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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나는 빌라에 살았다. 지방에 내려와서는 한 층에 세 세대가 사는 집에 거주한다. 그만큼 이전과는 다른 따뜻함이 교차한다. 다 자기 하기 나름이겠지만, 서울서는 좀체 옆집과 이야기할 시간도 없었다. 직장에 들고나는 시간이 다들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목포에 내려 온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3층 건물 안에 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어서 그런지 너무 좋다. 더욱이 옆집 아이와 우리 집 큰 애가 같은 나이라 가족끼리도 더 친근하다. 이렇게 몇 년 살다보면 허물이 없어서 문도 활짝 열어 놓고 살지 모르겠다.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 책겉그림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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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주·박종숙의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를 읽으니 꼭 지금 살고 있는 집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럿이서 함께 사는 공동주택 말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 나온 집은 전세나 월세처럼 한데 어울려 사는 집은 아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함께 돈을 모아 땅을 사고, 자기가 필요한 만큼의 집을 짓고 꾸미며 사는 것이다. 이른바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만들기'를 줄여 부르는 '소행주'의 코하우징 주택프로젝트였던 것이다.

물론 집은 연립주택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다만 이윤을 창출하거나 세를 내 놓기 위한 집은 전혀 아니다. 집도 정사각형일 필요가 없다. 비록 겉모습은 다른 연립주택과 비슷할지 몰라도 그 내부와 각 층만큼은 전혀 다르다. 그야말로 맘껏 개성을 살리면서 어울려 사는 집이다.

일군의 마을 사람들은 1994년에 처음 만나 8년 남짓을 함께 보내는 동안 점차 관계가 무르익어 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마을에 터를 잡고 지금의 사람들과 계속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유아기를 보내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이었기에  대부분 전세살이를 하던 이들은 더 이상 이사 가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인 집을 마련하고 싶었다.(44쪽)

성미산 마을 사람들은 공동육아와 방과후학교와 먹을거리 공동체 그리고 마을 축제 등을 함께 벌이는 이들이다. 그것을 8년 넘게 해 왔다면 본래 태어난 동네 사람들보다도 정이 들대로 들었을 것이다. 그런 동네 이웃들과 헤어지는 것도 쉬운 게 아니고, 또 다른 전세나 월세를 구해 떠나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공동체 주택을 짓기로 한 게 바로 그 까닭이다.

이 책에는 모두 9세대가 함께 집을 짓고 산다. 이를테면 301호의 '느리네'와 302호의 '하하네', 401호의 '야호네'와 402호의 '풍뎅이네', 501호의 '지니네'와 502호의 '밤비네'와 503호의 '길모네', 그리고 601호의 '에이미네'와 602호의 '채송아네'가 그것이다.

각각의 집도 개성이 잘 묻어난다. 301호의 집은 '동굴 같은 집'에 '자궁 같은 방'을 그려냈다는 것이고, 302호는 빗소리와 책이 어우러지는 '청우서재'(聽雨書齋)이고, 401호는 아이들이 마음껏 뒹굴고 뛰놀 수 있는 집, 501호는 '아주 작은 집', 601호는 '다락이 있는 맞춤 공간 집'이다. 그만큼 집의 모양새와 분위기도 다르지만, 또 집 평수도 다양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입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공간이 따로 있다. 1층의 주차장과 계단과 복도가 그렇고, 2층의 커뮤니티공간, 그리고 옥상 공용공간도 그렇다. 커뮤니티공간은 책도 보고 차도 마시고, 또 음악을 듣고 영화도 함께 보는 공간이다.

생각할수록 가슴 설레는 집이지 않을까? 그렇더라도 문제는 있을 것이다. 아무리 친하게 서로 어울려서 산다 해도 가끔은 부부싸움을 할 것이니 말이다. 아이들한테도 소리 정도는 지르지 않을까? 사생활 보호는 과연 어떻게 해결해 가고 있을까?

"혹이 어제 밤에 쿵 하는 소리 못 들었어? 남편이랑 싸우다가 물건이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지난 밤에 우리 남편 소리지르는 거 안 들렸어?"
정말이지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말도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공사가 다른 건 몰라도 방음 하나는 끝내주게 잘 했나 보다 하고 웃으며 지나간 적이 있다. (155쪽)

그렇다. 서로가 속속들이 잘 안다고는 하지만 사생활은 보호해 줘야 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그 방법은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층간 소음을 최대한 막도록 하기 위해 방음패드를 두 겹으로 까는 데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적정수준의 자재와 쾌적함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비용은 꼭 생각해 두도록 당부한다. 그래야만 얼마 못 가 수리한다거나 보수해야 할 일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집의 조명을 형광등 대신 LED 조명으로 설치한 것도 그 하나의 예라 할 수 있겠다.

현재 '소행주'는 2호 집도 지었다고 한다. 앞으로는 그런 집들이 더 늘어나면 늘었지 그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만큼 한데 어울려 오래도록 사는 그 정과 편안함을 계속 붙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행주'는 꼭 다세대만 모여 사는 집을 짓는 건 아니다. 독립생활자들을 위한 공동주택도 많이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뜻이 있는 사람들은 이 '소행주' 코하우징 하우스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소행주.박종숙 지음, 현암사(2013)


태그:#소행주, #층간 소음, #청우서재, #코우하우징 주택 프로젝트,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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