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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뷔페'입니다. 간단, 간편하지만 먹을 것은 다 먹었습니다.
 '우리집 뷔페'입니다. 간단, 간편하지만 먹을 것은 다 먹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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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상 차리기 힘드니 뷔페식으로 하면 좋겠다."
"뷔페식?"
"음식을 그릇마다 담지 말고, 뷔페처럼 차려놓고 먹고 싶은 만큼 담아 먹어면 좋잖아요."

언론에서 '남편도 한가위 음식 준비에 동참해 아내 허리와 어깨를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주자'고 해도 아직까지 대부분 음식들은 여성들이 합니다. 우리 집도 별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저처럼 음식 준비를 도와주는 남편도 있지만, 말이 좋아 '도와주는 것'이지 음식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29일, 막내동생이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를 제안했습니다. '뷔페식으로 차려놓고 먹고 싶은 만큼 가져다 먹으면 여자들 일거리를 조금이라도 덜어주지 않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맞았습니다.

엄마가 차려준 밥이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나물,김치,튀김,밥,불고기를 담았습니다. 음식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벌금 5천원이기때문입니다.
 엄마가 차려준 밥이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나물,김치,튀김,밥,불고기를 담았습니다. 음식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벌금 5천원이기때문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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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음식 자체가 그릇이 많습니다. 밥그릇, 국그릇, 나물, 김치만 아니라 불고기, 생선, 국 등등 음식 종류 만큼 그릇도 많이 소비하지요. 음식이 10가지면, 그릇도 10개입니다. 또 손님이 올 때마다 상을 다시 차려야 합니다. 우리집도 손님이 많은 편인데, 하루에 많이 차리면 7~8번도 차립니다. 산수를 해보면 하루에 그릇은 100개 넘게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음식 준비보다 설거지가 더 힘듭니다. 설거지도 비슷합니다. 손님이 오면 상차리고, 설거지하고, 상차리고, 설거지하고 허리를 펼 시간이 없습니다. 그런데 뷔페로 하면 쟁반 하나면 끝입니다.

아이들은 정말 좋아했습니다. 집에서 뷔페를 먹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정말 좋아했습니다. 집에서 뷔페를 먹었기 때문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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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엄마가 차려주는 음식만 먹다가 자신들이 직접 담아 먹으니 꼭 뷔페에 기분이 난다며 좋아합니다.

"꼭 뷔페에서 먹는 것 같아요!"
"그래 음식도 많고, 깨끗하고, 불고기도 있고, 나물도 있네. 없는 음식 없네."
"내가 직접 가져다 먹으니까 좋아요."
"다 안 먹으면 벌금 5천 원입니다."
"남자들도 차려주는 밥상에 앉아 먹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가져다 먹으니 얼마나 좋아요."

동생 아이디어로 뷔페식으로 밥을 먹었는데 며느리들 일감이 거의 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동생 아이디어로 뷔페식으로 밥을 먹었는데 며느리들 일감이 거의 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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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남기면 벌금 5천 원을 매겼더니 다들 깨끗하게 먹었습니다. 설거지만 없는 것이 아니라 남는 음식도 없었습니다. 한가위 음식은 많이 남습니다. 집에 개라도 키우면 별 문제가 없지만 남긴 음식은 결국 다 쓰레기가 됩니다. 하지만 뷔페식으로 먹으니 깨끗했습니다.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였습니다.

"뷔페로 먹으니까 정말 편하다."
"작은 생각 하나가 이렇게 놀랍네."
"음식도 안 버리지. 설거지 하기도 편하지."
"내년에는 음식 가지 수를 더 많이 줄여도 되겠네."
"뷔페로 하니까, 가족간 사랑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아요."
"맞아, 여자들 상 차린다고 말 안하고, 설거지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설거지 빨리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어니까. 얼마나 좋아요."
"내년부터는 뷔페로 합니다."

누가 담은 밥일까요? 큰 조카입니다. 이것을 다 먹었습니다. 왜 벌금 5천원때문입니다.
 누가 담은 밥일까요? 큰 조카입니다. 이것을 다 먹었습니다. 왜 벌금 5천원때문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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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요? 네 맛있어요. 그럼 많이 먹어세요. 예 많이 먹겠습니다.
 맛있어요? 네 맛있어요. 그럼 많이 먹어세요. 예 많이 먹겠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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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풍성하게 먹었습니다. 상으로 차릴 때는 안 먹는 음식이 많았는데 뷔페로 하니 골고루 나물도 먹고, 김치도 먹고, 도토리묵도 먹었습니다. 건강에도 좋습니다. 물론 뷔페식으로 먹으면 명절 기분이 나지 않는다는 작은 '반발'도 있었지만, 누나와 여동생도 좋다고 합니다.

뷔페식으로 한다고 음식 준비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가족간 사랑도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여성들 일거리가 줄어더니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내년부터는 우리집은 뷔페식으로 하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태그:#한가위, #뷔페식, #가족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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