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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녹색연합은 환경창안대회에서 선발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1월 7일∼12일 '청소년일본환경연수'를 진행했습니다. 오사카와 교토 등에서 대기, 하천, 자연에너지, 기후변화 등을 주제로 '뜨거워지는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연수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청소년이 바라본 일본의 환경현장>을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3월 11일 오후 도쿄 앞바다에서 8.9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일본열도가 초비상인 상태에서, 후쿠시마 원자로에서 작동 이상으로 인한 경보가 발령되어..."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2주년이 다 돼 간다. 이로 인해 오나가와 원전의 화재를 비롯한 각종 원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의 참사는 체르노빌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라는 불명예스러운 왕관을 떠안았다. 현재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노심용해에 의해 누출된 방사능 수치는 시간당 4.8 마이크로시버트(㎲v)이고, 이 수치는 평균수치의 60배에 달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기 전의 수치는 시간당 0.08 마이크로시버트였다. 15만 명에 달하는 '원전난민'. 그들이 돌아가지 못하는 그들의 고향, 후쿠시마 제1원전 반경 30km 안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이 됐다. 26년 전 체르노빌 원전폭발 이후 고향에서 추방됐던 이들 역시 아직 귀향의 발길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불러온 탈핵의 바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 이후 잊고 있었던 원전에 대한 위험성을 상기시켜준 실로 엄청난 재앙이었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원자력 안전성' 패러다임에 종지부를 찍게 된 사건으로 규정하며, '원자력에너지의 안전성'이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세계 각국에서는 탈핵 운동이 절정에 달했다. 스위스는 장기적으로 원전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키로 한 독일은 대안에너지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독일의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전기비중은 원전을 추월했다. 일본은 신규 건설을 포기하고 2050년까지 54기의 원전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처럼 후쿠시마 원전이 세계 사회에 불러온 탈핵의 반향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지난 1월 9일, 청소년일본환경연수 세 번째 날, 대전청소년일본환경연수단은 오사카시민네트워크의 후지나가 노부요 대표에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변화 등에 관련한 강의를 들었다. 세계의 탈핵 움직임의 촉매제가 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위험성 규탄과 탈핵의 목소리가 가장 높은 일본에서 일본인의 입장이자 환경 운동가의 입장에 듣는 탈핵과 원전 이야기는 연수단을 각성시키기에 충분했다.

탈핵, 선택이 아닌 필수

후지나가 노부요 오사카 시민네트워크 대표가 탈핵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후지나가 노부요 오사카 시민네트워크 대표가 탈핵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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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단은 후지나가 대표가 보여주는 사진들을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후쿠시마 1호기부터 4호기까지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자료들은 폐허가 되어가는 원전 주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돌연변이 생물체나 방사능 농도 기준치의 수백 배가 넘어가는 오염된 토양 그리고 사람의 흔적이 점차 지워져가는 후쿠시마의 사진들은 인류가 가져올 수 있는 재앙의 끝이 어디인가 고심하게 만든다.

후쿠시마 원전 2호기의 주변은 방사능 오염 물질이 대량 축적된 토양이 있고, 4호기는 수소 폭발했다. 후지나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원전 사고시 전체 처리기간은 100년에서 200년 사이. 건물 철거에만 약 2년이 소요되며, 히로시마 원자 폭탄보다 5000배 위험하다고 한다. 결국 원전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핵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탈핵의 필요성은 위험성뿐만 아니라 장차 원자력이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지속성과 경제력에서도 드러난다. 지금까지 알려진 우라늄의 확인 매장량은 모두 약 546만9000t 규모로 주로 40여 개 국가에 분포돼 있지만, 전체 확인 매장량의 93% 정도가 대부분 OECD 국가인 상위 13개 나라에 집중 편재돼 있다. 우라늄 생산의 경우 편중이 더 심해 2006년 기준으로 상위 8개국이 전 세계 우라늄의 93%를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원자력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적고, 원자력이 전체 에너지 생산에 기여하는 정도도 매우 낮다. 또한 매장량과 생산량이 제한돼 있어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지속성도 떨어진다.

원자력 에너지의 경제성은 어떠한가 보자. 원자력 에너지는 우라늄235의 핵이 둘로 분열할 때 나오는 열에너지로서, 대략 우라늄235 원자 1g이 분열하면 석유 9드럼 또는 석탄 약 3t에 맞먹는 에너지가 발생한다. 에너지 효율만 본다면 석탄의 약 300만배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경제성이 높음을 뜻하지 않는다. 원자력 에너지의 경제성을 평가하려면 연료 사용 및 발전소 건설 및 운영 비용 외에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및 발전소 폐쇄 비용 등 사후처리비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 사실 원자력 특성상 이 부문에 드는 비용은 보통의 발전 시설 유지비용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를 종합해 본다면, 원자력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 되기는 어렵다. 또한 그것을 선택사항으로 여지를 두고 결정할 문제가 아님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의 전기 공급량,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 가능

후지나가 대표는 일본의 전력 공급량이 원전이 아닌 신재생 에너지로도 대체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은 신재생 에너지 설비의 활용도가 높은 지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발하고 확대 시행한다면 충분히 원전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해 5월 9일, 지구온난화 관련 국제회의 결과에 따르면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최대한으로 높일 경우 77%까지 현 전력 사용량의 대체가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후지나가 대표는 태양광 패널을 활용한 주택구조와 같이 신재생 에너지를 가까이 두고 이용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이와 함께 어떻게 하면 과도한 에너지 사용을 줄일 것인가, 고민하고 실천하는 개개인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에너지를 물 쓰듯 하면서 원전을 짓지 말자는 것은 모순에 불과하다. 우리의 절전 노력이 원전의 신규 건설을 막고 노후 원전의 가동을 중단시키는 발판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현재 보편화가 되어가는 풍력, 태양력 에너지 외에도 여러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에 대한 자성이 따라야겠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폐허가 된 건물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폐허가 된 건물
ⓒ 후지나가 노부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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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청소년일본환경연수단은 후지나가 노부요 대표의 강의가 끝날 때쯤, 일본의 원전 사고와 우리나라의 원전 사고 가능성에 대해 견줘 생각해보게 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어떤 원전도 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이며, 우리나라는 원전의 잦은 작동 중단 사태로 인한 불안감만 조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서는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탈핵에 대한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요즘에서야 탈핵 문제가 수면 밖으로 나온 것이다. 손바닥만 한 국토 안에 21기의 원전이라는 '핵폭탄'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가 탈핵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해에는 전국 지자체 45곳이 연대해 탈핵선언을 했고, 지식인들과 전문직업인들을 중심으로 탈핵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고리원전과 인접한 부산지역의 주민들은 누구보다도 원전 문제에 대해 민감하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들의 탈핵 염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24년까지 14기를 추가 건설해 원전비중을 48.5%로 높이겠다는 '무모한' 도전을 실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일본 국민의 63%가 탈핵을 소망한다고 대답한다. 후쿠시마의 현 상태를 보았음에도 원전이라는 미망 속에 헤매는, 겪어봐야만 과오를 범하지 않는 미련함보다는 선례를 통해 깨닫는 현명함이 필요할 때다.


태그:#탈핵, #후쿠시마원전, #대전청소년환경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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