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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때는 젖 주면 좋아하고 아하/ 아이 때는 노는 걸 좋아하고
저 가는 세월 속에 모두 변해가는 건 그것은 인생

철이 들어 친구도 알게 되고 아하/ 사랑하며 때로는 방황하며
저 가는 세월 속에 모두 변해가는 건 그것은 인생

시작도 알 수 없고 끝도 알 수 없네
영원한 시간 속에 잠시 서 있을 뿐
우리가 얻은 것은 진정 무엇이고
우리가 잃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저 가는 세월 속에 모두 변해가는 건 그것은 인생

어릴 때는 엄마가 필요하고 아하 커가면서 애인도 필요하고
저 가는 세월 속에 모두 변해가는 건 그것은 인생

부딪히는 갈등과 갈등 속에 아하/ 숨겨 있던 자신을 발견하며
저 가는 세월 속에 모두 변해가는 건 그것은 인생

변해간다... 찰나 같은 하루에도 새벽이 있고 한낮이 있으며 숨조차 풀풀 온몸에서 빠져나가는 일몰, 그리고 헛헛한 욕망을 옆에 누이고 토닥이는 밤이 있구나. 고작 24시간으로 제한된 이 짧은 흐름에도 저리도 많은 풍경이 존재하는구나. 아니 시간시간, 다, 변하는구나. 흘러간다는 건 변하는 거구나. 변하는 것이 마땅하구나. 시간은 경계가 없구나. 자연스럽게 다음 풍경, 다음 사건으로 스며드는 거구나.

태어나는 순간 무제한으로 얻어지는 게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밀지 않아도 떠난 시간은 부르지 않아도 늘 앞에 있었다. 따라서 늘 마주했던 건 '오늘'이었다. 오늘이 이어졌으므로 시간에 대한 분별에 나는 무지했다. 무지한 만큼 시간에게 느끼는 애착이나 애정도 무덤덤, 딱 그 정도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하루 중에 가장 많이 생각하는 단어가 '시간'이 됐다. 시간을 보고 시간을 느끼며 시간을 산다. 굳이 창을 열어 햇살의 기울기를 보지 않아도 거의 오차 없이 시간을 맞추는 시계가 몸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느낀다. 숨 쉬는 간격보다도 더 빠르게 흐르고 있는 시간을! 변하고 있는 시간 속의 나와 시간 속의 세상을! 그건 나로선 '변하는 것'에 대한 진심어린 수긍이며 '나이 듦'에 대한 명쾌한 인정이 아닐 수 없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오래전에 본 영화 속 대사이다. 아마도 마음이 변한 여자에게 남자가 했던 말로 기억된다. 나는 그때 남자의 저 대사에 기립박수를 쳤었다. 사랑이 사랑일 수 있음은, 더 정확히 말한다면 흔해빠진 남녀의 만남이 사랑이라는 지위를 획득하려면 '변하지 않는'에 내 온 생애를 건 방점을 찍었던 것 같다.

어디 사랑뿐이랴. 하늘 아래 돋아난 모든 것은 '변하지 않을' 때 가치와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믿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변한다는 것은 곧 원래의 것에 대한 배신이라고 혹평도 서슴지 않았다.

내게 변화는 곧 변질이었다. 내 사고는 내 안에서 견고했다. 아니 솔직히 말한다면 내 생각의 견고성을 위해 나는 스스로 청맹과니가 되어갔다. 세상살이에 맹목이며 창의성은 고사하고 거의 지진아 수준인 내 완고한 세계관, 그 안에서 나는 안전하다 믿었으나 위태로웠고 편하다 믿었으나 이방인처럼 두려웠음을... 이제야 고백한다.

최근 거의 보름간이나 나는 낮밤을 의식 못한 채 시간을 떠돌았다. 눈 떠 있는 시간이 낮이었고 잠깐 의식의 몽롱함을 느낄 때가 밤이라고 무조건 믿었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내쉬는 숨 한 번에도 생각은 수만 리를 오가고 분별없이 응시하는 시선 하나에도 고정된 풍경은 없다는 것을. 다... 변하고 있었다! 그것을 모른 체하고 살아왔을 뿐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도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하루이며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나와 같지 않다. 따라서 필요 욕구 충족 욕구도 변하고, 변하는 모든 것과 함께 우리는 살아간다. 살아간다는 건 진행형이다. 진행 자체가 변화이지 않은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변한다. 다만 먼저 변하는 쪽이 억울한 푸념을 받게 되는 것 뿐. 이 지당한 논리를 깨닫고 나니 세상에 이해 못 할 일이 없어졌다.  
"어릴 때는 엄마가 필요하고/ 철이 들어 친구도 알게 되고/ 사랑하며 때로는 방황하"기도 하지만, "영원한 시간 속에/ 잠시 서 있을 뿐"인 우리. 결국 "저 가는 세월 속에/모두 변해가는"게 인생인 것이다.

시간은 영속성을 근거로 가지지만, 사람이 지나고 있는 시간은 한시성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예전 같지 않은가? 그렇다면 인정하라. 그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라 변한 시간이 그를 데려갔음을. 그는 또 새로운 그의 시간을 살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 누구인가!


태그:#서석화, #시간, #인생, #변한다, #한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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