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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2년째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서울형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 기자말

서울형혁신학교를 운영한 지 2년이 되었습니다. 신설학교이면서 서울형혁신학교를 시작한 본교는 학교 시설을 비롯한 학교운영 체제 모두를 처음부터 하나하나 새로 갖추어야했기 때문에 지난 2년을 어찌 보냈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숨가쁘게 내달려왔습니다. 이제야 겨우 뒤가 돌아볼 여유가 생기면서 현재와 미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서울형혁신학교를 2년 동안 운영한 성과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교육이 1, 2년 만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교육 '성과'는 지금 당장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아닐진대 사람들은 자꾸 2년 동안의 성과를 요구하곤 합니다.

그래서 서울형혁신학교 교사로 지내온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며, 가장 크게 이룬 성과가 무엇인지 짚어보았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의 성과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아보면, 첫 번째는 학교에서 드디어 민주주의를 찾은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람을 찾은 일, 드디어 학생을 사람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학교에 민주주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헌법제 1조에도 명시하고 있듯이 '민주주의공화국'입니다. 그러나 학교에 민주주의가 있으냐 하면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사회와 도덕 교과서에만 나올 뿐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를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직원회의와 동학년 회의는 말만 '회의'지 업무부장교사와 교감과 교장선생님이 업무를 지시하고 전달하는 것으로 끝이고, 다른 생각, 다른 의견이 없습니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는 더욱 없습니다. 교사들은 교실에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다른 생각이 있으면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정년퇴직 때까지 직원회의에서 손을 들고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교사들이 몇이나 될까요.

그동안 학교는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닙니다. 지시와 전달만 있고 불만이 있어도 말 못하고 말 하지 않는 침묵만이 있어왔습니다. 그리고 불만은 술자리에서 뒷담화로 하고, 남 탓만 해 왔습니다.

가장 먼저 학교 안의 민주주의를 찾는 것부터 시작

서울형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본교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학교 안에 자리잡고 있는 비민주적이고, 비교육적인 요소를 없애면서 학교와 교사문화를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가장 많이 한 일이 교사들과 함께한 토론과 논의입니다. 일반학교에서 거의 없다시피한 전체 교사회를 진행하면서 학교운영전반을 지시와 전달이 없이 함께 의논해서 진행해 왔습니다. 드디어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를 되찾은 것입니다(관련기사 : '개콘'보다 더 재밌는 교사회).

교사들이 할 일을 충분한 토론과 논의과정을 거쳐서 진행하니, 드디어 교사들은 자신이 학교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주인이 되니 자발성을 갖게 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할 일을 자율성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또 자주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토론과정을 거치다보니 집단지성의 힘으로 더 나은 내용이 결정되고 토론과정에서 교사들은 몰랐던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되고,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말이 좋아 소통과 협력이고, 다양성과 다름에 대한 인정, 토론과 논의지, 처음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보면 100점을 맞을지는 몰라도, 살아오면서 한 번도 교사들이 모여서 토론과 논의를 실제로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회의 진행방법도 잘 모르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도, 남의 얘기를 듣는 방법도 서툴렀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해 본 경험이 없어서 서로 다른 생각이 드러나는 것을 힘들어하고, 이것을 '갈등'이라고 여기면서 피하고 싶어 했습니다. 다른 생각을 얘기하면 미워한다 생각하고 개인적인 감정을 갖고 상처받기도 했습니다. 회의가 힘들다고 하지 말자고 다시 옛날 학교 모습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2년 동안 우리는 변함없이 교사회를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회의 진행방식도 말하는 법도, 말하는 법도, 남의 얘기를 듣는 법도,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는 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가 이렇게 좋은 것인지, 민주주의의 힘이 무엇인지 이제야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교사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도 함께 모여 토론하고 논의하면 더 좋게 해결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교사회의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나니 교사들은 저절로 교실에 가서도 아이들에게 그대로 실천하게 됩니다. 그래서 교사회의만 열심히 했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수업이 달라졌다고 고백합니다. 민주주의는 이론이 아니고, 행동으로 가르쳐야합니다. 민주주의를 직접 실천하는 교사만이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학교에서 지난 2년 동안 교사회의에서 참석하는 교사들의 태도를 살펴보니, 참여하는 태도, 토론하고 논의하는 모습이 곧 그 교사가 학급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사회의 때 다른 교사들의 말을 잘 듣고 남을 배려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교사는 학급 아이들의 말도 잘 들어주고 민주적으로 학급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회의에 자주 늦거나 빠지는 교사는 회의에 여전히 회의적이며, 회의시간에 남의 말은 잘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하는데, 이런 교사는 학급에서도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비민주적이고 아이들을 잘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서울형혁신학교를 운영해 온 지난 2년 동안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이 학교를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해서 교사들이 먼저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하면 학교의 교육은 저절로 바로 서게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드디어 학생을 사람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는 교사는 사람에 대해서도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들지 않고 교육 이전에 아이들을 사람으로 대합니다. 서울형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 두 번째가 바로 그동안 학교 교육에서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봤지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교육에서 아이들은 보지 않고 교육의 성과만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교육내용도 말만 아이들의 삶 중심이지, 국가나 학교, 교사의 교육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정해져왔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들은 국가와 학교와 아이들은 교육적 성과를 이루는데 이용하는 대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학교에 인권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학생인권조례제정은 학생을 드디어 사람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서울형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학교교육에서 아이들을 사람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교 교육활동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아이들의 삶이 행복한 교육이 될 수 있도록 교사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교사들은 준비와 실행에 밤낮없이 힘들어도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일이라면  팔 걷어부치고 함께 했습니다. 힘들어도 아이들 얼굴이 환해지면서 행복해 할 때, 교사들도 진짜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교사가 가장 행복한 때는 아이들을 위한 수업내용을 알차게 채워서 수업준비를 할 때입니다. 엇나가고 삐뚤어진 아이들을 어떻게 해서든 바른 길로 이끌려고 노력할 때입니다. 사람들은 교사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이유가 아이들을 가르치기 힘들어서라고 생각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알고 보면,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학교교육 시스템 때문입니다. 교사들은 힘든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가르치고 이끌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한창 방학 중인 요즘 우리 학교 교사들은 오전에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마련한 연수를 받고 있고, 오후에는 2013학년도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한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방학 동안에 별도 교사 근무배정을 안 했는데도 학교는 교사들로 북적거립니다. 작년에 아이들과 함께 한 각자의 교육활동 경험을 짚어보고 나누면서, 늘 퇴근시간보다 더 늦게 집에 돌아가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뿌듯합니다. 이런 일을 할 때 교사들은 이제 진짜 교사가 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학교에서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이 바로 이런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문용린 신임교육감도 '행복교육'을 하시겠다구요?

문용린 신임교육감 공약이 '행복교육'이시더군요. 두 손 두 발 들어서 적극 찬성합니다. 우리가 지난 2년 동안 운영해 온 서울형혁신학교가 바로 그 '행복교육'을 추구하는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용린 신임교육감이 선거운동과정과 당선 이후 서울형혁신학교에 대해 미심쩍거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계신 듯합니다. 그동안 학교 밖에 계셨고, 아직 서울형혁신학교에 대해서 잘 모르셔서 그러실 수도 있다는 것 충분히 이해합니다.

문용린 신임서울시교육감도 서울형혁신학교 내용을 자세히 알고 보면, 문용린 신임교육감이 주장하는 '행복교육'과 서울형혁신학교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라 봅니다. 행복지수가 바닥인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교육을 하고자 하는 것에 그 누구도 반대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선거과정과 최근 문용린 신임교육감이 보여준 태도에서 지난 2년 동안 서울형혁신학교에서 이루어가고 있는 행복한 교육이 교육감이 바뀜으로써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 학교에 학부모들의 걱정 어린 전화가 많이 옵니다.

문용린 신임교육감의 '행복교육'이 지난 2년 동안의 서울형혁신학교의 어렵고 힘들게 해 온 경험과 실천이 밑바탕 되어서 펼쳐나가기를 서울형혁신학교 교사,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모두 함께 협력해서 행복한 교육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우리 교사들은 요즘 행복한 서울형혁신학교 3년차를 힘차게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민주주적인학교운영, #서울시교육청, #문용린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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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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