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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 메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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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공정, 품위, 팩트를 4대 가치로 한 방송뉴스를 만들겠다."

지난 13일 JTBC에 첫 출근한 손석희 JTBC 신임 보도담당 사장의 발언 중 일부다. 10일 전격적으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마이크와 성신여대 교수직을 내려놓은 그는 방송 마지막 멘트를 통해 "정론의 저널리즘을 제 의지로 한번 실천해보기 위해 떠난다. 훗날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MBC를 넘어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상징적 인물이던 손석희 전 교수, 아니 손석희 신임 사장이 종편의 품에 안겼다. 여기서 먼저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단연 현재 MBC의 위치다. <100분토론>은 물론 13년 간 진행해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돋보였던 것은 손 신임사장의 균형감각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JTBC 첫 내부 발언에서 '균형'을 먼저 거론했다는 점을 통해 MBC의 현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MBC <PD수첩>을 비롯해 <뉴스데스크> 등 김재철 전 사장이 완전히 체질개선 시켜버린 MBC 시사보도 부문 말이다.

<PD수첩> 최승호 PD가 <뉴스타파>로 떠나고, 주말 <뉴스데스크> 최일구 앵커가 <SNL 코리아>에 출연하고, "손석희 선배가 스승이었다"던 오상진 아나운서를 프리랜서 예능인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던 김재철 전 사장 이후의 MBC.

JTBC를 선택한 손 신임사장의 선택이 '종편보다 못한 MBC'란 MBC 안팎의 자조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손 신임 사장이 강조하는 균형, JTBC에서 가능할까?

손 신임사장은 또 시사주간지 <시사IN>과의 인터뷰(제296호)를 통해선 "우리가 사실 골이 좀 깊게 팬 사회다, 내 판단에는 그 회사가 그런 면(진보·보수의 갈등문제)에서 비교적 합리적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왔던 방송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다. <시선집중> 등에서 추구했던 저널리즘이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첨예한 가치관이 부딪칠 때에는 당연히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팩트가 확실하다면, 거기서까지 균형을 찾을 필요는 없다. 팩트만 확실하다면 당연히 팩트 위주로 간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의 균형, 그리고 팩트의 문제. 손 신임 사장은 이 두 가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JTBC의 보도부문 사장으로서 종편 4사 중 보도부문 비율이 가장 낮고 시청률도 저조했던 JTBC를 수술대에 올려 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JTBC라면 MBC는 물론 공영방송에서도 여전히 지적 받아온 진보와 보수, 그 균형의 황금비율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일단 손 사장은 "마이크는 잡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되돌아 보자. 망가져 버린 MBC에서 끝내 마이크를 내려 놓지 않았던 그였기에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여러 정치인들과 사회적 현안과 관련된 인사들과의 시원한 돌직구 인터뷰가 가능했다.

이 진행자의 몫은 분명 어떤 작가와 PD를 데려와도 채울 수 없는 빈자리다. MBC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을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그가 진행하는 <100분토론>이 지금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 지를 말이다. 그런 점에서 손 사장이 구현할 '균형'을 잡아줄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JTBC를 비롯해 CJ E&M으로 이적한 드라마와 예능 PD들처럼, 손 사장 역시 기존의 인력들 중 그 '균형'을 맞춰줄 인사들을 스카우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로 그 지점과 관련해서, 손 사장은 '종편', 그리고 중앙일보와 삼성이란 태생적 한계점을 잉태한 JTBC의 색깔을 온전히 바꿔나갈 수 있을까.

손석희가 바꾸느냐, 손석희가 바뀌느냐

2006년 3월 6일 오후 서울 성신여대에서 교수가 된 후 처음으로 강단에 선 손석희 전 MBC 아나운서 국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2006년 3월 6일 오후 서울 성신여대에서 교수가 된 후 처음으로 강단에 선 손석희 전 MBC 아나운서 국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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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우려되는 지점은 (매형인 주철환 JTBC 대PD의 설득은 차치하더라도) 손 사장 개인의 선택과 변신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그가 바꿔나갈 우리 사회와 언론의 지형이 어느 정도 보장될 것이냐는 점이리라. 

"결국 '손석희가 바꾸느냐, 손석희가 바뀌느냐'의 문제인데, 어차피 종편인 이상 보수적 성향이 바뀌기는 힘들 겁니다. 다만 jtbc는 손석희를 영입하여 합리적 보수의 스탠스를 선점함으로써 막장방송 tv조선이나 채널 A와 차별화하려 하겠죠."

진중권 동아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중이 싫어 떠난 절이 또 다른 절에서 암초에 부딪치는 상황은 손 사장 본인이나 그를 응원했던 수 많은 시청자들과 언론인들 모두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 보도 역시 팩트에 근거하겠다'는 손 사장의 다짐에 쉬이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것은 비단 기우일 뿐일까.

한편으론 손 사장의 이탈과 함께 더욱 더 공허해진 공중파의 자리 또한 염려스럽다. <뉴스타파>와 같은 대안언론의 지치지 않는 활약이야 물론 반갑다. 하지만 영국의 BBC와 같이 공영방송을 무기 삼아 균형 잡힌 보도는 물론 다큐나 예술영화지원에까지 영향력을 유지하는 선도적인 공영방송은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꿈꿀 수 없을지 모를 일이다.

'손석희' 개인의 선택이 그 정도냐 반문한다면, 고개를 저을 수는 있다. 하지만 (종편은 제외하더라도) 현 지상파 3사의 시사보도부문이 던져주는 참담함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시대가 주는 메시지는 꽤나 시의적절 해 보인다. 정권을 장악한 '보수'의 틀이 방송 시장에서 '균형'의 스탠스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는 유일한 '균형추'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앞뒤 안 가리고 (낸시랭과의 논쟁을 거친 후 윤창중은 옹호하면서) 손 사장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검색어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같은 무리들은 제발 잠자코 있으시라. 하긴, 말려도 소용이 없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차피 TV조선이나 채널A가 사랑하는 변 대표는 이제 JTBC와도 전선을 긋기 시작할 테니까 말이다. 


태그:#손석희, #손석희의시선집중, #MBC, #JTBC,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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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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