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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업성에만 치중하고 공공성은 등한시하지 않았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3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통화당국의 책임자인 중앙은행 총재가 공개적으로 금융의 공공성을 외친 것이다. '2013년 범 금융기관 신년인사회' 자리에서다.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행사에는 국내 시중 은행과 증권, 보험회사 CEO 등이 참석했다. 김 총재 이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수장들도 모습을 보였다.

금융공공성 외치는 중앙은행 총재... "서민금융 확충하고 소외계층 보살펴야"

김중수 총재의 금융공공성 발언은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정책당국과 금융기관의 역할을 강조하는 데서 나왔다. 그는 "금융기관이 본연의 임무인 금융중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경제 성장세 회복을 위한 지원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중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 실물 경제활동이 활기를 띠기 어렵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는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수익성만 추구한 나머지 기업 등을 상대로 한 자금지원 등에 소극적인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그는 "성장잠재력이 큰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한계 기업이 구조조정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우량 중소기업까지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도 했다.

김 총재는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접근기회 확대에도 유념해야한다"면서, "금융자율화에 따른 금융기관의 경쟁으로 상업성에만 치중하고 공공성은 등한시하지 않았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금융을 확충하고, 소외계층에게 적절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금융감독당국 수장들도 한 목소리로 "금융의 사회적 책임"

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박재완(가운데)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오른쪽) 한국은행 총재,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박재완(가운데)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오른쪽) 한국은행 총재,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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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재 뿐 아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금융감독당국의 수장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아예 새로운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을 꺼내 들었다. 그는 가계 빚과 양극화 등을 사회경제의 구조적인 과제로 언급하면서 "지금 이 시점은 자본주의 역사의 흐름속에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전환기"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시장원리'와 '양적성장'을 중시해 온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은 이제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성장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질적성장'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파이의 크기만 중요시하는 양적 성장만을 지원하는 금융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역시 중소기업과 서민층의 금융애로를 해소하고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통해 질적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다중 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문제와 하우스 푸어 문제 등 금융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경제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을 위해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요구에 금융당국 수장들이 앞다퉈 선명성 경쟁이라도 벌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들도 그동안 나름대로 소액대출이나 중소기업 지원 등에 노력을 해왔다"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놓는 선언적 외침보다는 좀 더 긴 안목을 가지고 국가차원의 경제사회 시스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토로했다.


태그:#경제민주화, #김중수, #김석동, #권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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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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