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은 또 증발했다. 진짜로 시즌 경기 수를 줄이든지 플레이오프 일정을 줄이든지 해야 하나 보다. 돈 있는 구세주가 '짠' 하고 나타나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 시즌을 앞당기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줄이는 것도 이제 좀 심도 있게 논의했음 한다. 제발 힘 좀 키우자. 그게 아니면 겹치질 않았으면 한다.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다. 그 순간 농구팬들의 '중계채널' 찾기도 한창이 됐다. 공중파는 당연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하다하다 못해 스포츠케이블채널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몇 년 전 챔프전 결승을 모 게임채널에서 방송했던 참사가 떠올랐다.

인터넷 중계로 보면 되지 뭘 그리 유난떠느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거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스포츠 저 스포츠 보는 팬들에게 적어도 농구는 끝난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가령 A라는 사람이 퇴근 후 녹초가 됐다. 이 A라는 사람은 야구도 좋아하고 농구도 좋아한다. 대중적인 스포츠를 거의 다 좋아하기에 큰 차이는 없다. A가 컴퓨터 책상에 다리 올리고 앉아서 인터넷 중계로 농구를 볼 확률과 소파나 방바닥에 누워 TV로 야구를 볼 확률은 차이가 있다.

찾아서 뒤적거리는 팬들만 농구팬이 아니다. 분식집에서 스포츠 채널 돌리는 주인아저씨도 농구 볼 수 있어야 한다. 하루 종일 TV 보는 외로운 노인 분들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맞벌이 하는 아내 퇴근 전에 거실에 대자로 뻗어있는 옆집 아저씨도 농구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KBL 입장에선 이런 사람들이 경기장에 오지 않는 비구매자일 수 있다. 하지만 TV로 보는 것과 인터넷으로 보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큰 차이가 난다. 구석구석을 파고들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모든 관심은 여기서 시작된다. 자연히 스포츠팬들은 자신이 본 것들의 기사 구독이 많아진다. 정보를 알고 싶은 호기심과 가벼운 관심사는 경험한 것들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A가 야구를 봤다면 그는 자신이 본 야구경기에서 놓친 것들이 궁금해진다. 나아가 또 다른 구장에서 펼쳐진 야구경기를 둘러싼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여신'을 앞세운 아나운서들이 나오는 리뷰 프로그램 시청으로 연결된다. 전혀 다른 채널이 되는 농구는 그 이후로 밀리는 셈이다.

농구를 밥만큼 좋아하는 나는 이 같은 일을 경험했다. 어제 류현진 선발 경기를 보고서는 한동안 거기서 헤맸다. 류현진이 퀄리티스타트를 한 과정을 어떻게 봤는지가 궁금했다. 상대팀인 샌프란시스코와 상대 선발투수 메디슨 범거너가 이제껏 어떤 투수였는지가 알고 싶었다.

보도를 뒤지던 중 류현진이 1루로 전력질주하지 않아 미국 기자들과 팬들에게 질타 받았다는 소식을 추가로 알게 됐다. 그때는 류현진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가 추가로 궁금해졌다. 그런 것들에 대한 옹호와 반박을 알고 난 뒤에는 향후 류현진의 등판 일정이 궁금해졌다. 이런 것들을 알아보다 보니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한 스포츠 관련 조사에 따르면 과거 종이 인쇄매체 시대와 비교해도 여전히 스포츠기사의 소비는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발달해 언제어디서나 누구든 스포츠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환경에서 의외의 결과다.

조사는 그 근거를 깔끔하게 내놨다. 자신이 본 경기를 기자를 비롯한 기타 여론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고 싶어 하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모 스포츠케이블방송은 '농구국가대표 방송'을 지향해왔다. 그런데 야구시즌이 시작하자마자 농구를 자사 다른 채널로 돌렸다. 야구는 이 채널을 비롯해 모든 경기가 스포츠채널에서 중계된다. 스포츠채널인지 야구채널인지는 모르겠다.

나도 야구를 정말 좋아하기에 이걸 두고 왈가왈부 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개인적인 농구팬으로서 섭섭할 뿐이다. 그러나 방송사 입장에서도 생각해줘야 하는 문제다. 시청률이 곧 광고료고 광고료는 방송사의 절대적인 수입원이다. 시장 원리에 따르면 이는 자연스런 결과다.

프로농구와 KBL 협회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가 문제다. 맞서 싸워 이길 힘을 기르든지 아니면 아예 맞서지 않는 것이 방법이다. 맞서지 않는다고 비겁하고 지는 게 아니다. 압축해서 재미를 보여주면 된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미디어와 친해지고 공존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이미 한선교 총재는 미디어스킨십을 누차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현실은 안타깝다. 미디어에 네이버만 있는 것은 아니다.

KBL 플레이오프는 이제 막 4강이다. 그런데 방송사 입장에서 농구시즌은 벌써 끝났다. 농구 중계를 찾아 멀쩡한 스포츠채널 다수를 두고 어이없는 채널로 리모컨을 돌려 보고 있으니, 나만 세상에서 흑백화면 처리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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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http://basketessay.co.kr
프로농구 중계 KBL 스포츠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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