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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합천창녕보(20공구, 합천보)는 아직도 공사 중이다. 다른 구간은 거의 대부분 공사가 끝났지만, 합천보에는 곳곳에 중장비가 투입되어 각종 공사를 벌이고 있다. 모두 이전에 했던 공사를 다시 파내서 새로 묻거나 설치했던 구조물을 부숴버리는 작업이다.

최근 들어 "도대체 무슨 공사를 벌이는지 모르겠다"는 제보를 받고 <오마이뉴스>는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과 10월 31일 오후 현장 답사를 벌였다.

당초 정부가 했던 발표대로 한다면 합천보 공사는 이미 끝나 있어야 한다. 민주통합당 박수현 국회의원이 정부로부터 받은 '4대강사업 170개 공구별 준공현황'이란 자료에 의하면, 합천보는 2012년 8월 29일 '준공(예정)일'로 되어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에스케이건설은 10월 말부터 낙동강 합천창녕보 좌안 둔치에 '섬유 부직포'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에스케이건설은 10월 말부터 낙동강 합천창녕보 좌안 둔치에 '섬유 부직포'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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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토해양부가 지난 3월 낸 '낙동강 준공대비 특별점검 보고서'에 의하면, 합천보 공사는 2010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로 되어 있다. 당초 공사기간보다 16개월이나 지났지만 공사는 끝나지 않고 있다.

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사무국장은 "합천보에서 공사를 계속 하는 것은 부실설계 때문"이라며 "보강이든 복구든 공사로 인해 들어가는 예산도 문제다"고 밝혔다.

합천보 공사를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와 SK건설은 11월 말까지 완공한다고 밝혔다. 수공 관계자는 "수해복구 공사와 필요 없는 구조물을 철거하는 공사를 벌이는 것이다. 8월 29일 '준공일'이란 국회 보고 자료는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좌안 둔치 공사... 파이핑 현상이냐? 수해복구냐?

합천보 좌안 둔치는 지난 10월 말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대형 중장비가 투입되어 둔치를 파내고, 다시 땅을 다지는 작업을 벌인다. 30cm와 70cm 높이로 층층이 흙을 다지고 '섬유 부직포'를 묻는 작업이다.

공사현장 입구에는 '출입금지'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공사현장에서 만난 공사 관계자는 "공사를 시작한 지 열흘 정도 됐다. 지난 태풍 수해로 피해를 입어 하는 공사다"고 말했다.

공사가 벌어지는 현장은 창녕군 이방면의 합천창녕보 직하류 좌안 호안 가장자리다. 이곳은 지난 9월 23일 환경단체의 낙동강 현장답사 때 '파이핑(piping) 현상'이란 지적을 받았던 곳이다.

'파이핑'이란 보 상류에서 흐르는 물이 호안 등으로 스며드는 일종의 누수 현상을 말하는데, 시공할 때는 강 가장자리에 차수벽을 만들어 물이 호안 쪽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에스케이건설은 10월 말부터 낙동강 합천창녕보 좌안 둔치에 '섬유 부직포'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에스케이건설은 10월 말부터 낙동강 합천창녕보 좌안 둔치에 '섬유 부직포'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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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와 에스케이건설은 10월 말부터 낙동강 합천창녕보 좌안 둔치에 '섬유 부직포'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땅 속에 묻힌 '섬유 부직포'의 일부가 밖으로 나와 있는 모습.
 한국수자원공사와 에스케이건설은 10월 말부터 낙동강 합천창녕보 좌안 둔치에 '섬유 부직포'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땅 속에 묻힌 '섬유 부직포'의 일부가 밖으로 나와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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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와 에스케이건설은 10월 말부터 낙동강 합천창녕보 좌안 둔치에 '섬유 부직포'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에스케이건설은 10월 말부터 낙동강 합천창녕보 좌안 둔치에 '섬유 부직포'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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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자 사무국장은 "태풍(산바)이 오고난 뒤 낙동강 답사를 했던 게 지난 9월 23일이었다. 당시 이 호안 쪽에는 물이 흘러 내렸고, 파이핑 현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현장을 보았던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은 부실설계·시공이라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 현장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공사 현장 상황을 전화로 들어 파악한 박창근 교수는 "파이핑 현상이 일어났던 증거인 셈이다. 1차 공사를 했던 것인데 파이핑 현상이 일어나니까 다시 거둬내고 부직포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다시 하는 것"이라며 "대표적인 부실설계·시공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공 관계자는 "태풍 '산바' 때 유실됐던 자리다. 지금 하는 공사는 수해복구 차원이다. 골재 등을 설치해 배수층을 다시 내는 작업"이라며 "파이핑 현상은 아니다. 그 현상이라면 지금도 물이 나와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소수력 발전소 아래 시멘트 구조물 철거작업 벌여

또 공사 현장이 있다. 합천군 청덕면 쪽 합천보에 보면 소수력 발전소가 있는데, 그 아래에 설치해 놓았던 구조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장비가 투입되어 부숴진 시멘트 구조물을 대형 가마니에 담는 작업이 이날 벌어졌다. 보 교각 위에는 시멘트 덩어리가 담긴 가마니를 들어올리기 위한 대형 크레인이 설치돼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SK건설 관계자는 "필요 없는 구조물을 철거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수공 관계자는 "수력발전을 하려면 어느 정도 물이 있어야 하고 임시로 설치했던 물막이 시설인데, 하류에 있는 함안보의 관리수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물막이 시설이 없어도 되기에 거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에스케이건설은 10월 말부터 낙동강 합천창녕보 우안 쪽 소수력발전소 아래에 있는 보를 철거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에스케이건설은 10월 말부터 낙동강 합천창녕보 우안 쪽 소수력발전소 아래에 있는 보를 철거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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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한국수자원공사와 에스케이건설은 낙동강 합천창녕보 우안 소수력발전소 바로 아래에 있는 보를 철거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10월 31일 한국수자원공사와 에스케이건설은 낙동강 합천창녕보 우안 소수력발전소 바로 아래에 있는 보를 철거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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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자 사무국장은 "아직 준공검사도 나지 않았다면서 구조물을 설치했다가 다시 뜯어내는 공사를 왜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는 "필요 없는 구조물을 왜 설치했다가 철거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임 사무국장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물고기의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오탁방지막을 설치해야 하는데, 작업장 바로 아래에는 그런 안전 장치가 없다"며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공 관계자는 "그 작업으로 인해 탁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좀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하류에 오탁방지막을 설치해 놓았다"고 밝혔다.

잠수부 동원해 강바닥 수중촬영... 이유는?

10월 31일 한국수자원공사 소유의 보트를 탄 잠수부들이 낙동강 합천창녕보 수문 바로 아래에 '수중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바닥 상태를 살피고 사진을 촬영하는 작업을 벌였다.
 10월 31일 한국수자원공사 소유의 보트를 탄 잠수부들이 낙동강 합천창녕보 수문 바로 아래에 '수중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바닥 상태를 살피고 사진을 촬영하는 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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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한국수자원공사 소유의 보트를 탄 잠수부들이 낙동강 합천창녕보 수문 바로 아래에 '수중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바닥 상태를 살피고 사진을 촬영하는 작업을 벌였다.
 10월 31일 한국수자원공사 소유의 보트를 탄 잠수부들이 낙동강 합천창녕보 수문 바로 아래에 '수중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바닥 상태를 살피고 사진을 촬영하는 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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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잠수부들이 합천보 '고정보' 바로 아래 강바닥을 조사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잠수부들은 산소통을 메고 수중촬영 카메라를 들고 수공의 보트를 타고 이동해 작업을 벌였다.

수공과 SK건설 관계자는 "최근 낙동강 전 구간에 걸쳐 점검을 하고 있다. 강 바닥에 특이한 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희자 사무국장은 "환경단체는 그동안 보 바로 아래 강바닥에 세굴현상이 많이 벌어졌다고 주장해 왔다. 강 바닥에 세굴현상이 심해 수공 측이 확인 차원에서 하는 작업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합천보 하류, 재퇴적 현상 심해

낙동강 합천창녕보가 보이는 하류 지점으로 외삼학2 배수문 쪽 강에 모래가 다시 쌓이는 재퇴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낙동강 합천창녕보가 보이는 하류 지점으로 외삼학2 배수문 쪽 강에 모래가 다시 쌓이는 재퇴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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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하류에는 재퇴적 현상이 심하다. 합천군 청덕면 삼학리 앞 낙동강에는 다시 모래가 많이 쌓여 있었다. 특히 '삼학2 배수문' 앞 둔치에는 준설작업을 하기 이전과 비슷하게 넓은 백사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합천보에서 1km 정도 하류다.

정부는 4대강사업을 하면서 이곳에 있던 모래를 모두 파내는 준설작업을 했다.

임희자 사무국장은 "준설공사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재퇴적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준설공사를 왜 했는지 모를 정도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낙동강 경남구간 답사에서는 구미구간에서 발생하는 어류 집단폐사 현상은 목격되지 않았다.

낙동강 합천창녕보가 보이는 하류 지점으로, 외삼학2 배수문 쪽 강에 모래가 다시 쌓이는 재퇴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낙동강 합천창녕보가 보이는 하류 지점으로, 외삼학2 배수문 쪽 강에 모래가 다시 쌓이는 재퇴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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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합천창녕보가 보이는 하류 지점으로, 외삼학2 배수문 쪽 강에 모래가 다시 쌓이는 재퇴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낙동강 합천창녕보가 보이는 하류 지점으로, 외삼학2 배수문 쪽 강에 모래가 다시 쌓이는 재퇴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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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합천창녕보, #낙동강, #4대강정비사업, #한국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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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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