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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 표지
 <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 표지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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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인간 존재의 다양성을 수용한다. 그 결과 매우 복잡한 양상을 포함하게 된다. 덕분에 불교에는 많은 지도地圖들이 있지만 이 역시 가닥을 잡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혼란만을 야기할 뿐이다. 그래서 통일장이론과 같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가치가 요청된다. 이 책에서 나는 이러한 불교의 좌표를 제시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서 불교의 관점을 정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가장 분명한 행복의 열쇠를 쥐게 될 것이다. 그것은 현재를 잘 사는 길인 동시에 웰에이징의 방법이라는 점에서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 <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 314쪽-

자현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출판의 <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내용, 에필로그의 마지막 부분 글입니다.

비슷한 부류의 책들을 읽다보면 어디서 본 듯한 내용, 눈에 익숙한 문체에 책장을 뒤넘기며 새기는 일 없이 술술 넘기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찬물 바가지라도 뒤집어쓰고, 생소한 읽을거리를 발견이라도 한 듯 정신이 번쩍 나며 책 읽는 마음을 집중시키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책 읽는 마음을 집중하게 하는 <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

<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가 그랬습니다. 엄청나게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 것도 아니고, 말초신경을 자극할 만할 선정적인 글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읽으면 읽을수록 오감을 집중하게 하는 수렁 같은 내용, 밀림 같은 구성입니다.   

서울역을 비롯한 거의 모든 기차역은 어느 순간 기독교에 점령당했다. 기차역에 가면 시끄러운 확성기로 노래를 부르며 기독교를 전파하는 이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사거리 대로변에서도 피켓을 들고, 믿지 않으면 지옥으로 간다고 협박하는 이들을 만나는 것도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다.

이에 비해 불교는 사람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단지 전통사찰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길을 막고 인두세와 차세를 매기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그렇게 입장료를 끊고 들어간 사찰에서 승려를 보는 것은 복권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 4쪽-

책은 대한민국 승가 집단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진단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에두르지 않고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지적이기에 일종의 카타르시스적인 동질감으로 책을 읽게 됩니다. 책의 내용은 오래된 불교의 역사만큼이나 광범위하지만 경지정리가 잘된 지적도만큼이나 일목요연합니다.

불교라는 숲과 나무를 동시에 담고 있어

사람들은 어떤 뭔가를 설명하며 어떤 때는 '숲만 보지 말고 나무를 보라'고 하고, 어떤 때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합니다. <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는 불교라고 하는 커다란 숲을 한 눈에 관조할 수 있는 광각렌즈이자 불교의 역사와 배경을 새기고 있는 나무까지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입체현미경 같은 내용입니다. 

인도불교와 중국 불교의 거시적인 흐름을 전체 좌표로 드러내고 있어 2500여 년의 세월을 아우르고 있는 불교역사를 지구본을 보듯이 읽으며 새길 수 있습니다. '불교라는 숲'이라고 표현할 만큼 불교 역사의 전반을 담고 있으면서도 불교의 골격이자 DNA라 할 수 있는 시대적 배경, 교육환경, 문화적 흐름까지를 그물망으로 담아내듯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불교역사를 담론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같아 지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현대적인 비유, 공감이 전제되는 설명이기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붓다 당시 인도에서 스승에 대한 존경은, 스승의 능력이 제자보다 우월하여 가르칠 수 있을 때 까지만이었다. 실제로 붓다도 더 배울 것이 없으면 곧장 스승으로부터 떠났고, 깨닫고 난 이후에는 스승을 교화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는 인도에서는 스승도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스승이라는 지위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100쪽-

역사를 읽는 눈으로 '자본'을 선택하면 역사는 의외로 쉽다. 결국 지금이나 과거나 세상을 움직인 힘은 자본이며, 정치권력은 보이지 않는 자본 앞에서 보이는 도구의 역할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정치가 중요한 것 같지만 실은 자본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 159쪽-

비틀어 지적하고 있진 않지만 오늘날 국가적 현은으로 대두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분야에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노정시킴과 동시에 그 해법 또한 이정표처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일을 하려면 일머리를 알아야 하고, 글 뜻을 제대로 새기려면 문맥을 제대로 짚어야 하듯이 불교를 제대로 알려면 불교를 이루고 있는 골격을 제대로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저자인 자현스님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본문의 내용에서 제시하고 있듯이 <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는 경제사와 문화사, 사상사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불교 교양 인문서입니다. '책을 쓰려면 이 정도의 내용으로 이 정도는 써야지'하는 생각에 몇 번씩이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입니다.

구성은 고속도로 같고, 내용은 골목길 만큼이나 세세하니 불교를 제대로 가닥 잡게 해주는 지도, 웰빙과 웰에이징 그리고 웰다잉의 주춧돌이 되는 행복한 열쇠를 찾게 해 주는 21세기 불교 내비게이션이라 생각됩니다. 

부처님의 삶을 그리며 출가했지만 전반적인 불교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새겨보지 않는 불교계 종사자, 불법(佛法)을 따르고 있는 불자(佛子)는 물론 세련된 교양으로 삶의 질을 좀 더 풍부하게 향상시키고자 하는 이들이게 감히 일독을 권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지은이 자현스님┃ 펴낸곳 불광출판사┃2012.10.17┃값 15,000원



자현 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 - 자본과 권력의 관점에서 본 새로운 불교의 역사

자현 스님 지음, 불광출판사(2012)


태그:#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 #자현스님, #불광출판사, #웰에이징,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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