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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특이한 것일까? 북한을 대하는 국제사회의 태도가 유별난 것일까? 친북적인 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상식적인 얘기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인공위성을 쏜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고 비난당하고 제재를 받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북한밖에 없다. 왜 그럴까?

첫 번째 이유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발사체는 '위성의 탈을 쓴 탄도미사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위성을 쏘아올리는 우주발사체와 폭탄을 운반하는 탄도미사일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그런데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많은 나라들도 마찬가지이다.

기술적으로 볼 때 위성 발사 기술이 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위성을 발사할 수 없다면, 위성을 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더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는 핵통제체제와는 달리 위성 기술이 탄도미사일로 전용되는 것을 감시·검증할 국제기구도 없는 상황이다.

또한 북한은 위성 자체를 갖고 싶어한다. 북한의 의도가 위성은 구실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핵무기를 운반할 탄도미사일을 개발에 있다면, 1999-2000년 북미 협상 당시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미국이 북한의 위성을 대리 발사해주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던 사례 자체를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더구나 김정은 체제는 위성 발사를 김정일 유훈 사업의 실현이자 강성국가의 표상으로 여기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위성 보유와 탄도미사일 능력 증강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분석일 게다. 이러한 상식적인 분석은 문제 해결의 방향을 모색하는데 대단히 유용하다.

두 번째 이유는 위성이든 탄도미사일이든 북한의 로켓 발사 자체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성을 발사했다는 이유 자체로 유엔 안보리에 회부된 나라 역시 북한이 유일하고 북한은 안보리 결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위반 사례로 따진다면 이스라엘을 따라잡을 나라가 없지만, 이스라엘은 유엔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탄도미사일 발사 자체를 놓고 볼 때에도 북한은 차별 받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군비경쟁을 본격화한 1990년대에 유엔 안보리는 이들 나라의 핵실험은 물론이고 탄도미사일 발사도 금지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는 수시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안보리에 회부되지는 않는다.

세 번째 이유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탄도미사일은 그 운반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남한의 나로호 발사 추진과는 분명 맥락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아예 가입조차 안 하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보유한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사례를 떠올려보면, 어떤 나라가 핵무기를 개발·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위성이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권리 자체가 박탈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NPT 회원국이면서도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이 위성이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에도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지는 않았다.

북한의 광명성 발사가 과도한 조명을 받는 이유

정부는 북한이 13일 발사한 '광명성 3호 위성(장거리 로켓)'이 "발사 후 바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09년 4월 5일 발사된 광명성2호.
 정부는 북한이 13일 발사한 '광명성 3호 위성(장거리 로켓)'이 "발사 후 바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09년 4월 5일 발사된 광명성2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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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다른 각도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가 이토록 부각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실제로 위성을 발사한 사례는 세 번이다. 1998년 8월, 2009년 4월, 2012년 4월에 이뤄진 광명성 1, 2, 3호 발사가 바로 그것들이다.

그런데 첫 발사부터 미국과의 악연이 시작되었다. 1998년 여름은 미사일방어체제(MD)를 놓고 빌 클린턴 행정부와 공화당의 대결이 정점에 달하던 시점이었다. 클린턴 행정부는 가급적 속도 조절을 하고 싶어했고, 공화당은 '국가안보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었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도날드 럼스펠드를 위원장으로 앉혀 탄도미사일 위협 보고서를 작성케 했다. 럼스펠드는 공화당의 기대에 부응하듯 '북한이 향후 5년 이내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미국 내에서 북한의 능력을 너무 과장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질 때, 북한은 광명성 1호를 쏘아올렸다. MD 추진파로서는 그야말로 광명을 만남 셈이었다.

당시 북한은 핵 개발을 중지한 제네바 합의를 준수하고 있었다. 또한 북한의 위성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광명성 1호를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1호로 명명했고, 한국과 일본도 이를 따라 썼다. 군사대국화의 기회를 엿보던 일본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여론 몰이에 나섰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공동 MD 개발에 합의했다.

광명성과 MD의 악연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2009년 4월 광명성 2호 발사는 MD를 고리로 삼아 한-미-일 3각 동맹 추진의 강력한 구실로 이용됐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의 외교 전문을 보면 미국은 "좋은 기회(good chance)"가 왔다며 북한의 로켓 발사를 한-미-일 관계의 변곡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목들이 나온다. 그리고 2012년 4월 광명성 3호 발사는 한일 군사협정 추진의 강력한 명분이 되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일본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면서 말이다.

이처럼 북한의 로켓 발사 때마다 미국과 일본이 과민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MD를 비롯한 군비증강의 명분을 찾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떨까? 아마도 일본 내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인정을 비롯한 평화헌법 개악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명박 정부나 차기 정부를 상대로 한일 군사협정 체결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은 한국 정부의 차이이다. 광명성 1호 발사 당시 김대중 정부는 북한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남북화해협력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또한 미국 정부에게 북한 위협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협상에 있다고 설득해 '페리 프로세스'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울러 미국의 MD 참여 요구를 거절하는 한편,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도 견제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대북강경책을 정당화하고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을 견제하는데 북한의 로켓 발사를 활용했다. 2009년 들어 광명성 2호 발사 움직임이 포착되자 언론에 관련 정보를 흘려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한 미국에게 북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야 하고 대북 제재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러한 패턴은 2012년 4월 발사 및 12월 발사 계획 발표 때에도 재현되고 있다.

특히 4월에는 총선, 이번에는 대선이 맞물리면서 북한의 로켓 발사 움직임을 남한의 선거 개입용으로 단정하고 이를 북풍과 연결시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일 북한이 쏘더라도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든지 "북한이 선호하는 후보가 있을 수 있지만 영향력은 없을 것" 등의 발언을 한 것은 이러한 의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북한 주권을 존중해야 제약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분명 국제사회에서 차별당하고 있고 한미일의 강경파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과도하게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물론 이러한 해석이 북한의 위성 발사를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 역시 북한의 위성 발사 움직임에 강한 우려와 반대 의견을 표명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해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응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유는 있다. 북한을 악마로 낙인찍고 차별적으로 접근하는 태도 자체가 로켓 문제를 포함한 북한 문제를 푸는데 근본적인 장애가 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주권 국가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받는 것을 못 마땅하게 여긴다. 피포위의식과 반제국주의 정서가 강하고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은 더욱 그렇다. 김정은이 김일성 탄생 100주년 연설에서 "우리에게 평화는 더 없이 중요하지만 나라의 존엄과 자주권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로켓 발사를 문제시하는 국제사회의 태도를 부당한 주권 간섭으로 간주하고 이에 맞서 로켓 발사를 강행하는 것이 체제를 공고히 하고 국가의 위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는다.

결국 북한의 로켓 문제를 푸는 길은 국제사회의 상식이자 기본적인 규범이라고 할 수 있는 주권 존중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주권적 권리를 부정하고 차별하기보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맥락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 유력한 방법은 2000년 타결 일보 직전까지 갔던 북미 협상에 있다. 당시 북한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에, 미국이 북한의 위성을 대리 발사하는 방안을 논의했었다. 북한의 로켓 발사 권리를 제약하는 대신에 북한의 위성 보유 권리는 존중해주는 '윈-윈'의 해법이었던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북한 로켓 발사, #광명성, #미사일,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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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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