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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계속된 폭염이 끝나고 2일(화)부터 우리나라에 장맛비가 시작됐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이번 장맛비는 지역적으로 편차가 클 전망이다. 케이웨더는 "강수대의 폭이 좁아 지역에 따라 강수량의 차이가 크겠으며, 비가 일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지역에 따라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오는 곳도 있겠다"고 전망했다.

2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누적 강수량은 장봉도(인천) 63.0㎜, 부평 53.0㎜, 인천 46.2㎜, 서울 41.5㎜로 짧은 시간에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렸다. 장마전선은 남북을 오르내리면서 다음 주 초반까지 길게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평균기온 상승, 집중호우 발생 가능성도 커져

최근 몇 년 사이 이 같은 집중호우(集中豪雨·한 지역에서 짧은 시간에 내리는 많은 양의 강한 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6대 도시의 평균시온은 약 1.8℃(전 세계 평균기온이 0.74℃ 상승) 가량 오르면서 대기 중의 수증기 양이 증가해 특정지역에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일될 때 대규모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최근 서울 여의도 근교에 호우가 내리고 있는 모습
 최근 서울 여의도 근교에 호우가 내리고 있는 모습
ⓒ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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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집중호우는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서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즉 시간과 공간적 집중성이 매우 강한 비를 의미한다. 그 구역의 직경이 20∼40km 정도로 좁은 것도 많아 이런 집중호우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렵다.

집중호우에 대한 통일된 정의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한 시간에 30㎜ 이상이나 하루에 80㎜ 이상의 비가 내릴 때, 또는 연강수량의 10%에 상당한 비가 하루에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집중호우는 지속 시간이 수십 분에서 수 시간 정도이다.

천둥·번개를 동반하기도 한다. 태풍·장마전선·발달한 저기압·수렴대(대기나 해수가 안쪽으로 모여들어 가는 현상) 등에 동반돼 2∼3일간 지속되기도 한다. 집중호우는 주로 강한 상승기류에 의해 형성되는 적란운(뇌운)에서 발생한다. 이는 장마전선이나 태풍, 저기압과 고기압 가장자리의 불안정에서 비롯된다.

적란운은 약 1000∼1500만t의 물을 포함하고 있는 거대한 하늘의 저수지라고 볼 수 있다. 이 구름이 한곳에 정체하면서 계속 비가 내릴 때 집중호우가 되는 것이다. 이 구름의 수명은 1∼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으나, 주변의 기상 조건이 맞으면 생성하고 소멸하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며칠 동안 계속되는 때도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987년 7월 21∼23일 사이 금강하류에 호우가 내려 전국에서 129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고 259명이 부상을 입었다. 1만세대 이상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습설' 발견으로 집중호우 가능성 여부는 예측할 수 있게 돼

당시만 해도 이런 종류의 호우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이러한 집중호우를 단순 기류성 호우라고도 했다. 그 후 연구가 진전되면서 기상청은 집중호우의 원인이 '습설(濕舌)'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습설이란 습기가 많은 기단이 가늘고 긴 혀 모양으로 침입하고 있는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북태평양고기압 주변을 따라 고온다습한 기단이 북상해 가는 동안 수렴이 일어나면 폭이 좁고 두꺼운 기단이 혀모양으로 파고들어 그곳에서 호우가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집중호우 예보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1987년 금강하류 호우 당시의 상층일기도를 보면 종종 습설의 북서쪽에 한랭한 기압골이 있다. 또 습설이 있는 곳의 700hPa 고도 부근에는 종종 소규모 제트기류가 관측된다. 현재는 이와 같은 현상을 보고 호우라고 단정하지는 않지만, 호우의 가능성 여부만큼은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집중호우는 장마와 태풍과는 달리 예측이 어려워 한번 발생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금강하류 호우 당시 위성사진
 금강하류 호우 당시 위성사진
ⓒ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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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2011년 수도권 일대를 초토화 시킨 집중호우는 서울의 경우 단 3일(7월 26~28일)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중부지방에서 7월 27일 하루 만에 이 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인 1100~1400㎜의 4분의 1정도가 내렸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와 함께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고 우면산 산사태 등이 발생했다.

27일 서울 및 경기북부 지역의 강수량은 300㎜ 이상으로 기록됐다. 이날 최대 강수량은 양주시 은현면으로 466.5㎜ 였다. 서울 우면산 산타태가 난 27일 오전 서울 관악구는 시간당 113.0㎜(오전 8시 41분 관측), 서초구에도 시간당 86.0㎜(오전 8시 43분 관측)의 비가 내렸다.

호우주의보는 6시간 동안 누적 강우량이 70㎜ 이상, 12시간에 110㎜ 이상으로 예상될 때 발표되는데 당시 1시간도 되지 않아 호우주의보 기준을 훌쩍 넘겼다.

또한 같은 해 전국적으로도 많은 비가 내려 '여름철(6~8월) 평균 강수량'은 최근 10년(2001~2010)에 비해 36%(768.7㎜→1047.4㎜)나 높았으며, 시간당 30㎜ 이상 강수량 발생빈도(82번→133번)는 62% 증가했다.

이러한 국내 집중호우의 원인에 대해 기상청은 "남쪽에 따뜻하고 습윤한 공기가 올라오고 상층에서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와 만나면 급격하게 대기 불안정이 발생한다"며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 중의 수증기가 많아져 집중호우의 강도와 빈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2011년 발생한 집중호우는 인구와 사회기반시설이 밀집된 서울 및 수도권 도심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혀 자연재해가 도심권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2010년 이후 강남일대가 반복적으로 침수돼 정부의 미흡한 침수방지대책이 피해규모를 더 키웠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11년 집중호우 발생 이후 정부도 대책 강화

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집중호우·폭설·가뭄 등이 더 이상 이변이 아니라 일상화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난 관리에 있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2011년 12월 8일 정부부처·지자체·민간전문가가 협력하는 재난관리 개선 합동 T/F가 구성돼 '기후변화 대응 재난관리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재난관리 대책은 ▶선진형 기상예측시스템 구축 ▶도시 빗물처리시설 대폭 확충 ▶생활권 주변 재해 취약시설 및 위험요인 정비 ▶100년 빈도 홍수에도 든든한 하천 조성 ▶산사태 예방 사업 대폭 확대 ▶방재기준 선진화 ▶자연재해 보험 활성화 ▶특별재난지역선포 등 재난 복구·지원 제도 개선 등으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집중호우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상예측 및 예보능력 향상을 위해 고해상도 예측모델 및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고해상도 예측모델을 통해 해상도가 12km→1.5km 수준까지 개성돼 보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지고, 2019년에 완료 예정인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통해 그동안 우리나라 기상특성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던 점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집중호우에 취약성이 드러난 도시의 방재역량을 높이는데 역점을 두고 '도시 빗물처리시설을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계획대로 예방투자가 이뤄지면, 서울시에서 50년 빈도(102㎜/hr) 비가 내릴 경우 홍수량이 기존 18.2%에서 1.3%로 줄어 도심침수도 완화될 전망이다.

산사태
 산사태
ⓒ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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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후변화에 따른 돌발홍수 등에도 버틸 수 있는 하천으로 정비해 나간다. 국가하천의 주요 취약구간은 2015년까지, 나머지 구간도 2020년까지 정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홍수에 따른 하천피해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지만 비교적 정비가 미흡했던 소하천 역시 10년 내 60% 수준까지 정비할 예정이다.

산사태 예방효과가 큰 사방댐을 10년간 매년 1000개소 설치하고, 도시․생활권 주변부터 재해방지용 숲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태풍·해일 피해가 우려되는 해안 산업단지 위주로 해안방재림도 확대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집중호우, #기후변화, #습설, #적란운,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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