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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 아이의 아빠다. 첫째는 초등학교 2학년, 둘째는 초등학교 1학년, 막내는 만 7개월이고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2009년 1월 조기은퇴(직장생활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를 하고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다. 사업초기에는 경험도 없고, 밑천도 넉넉치 않아 일단 재택근무로 시작했다가 싹수를 보고 이후를 생각하기로 했다. 집에서 일을 하니 경상비에 대한 부담은 적었다. 그러나 작업과 생활이 한 공간이어서, 처음 의도와는 달리 명확히 분리되었던 업무와 가사가 점차 희석 되어졌다. 급기야 육아의 부분까지 감당하게 되었다.

육아나 가사일을 하는 남성들에 대한 시선이 좀 더 자연스러워 져야 다양한 가족형태가 나올수 있을 것이다.
 육아나 가사일을 하는 남성들에 대한 시선이 좀 더 자연스러워 져야 다양한 가족형태가 나올수 있을 것이다.
ⓒ 대전충남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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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닐 때는 집에서 몸만 빠져나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 끝이었는데 재택을 하다보니 하루종일 업무, 가사, 육아가 반복되었다. 그렇게 시간은 만 4년이 지났고, 두 딸아이는 아빠의 노고(?)에 힘입어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 할 수 있었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가사와 육아는 셋째의 탄생과 더불어 반복되었다.

재택을 하면서 나를 당혹스럽게 하거나 불편하게 했던 질문과 일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세 가지만 꼽자면 첫째는 "어디서 일하냐"는 질문이다. 직장을 다닐 때는 직장명을 말하면 되는데, 직장을 다니지 않으니 "집에서 일해요"라고 말하기가 쑥스럽다(실제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집에서 일해요"라고 대답한다). "어디서 일해?"라는 질문보다는 "요즘 어떤 일해?" 또는 "요즘 무엇하고 지내?"라는 질문을 받고 싶다.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하원 시킬 때다. 막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커다란 홀이 있고 홀을 중심으로 교실이 배치되어 있다. 내가 아이를 찾는 시간은 오후 4시인데 그 시간은 아이들의 자유놀이 시간이다. 내 맘 같아서야 우리 아이만 쏙 빼오고 싶은 심정이나, 0세반인 아이의 교실까지 가려면 이 홀을 꼭 통과해야 한다.

내가 문을 열고 홀에 진입하자마자 놀고 있던 아이들은 나를 향해 "아빠"라고 외치며 달려오고 나는 어색한 미소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선생님들과 눈인사를 교환한다. 개방된 공간이 보호의 시선들 속에서 안전하게 놀기에는 좋겠지만 내 아이만 데리고 갈 때 다른 아이들의 눈빛을 보면, 괜히 미안하다.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 부분은 반대로 내가 극복해야 될 마음가짐인데 나는 여전히 성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학교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둘째에게는 나의 수고가 필요하다. 요일별 시간표도, 방과후 수업시간도 다를 경우가 있다. 특히 1학년 3월 한달은 수업이 탄력적이다. 이 달 2~3주는 집과 학교를 왕복 세 번 왔다 갔다 한다. 아이들의 하교를 위해 기다리는 사람중에는 여성이 많고(엄마, 할머니 순) 그 다음 남성(할아버지, 아빠 순) 그리고 태권도 선생님이다. 나는 이 시간이 부담스럽다. 엄마가 아닌 아빠라서 부담스럽고, 남들 일할 시간에 아이를 기다리는 내 모습이 초라해 보여서 싫다. 그러나 본질을 보자면 아이를 위해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우선이다.

2012년 10월 여성가족부 여성정책 수요조사를 보면 조사대상자의 42.4%는 남성 전업주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답했고 35.1%는 중립적, 22.5%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20대 응답자는 남성 전업주부에 긍정하는 비율이 50%라고 한다.

우리가 많은 지표에서 보았듯이 이미 살아가는 모습은 다양해졌고, 형태는 더 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구성하고 있는 방식이 맞다, 틀리다로 이야기 할 수 없다. 우리집 같이 아빠가 집에 있는 시간이 엄마보다 더 긴 집이 있는가하면, 엄마 또는 아빠가 이주외국인 일 수도 있고, 엄마랑만 살거나, 아빠랑만 사는 집도 있을 수 있다. 더 확장해보면 엄마, 아빠가 같은 성일 수도 있고, 삼촌이나 이모가 아빠나 엄마를 대신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다양한 삶의 모습에 공감을 불어 넣어 주거나, 내가 힘들어 했던 역할극복을 위해서 문화를 만들어 주어야 하고 그 문화의 시작은 아이들의 교육일 수 있고, 행복을 위한 100가지의 선택이 있다고 한다면 그 100가지를 모두 존중해줘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남성전업주부, #육아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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