008년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 성극단주의(Sextremism) 여성운동 단체 '페멘'의 창립자 가운데 한 명이다.

"페멘, 자유·평등·박애 가치 가장 잘 구현해"

시위를 벌이는 페멘 활동가들. 이들은 상의를 벗고, 자신의 몸에 메시지를 쓴다.
 시위를 벌이는 페멘 활동가들. 이들은 상의를 벗고, 자신의 몸에 메시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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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드 대통령이 공개한 우표에는 긴 머리의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한쪽 손을 자신의 얼굴 쪽으로 들어 올리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프랑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표 공개 당시만 하더라도 모델의 '정체'를 몰랐던 올랑드 대통령은 이 초상이 자신이 임기 동안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던 젊은이들을 상징한다며 만족스러워했다고 한다.

이후 누가 우표의 모델인지 알고 싶다는 요구가 빗발치자,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인 올리비에 시아파는 자신의 트위터에 "여러 여성들을 섞은 것이지만 특히 페멘의 창립자인 이나 셰브첸코를 모델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그녀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으며, 페미니즘에서는 이러한 가치가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페멘은 가부장제가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 '독재' 그리고 '종교', 세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보고, 이에 저항한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누드 시위'다. 상반신을 탈의하고, 자신의 몸에 메시지를 쓴다. 그리고 거리로 나가 절규한다. 이들의 토플리스(Topless) 시위는 가는 곳마다 화제가 된다. 페멘 활동가들이 반나체로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최근에는 독일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앞에 나타나 그에게 "독재자"라고 외쳐 화제가 됐다. 

이들이 '누드 시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셰브첸코는 지난 2월, <허핑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여성을 남성의 노예로 만드는 것의 가장 핵심은 그녀의 몸을 통제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방식은 '뷰티산업'의 화려함부터 음핵 절제, 염산 투척과 같은 야만적인 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몸은 가부장제의 착취대상이며,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는 여성억압의 주요도구가 된다는 것이 셰브첸코의 설명이다. 

이어 셰브첸코는 "여성이 옷을 벗는 것은 가부장적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여성자유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무기로서 옷을 벗는 것은 페미니즘의 새로운 방법이다. 우리는 우리가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벗는다. 여성의 몸은 부정당했고 이용당했고 팔렸고 학대당했고, 외설적이고 더럽고 죄가 있는 것처럼 생각됐다. 여성의 몸은 항상 너무 많았고, 혹은 충분하지 않았다. 이러한 생각은 여성 스스로에게 전염됐다. 현대페미니즘의 가장 큰 고민은 여성의 몸을 가부장제의 문화적·경제적 기계에서 벗어나 이것의 올바른 주인에게 올려줄 것인가다. 여성의 몸을 이용해서 전 세계에 있는 여성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들의 시위방식을 놓고서는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 '페멘'의 활동은 세계 각지로 확대되고 있다. 페멘에 따르면 2012년 10월 기준, 페멘의 우크라이나 활동가는 40여 명, 해외 활동가는 100여 명에 이른다.

"여성의 존엄성, 프랑스 주권에 대한 공격"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키예브에서 나무 십자가를 쇠톱으로 자르고 있는 이나 셰브첸코. 이후 셰브첸코는 우크라이나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했다.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키예브에서 나무 십자가를 쇠톱으로 자르고 있는 이나 셰브첸코. 이후 셰브첸코는 우크라이나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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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브첸코는 페멘 활동가 가운데 가장 얼굴이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그녀는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키예프 광장에서 러시아의 페미니즘 펑크록 그룹인 '푸시 라이엇' 체포에 반대하는 의미로 8m짜리 나무 십자가를 쇠톱으로 자르는 시위를 했다. 푸시 라이엇은 모스크바의 한 성당에서 푸틴에 반대하는 공연을 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셰브첸코는 우크라이나를 떠나 프랑스로 건너왔다. 지난 8일 셰브첸코는 프랑스 난민보호국이 자신의 망명요청을 받아들였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언론에 전했다.

페멘은 프랑스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프랑스 파리에는 페멘의 유럽본부가 있다. 지난 5월 페멘은 '잔다르크의 날'을 기념하는 극우단체들의 행진장소에 나타나 이들을 "나치주의자"라고 공격했다. 이에 극우단체는 페멘을 향해 "창녀!", "죽어라"고 외치며 맞섰다. 70대 극우 역사학자가 프랑스 동성결혼법 합법화에 반대하며 노트르담 성당에서 권총으로 목숨을 끊은 다음 날, 페멘 활동가는 같은 장소에서 '권총자살' 퍼포먼스를 했다. 그녀의 가슴에는 "파시스트는 지옥에나 가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셰브첸코가 '마리안느'의 모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프랑스 보수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전 기독민주당 대표 크리스틴 부탱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것은 여성의 존엄성과 프랑스 주권에 대한 공격"며 분노했다. 우표를 '보이콧'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랑드 대통령에게 디자인 선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운동도 시작됐다.  

한편, 셰브첸코는 자신이 프랑스 새 우표의 모델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페멘이 프랑스 우표에 등장했다. 이제 모든 호모포비아들, 극단주의자들, 파시스트들은 그들이 편지를 보낼 때마다 내 엉덩이를 핥아야 할 것이다."

프랑스 새 우표 모델이 페멘(FEMEN)의 지도자 이나 셰브첸코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셰브첸코는 자신의 트위터에 "페멘이 프랑스 우표에 등장했다. 이제 모든 호모포비아들, 극단주의자들, 파시스트들은 그들이 편지를 보낼 때마다 내 엉덩이를 핥아야 할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를 형상화한 그림.
 프랑스 새 우표 모델이 페멘(FEMEN)의 지도자 이나 셰브첸코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셰브첸코는 자신의 트위터에 "페멘이 프랑스 우표에 등장했다. 이제 모든 호모포비아들, 극단주의자들, 파시스트들은 그들이 편지를 보낼 때마다 내 엉덩이를 핥아야 할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를 형상화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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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페멘, #피멘, #마리안느,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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