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고은성-이지윤  "은성이는 어떤 공연이나 영화를 보고 오면 그걸 그대로 따라하는데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한 번은 영화배우 하정우 씨의 대사나 연기를 흉내 내는데 싱크로율이 기가 막히더라."

▲ <그리스>의 고은성-이지윤 "은성이는 어떤 공연이나 영화를 보고 오면 그걸 그대로 따라하는데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한 번은 영화배우 하정우 씨의 대사나 연기를 흉내 내는데 싱크로율이 기가 막히더라." ⓒ 박정환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했지만 가수가 꿈인 어느 아가씨가 있었다. 하지만 가수가 되려는 그녀의 꿈은 이상하게 멀어지기만 했다. 작년에도 가수로 데뷔할 뻔 했지만 어긋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로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지하철에서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한 신예 이지윤이다. 그런데 스타트가 좋다. 작은 배역이 아니라 주인공 역을 맡고 있어서다. 그녀는 지금 <그리스>의 여주인공 샌디로 그녀의 나래를 펴는 중이다.

남자는 대학교 뮤지컬페스티벌에서 다른 팀의 뮤지컬 공연을 보고는 갑자기 다니던 학교를 그만둔다. 뮤지컬페스티벌의 다른 팀 공연에서 문화적 충격을 너무나도 크게 받은 탓이다. 그리고는 서울로 무작정 상경해서 새롭게 뮤지컬 공부를 시작했다.

떨어지면 군대에 입대하려는 심정으로 응시한 오디션에 남자는 당당하게 붙었다. 비록 작은 배역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남자는 군대에 입대하지 않고 지금까지 연기와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부단한 연습과 많은 깨달음을 위해 되도록 많은책을 읽으려 노력하는 남자는 <그리스>의 주인공 고은성이다. <그리스>의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을 연기하는 고은성과 이지윤을 만나보았다.

- 그리스는 청춘 남녀의 로맨스를 다루는 뮤지컬이다. 상대와 호흡을 긴밀하게 유지해야 연기의 합을 유지할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상대 배역을 연기하는 고은성/이지윤애 대해 이야기해 달라.

이지윤(이하 이): "상대 배역이 남동생보다도 어린 4살 연하라 걱정을 많이 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걱정이 기우였던 것 같다. 굉장히 붙임성이 좋았다. 어떤 공연이나 영화를 보고 오면 그걸 그대로 따라하는데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겠다.(웃음)

한 번은 영화배우 하정우 씨의 대사나 연기를 흉내 내는데 싱크로율이 기가 막혔다. 이번에 처음 데뷔하는지라 연습하는 동안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고은성의 연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끼 많고, 일 욕심도 많고, 자기가 해야 할 건 확실히 하는 스타일이라 전혀 걱정하지 않았는데 내 직감이 맞았다.

첫 공연 후 반응이 너무나도 좋았다. 친구들이 첫 공연에 참석했는데 저는 안 보고 고은성만 볼 정도였다.(웃음) 인간적인 면으로 불 때 고은성은 동생 같으면서도 어른 같은 면이 있다. 파트너의 목소리와 연기, 대사 하나 하나가 맘에 안 든다면 자연스러운 연기는 불가능하다. 나이 차가 많이 나서 불편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스>의 고은성-이지윤  "첫 공연 후 반응이 너무나도 좋았다. 친구들이 첫 공연에 참석했는데 저는 안 보고 고은성만 볼 정도였다."

▲ <그리스>의 고은성-이지윤 "첫 공연 후 반응이 너무나도 좋았다. 친구들이 첫 공연에 참석했는데 저는 안 보고 고은성만 볼 정도였다." ⓒ 박정환


고은성(이하 고): "이번이 작품을 처음 하는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누나는 초보답지 않게 연기의 기복이 없다. 항상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기복이 심한 배우를 만나면 연기하다가 당황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누나는 연기를 편안하게 하게끔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굉장한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약속에 대해서도 철저하다. 약속을 칼 같이 지킨다는 점도 굉장한 장점이다."

- 뮤지컬을 전공하기는 했지만, 아이돌 데뷔를 위해 노래는 많이 연습했어도 연기는 낯설지 않은가.

이: "고등학생 때부터 가요나 팝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대학에서 뮤지컬학과로 진학하긴 했지만 학교 수업에서도 앙상블을 맡았지 연기를 해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내 실력으로는 뮤지컬을 할 수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 데뷔를 위한 준비 때문이었다.

학교 졸업 후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만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대학 다닐 때 교수님이 '네가 <그리스>로 오디션을 받는다면 꼭 여주인공 역으로 보라'는 말씀을 해준 적이 있다. 교수님의 말씀에 힘입어 <그리스> 오디션을 통해 합격했다.

그런데 합격한 다음이 문제였다. 멀리서 볼 땐 여주인공 역이 고난도의 넘버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연기도 딱히 어려워 보이지 않았는데 웬걸, 막상 부딪혀보니 얕보았던 거였다. 반성을 많이 했다. '산 넘어 산'이라고, 이 연기가 괜찮아지면 저 연기가 걸리더라. 노래보다 연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 2막의 춤 동작은 댄스 파트너를 넘기고 돌리는 등, 보는 이에게는 화려한 장관이지만 배우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고난이도의 쇼잉이다.

고: "이건 춤이 아니라 거의 반(半) 서커스 수준이다. 춤이 워낙 고난이도의 동작이라 작품을 하기 전에는 '이건 내가 할 작품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눅 들게 만들었던 춤 동작이다. 그런 제가 <그리스>를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춤은 주인공인 대니가 가장 멋있게 춰야 한다. 그런데 연습할 때 상당히 애먹었다. 공연을 할 때마다 익숙한 게 정상이어야 하지만 매번 죽을 것처럼 힘들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

<그리스>의 고은성-이지윤  "이번이 작품을 처음 하는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누나는 초보답지 않게 연기의 기복이 없다. 항상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누나는 연기를 편안하게 하게끔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 <그리스>의 고은성-이지윤 "이번이 작품을 처음 하는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누나는 초보답지 않게 연기의 기복이 없다. 항상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누나는 연기를 편안하게 하게끔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 박정환


한 번은 공연할 때 잘못 잡아서 상대 배역 누나가 무대 바닥에 머리를 찧은 적이 있었다. 배경음악이 커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다쳤는가를 직감할 수 있었다. 다친 티를 내지 않고 춤은 추는데 누나의 눈빛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공연하다 다치게 만들어서 몸 둘 바를 몰랐다. 그 사건 이후로는 춤 잘 춰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상대방을 다치게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서게 된다."

-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했으면 좋겠는가 하는 위시리스트를 상대방에게 건넨다면.

이: "은성이는 데뷔 후 처음으로 만난 파트너라 매우 각별하다. 실력에 비례해서 겸손한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을 너무 과신하면 큰 실수를 하기 쉽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성장하면 몇 년 후에는 '아, 내가 은성이랑 첫 파트너였지' 하고 감탄하는 배우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고: "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누나다. 누나는 상대방에게 맞춰줄 줄 아는 장점이 있는 배우다. 공연할 때 힘이 들면 상대 배우에게 자기 페이스에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배우가 있다. 하지만 누나는 절대로 그런 요청을 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신이 상대에게 맞출 줄 아는 배우다. 그리고 누나가 충분한 자신감을 가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그리스 고은성 이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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