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구' '광주' '수원' '청주' '여수'

설 연휴 정체구간이 아니다. 프로농구가 잃은 도시다. 모두 프로농구팀이 있던 도시였다. 대전 대구 광주는 광역시다. 수원은 경기도청이 있는 대도시다. 청주와 여수는 중소도시지만 농구 열기만큼은 화끈했던 곳이다.

대전은 현대왕조의 영광이 간직돼 있다. 대구는 김승현을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케 한 곳이다. 광주는 나산이 프로농구 처음으로 선수단과 코칭스테프 이주를 한 곳이다. 수원은 프로농구 출범부터 연고지 선정 최고 인기 도시였다. 청주는 SK가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곳이다. 여수는 코리아텐더 열풍이 살아 숨 쉬고 있다.

KBL 출범 초기 목적은 "팬층 확대와 전국적 인기"

1993년 5월 대한농구협회 내부에는 프로농구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잘 알려진 김영기 전 KBL 총재가 당시 위원장을 맡았다. 쉽지는 않았다. 실업과 아마추어 측은 "겨울 스포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농구대잔치를 굳이 없애면서 프로를 만들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그러나 과열 스카우트 경쟁과 판정시비 논란이 심화되며 프로화 당위성에 힘이 실렸다. 이런 요소들은 후에 실업팀과 아마측은 움직이는 원동력이 됐다.

진통 끝에 프로농구는 1997년 2월1일 8개 팀으로 출범했다. 필리핀, 대만, 중국에 이어 아시아지역에서 4번째였다. 초대 총재는 서울방송 윤세영 회장이 맡았다. 윤 총장은 "오빠부대로 한정된 팬층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천명했다. KBL 행정 수장인 전무이사에는 출범에 큰 역할을 한 김영기 위원장이 선임됐다.

KBL은 당초 프로농구가 전국적 관심을 끌길 원했다. 서울을 배제한 것도 이같은 이유였다. 프로농구는 처음부터 지역원고를 선언했다. "팀과 지역을 엮어 지역주민과의 일체감을 형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고루 배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수도권에 삼성과 동양제과 등 4개팀의 신청이 집중됐다. 반면 광주, 전북, 전남, 강원, 경북 지역은 신청 팀이 없었다. KBL은 속히 연고지 조정에 들어갔다. 진통 끝에 연고지 조율을 마치고 출범했다.

원년에는 단일리그로 치러졌다. 부산 기아, 안양 SBS, 원주 나래, 대구 동양, 광주 나산, 인천 대우, 대전 현대, 수원 삼성 등 8개 구단으로 출발했다. 이후 두 번째 시즌인 1997-1998시즌에 창원 LG와 청주 SK가 들어오며 지금의 10구단 체제가 됐다.

지금과 달랐던 초기 프로농구 연고지

기아는 원래 수원을 원했다. 하지만 삼성이 일찍이 점찍어둔 상황이었다. 여의치 않자 빠르게 부산으로 선회했고 그대로 결정됐다.

대우는 인천시 당국과 구단 모두가 서로를 원했다. 대우의 자동차공장이 인천에 많았기에 일찌감치 대우는 인천으로 연고지를 신청했다.

SBS는 의정부와 일산을 고려했다. 그러나 안양이 더 시장성이 넓다는 판단을 하고 방향을 바꿨다. 2년 안에 체육관을 신축하겠다고 밝히며 안양으로 갔다.

수원, 대전, 청주는 경합이 치열했다. 수원은 삼성과 기업은행이 경쟁했다. 삼성은 계열사 공장과 함께 20여만명의 모기업 직원들을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농구팀 창단이 앞선다는 정통성을 강조했다. 결국 삼성이 수원을 얻었다. 기업은행은 광주에 둥지를 틀고 재정문제로 나산에 농구단을 넘겼다.

대전은 현대와 동양이 경합했다. 수도권 경쟁이 치열하자 현대는 대전을 원했고 동양 또한 대전을 기반으로 하고 싶어 했다. 당시 두 구단의 "로비 활동이 많았다"는 설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대전은 현대가 자리했다. 동양은 대구로 갔다.

청주는 LG와 진로가 맞섰다. LG는 자사 지역본부 임원이 충북농구협회 임원을 겸하고 있기에 청주를 원했다. 충북지사가 LG를 원하기도 했다. 진로는 공장이 청주에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LG는 경남으로 진로는 청주로 결정됐다. 두 팀은 2번째 시즌(97-98)부터 참여키로 했다. 진로는 SK에 팀을 매각했다.

나래는 제일 나중에 프로에 합류하며 연고지 선정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때문에 연맹 의사를 따라 원주를 받게 됐다.

천안과 광주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먼저 프로농구팀 유치를 희망했다. 천안은 '프로농구 보금자리'로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광주는 일부 기업들에게 연고지 지정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농구 수도권 집중화 심하다

대전(현대), 대구(오리온스), 광주(나산), 수원(삼성), 청주(SK), 여수(골드뱅크, 코리아텐더)는 속절없이 프로농구단을 잃었다. 시민들은 그때마다 애처로웠다. 프로농구 전광판에 찍혔던 자신들의 고향을 팬들은 빼앗겼다. 지난해 오리온스가 고양시로 연고지 이전을 강행하며 한동안 잠잠했던 악몽에 방점이 찍혔다. 사실상 이들 도시는 농구 불모지가 됐다.

2010년 인구 통계에 따르면 ▲대전 149만158명 ▲대구 243만1774명 ▲광주 146만6143명 ▲수원 105만4053명 ▲청주 66만2102명 ▲여수 26만8727명이다.

프로농구는 지금 수도권 과밀화가 심하다. 중부선발 남부선발로 올스타전을 꾸리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코트만 넓게 쓸 것이 아니라 국토도 넓게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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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http://basketessay.co.kr
프로농구 KBL 연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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