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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가 바뀌었다. 먼저 환벽당 탐방을 하고 식영정을 들렀더라면 이야기가 조금 쉽게 전개 되었을 텐데…. 무등산 자락 탐방 세 번째, 환벽당이다. 환벽당과 식영정, 송강정, 충장사, 소쇄원 등 얽히고설킨 드라마 같은 '역사길'을 탐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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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벽당 마당에는 여러가지 꽃과 곤충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1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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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눈에 띄는 것은 보존되고 있는 생태계다. 창계천의 반영을 보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다. 매미와 나비, 초지, 습지 등이 그것이다. 푸른 숲 속에서 구슬피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작은 실개천 호수에 여운이 되어 내 가슴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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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창계천 1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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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어린 시절 송강 정철이 멱을 감지 않았다면 송강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청렴하고 강직한 대쪽 같은 이미지만 역사에 기록될 수도 있었다. 기축옥사라는 희대의 살육 사건에 적어도 연루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김윤제는 송강 정철을 알아본다. 순천에 가기 위해 냇가에서 잠깐 멱 감는 사이 을사사화를 피해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윤제의 눈에 띈 것이다. 이것이 운명인가 보다. 용의 상을 알아보고 거둬들인 김윤제야말로 갈 곳 없는 송강 정철에게는 기회의 화신인 셈이다. 송강은 과거에 급제하기까지 김인후, 기대승 등에게 사사하면서 이곳에 머문다.

그리고 김윤제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외손녀와 혼인을 시킨다. 이후부터는 요새 말로 송강 정철의 멘토가 된 셈이다. 관에 진출할 때까지 모든 뒷바라지를 해주었다. 부귀와 영화를 송두리째 얻게 되었다. 그러니까 여기까지만이다. 만약 옥사와 연루되지 않고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하여 임을 그리워하였다면 충절과 일편단심과 대쪽만 기억하면 되는 것이기에….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  그러나 문화적 유산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고 다짐한 터이기에 높이 올려다 보이는 정자를 향해 한 계단씩 한계단씩 발을 옮긴다. 장마가 습도와 더위를 함께 몰고 왔나 보다. 온몸이 땀으로 적셔졌다.

담장위의 이끼 낀 기와가 세월의 흔적을 말해 주고 있다.
▲ 기와 담장위의 이끼 낀 기와가 세월의 흔적을 말해 주고 있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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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사진을 담는다면 무엇을 주제로 해야 되나. 눈으로 보려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보려는 것이다. 주위 배경과 전경은 기본이다. 그리고 정철, 김성원 등이 학문을 연마했던 마루. 문틀 사이로 내려다보는 백일홍, 담벼락과 기와 등을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서 담아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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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자로 오르는 돌계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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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계단 정도를 올랐을까. 환벽당 이름에 맞는 초원이 시야에 들어온다. 연꽃 한 송이 달랑 핀 연못도 보인다. 손님을 반기듯 나비들이 쌍쌍이 날아들더니 개망초 꽃 위에 살포시 앉아 날갯짓을 한다. 곤충 채집을 했던 어린 시절이 파노라마가 되어 다가온다. 이곳은 자연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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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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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위쪽으로 축대에 올라서니 푸름을 사방에 둘렀다는 환벽당의 현판이 눈에 띈다. 당시 신잠이 이름을 짓고 송시열이 글을 썼다고 한다. 우측으로 멀리 무등산이 한눈에 보이고 넓은 마당과 고목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 방에서 김윤제는 어린 정철과 김성원을 가르쳤고, 김덕령·김덕보 형제도 가르쳤다.

사촌 김윤제가 정철, 김성원, 김덕령 등을 가르치고 임억령, 김인후 등과 교류하던 곳. 조자이와 임억령의 시가 걸려있다.
▲ 환벽당 사촌 김윤제가 정철, 김성원, 김덕령 등을 가르치고 임억령, 김인후 등과 교류하던 곳. 조자이와 임억령의 시가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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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벽당의 석천 임억령 시(한시 번역)

연기의 기운인지 구름까지 겸했는지
거문고 소리인지 물소리가 섞이었는지
석양 무렵 거나하게 취해서 돌아오니
모래 길에 대밭 가마 소리쳐 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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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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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식영정, 환벽당의 탐방이 끝나고 다음에는 소쇄원을 돌아볼 차례다. 이번 탐사가 시대 상황이라든가 당쟁의 중심에 서 있던 송강에 대한 역사적 탐구가 아닌 유적지에 대한  이미지 촬영이기 때문에 그분들을 깊이 알기에는 여러가지로 미흡한 점이 많다.

그러나 그 분들이 아니라면 이곳 성산의 아름다움을 그 누가 노래 할 수 있었을까.


태그:#환벽당, #김윤제, #송강정철, #임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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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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