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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노후의 필수과목이라고들 한다. 그 만치 늙어간다는 것은 외로워 진다는 것과 동의어라고 할까. 그 외로움과 지나온 마음의 상처들을 노래로 풀으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 진다. 음악은 마음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약이다.

그래서 직장에서 정년퇴직 후에 음악을 친구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데 나야 음악에 고급취미를 가진 것도 아니고  대중음악을 좋아한다. 어쩌다가 광주에 있는 아버지합창단이라는 합창단에 가입을 해서 월요일, 목요일 , 일주일에 두 번 모여 합창연습을 한다. 같이 노래도 부르고 11월에 있을 공연준비도 하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무엇인가 목표를 향해서 같이 뛴다는 게  행복감을 준다.

내 음악적 정서는 슬픈 노래를 좋아한다. 어린 시절에 가난하고 슬픈 일들을 많이 겪어서 일까. 아마 나만의 정서가 아니라 이민족의 침입을 많이 받아 상처를 많이 받은 우리민족에게는 공통적으로 슬픈 정서가 마음속에 깔려 있나보다. 그래서 슬픈 노래를 부른 가수들이 60-80년대에는 더욱 인기가 있었다.

이제 가을이다. 10월 이면 낙옆이 지고 떨어지는 가을잎들은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할 것이다. 우리를 우수에 젖게하는 가수, 낙옆이 져가는 우수의 늦가을, 힌눈내리는 겨울을 연상하는 가수가 있다면 나는 이미 우리 곁을 낙옆처럼 가버린 두 가수를 꼽는다. 바로 배호와 김광석이다. 그 둘은 1953년 생인 나를 중심으로 배호는 1942년 ,11년 먼저 태어났고 김광석은 1964년 ,11년 후에 태어났다.

배호는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했던 아버지가 중국에서 활동했었기 때문에 중국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는 일제시대, 6.25동란기에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50년대, 60년대에 노래를 불렀다. 그 때는 경제개발로 우리 농민들은 고향을 떠나 서울이나 도시로 이주를 했다. 고향을 떠나 무작정 도시로 간 도시 서민들의  삶은 고달팠다.  그 때 배호는  서민들의 슬픔, 그리움, 사랑 등을 흐느끼는 듯한 호소력으로 표현해냈다. 배호의 노래는 도시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었다. 그래서 '돌아가는 삼각지''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랑'' 울고싶어' 등이 대 히트를 했으며  배호가 죽은 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배호를 기리는 모임이 있고 배호 노래를 즐겨들 부른다.

나는 지금도 가수 배호가 죽은 날을 추억한다. 1971년, 나는 그 때 실업계 고3이었다. 거리에는 낙옆이 져서 수북이 쌓이고 이제 곧 첫눈이 내릴 것 같은 그런 쓸쓸한 계절이었다.  나는 직장시험을 보려고 서울에 있었을 때다. 그 날 시험이 끝나고 친구와 같이 친구의 서울 현저동에 있는 친척집을 가려고 버스안에 있었다. 그 때 버스에서 가수 배호가 죽었다는 뉴스가 흘러 나왔었다.  그 때 버스안에 있던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충격을 받은 듯 싶었으며 나 또한 당시 우리 또래의 우상이었던 배호의 죽음은 충격적인 슬픔이었다.

가수 김광석은 1964년생 으로 대구에서 태어나서 활동을 주로 80년대에 했다. 80년대도 우리 사회는 민주화 운동 등으로 시끄럽고 암울한 시대라고 할까. 그래서 그런지 그의 노래는 포크케열의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슬픈노래다. '서른 즈음에''이등병의 편지''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등의 애잔한 노래들이다.  그도 무었이 그리 급하다고 34살, 겨울에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나는 노래는 못 하지만  부르기를 좋아한다. 이렇게 날씨가 서늘해지고 나뭇잎이 갈색으로 옷을 갈아 입을 때면 나는 특히 배호 노래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랑''돌아가는 삼각지''울고싶어'등으로 시작을 해서 가을이 깊어가고 겨울의 초입이 되면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일어나'를 주로 듣고 부른다.

배호 노래CD를 구입해서 운전을 할 때 마다 틀어 놓는다. 이런 나를 아내는 이해를 하지 못한다. "당신은 무슨 그런 청승맞은 노래를 좋아하요. 밝은 노래를 불러야 사람 운명이 밝아 지는 것이지. 그런 슬픈 노래만 부르니 얼른 죽어 버리지...."하면서 배로노래를 좋아하는 나를 나무란다.

아내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슬픈 노래를 많이 부른 가수는 그 노래처럼 슬픈 인생을 살다가 일찍 가버린 경우가 많았다. 배호, 김광석, 김정호,차중락 등. 아내는 그 이유를  그런 노래를 부르면 우주에 파장이 생겨 자기도 모르게 그 노래의 가사처럼 운명이 되고 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나는 게의치 않고 그들의 노래를 좋아한다. 그 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혼란했던 마음이 가라앉고 메말라있던 그리움, 슬품등의 감정이 일어난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면 40년전의 TMO열차를 타고 두려움과 떨리는 마음으로 논산훈련소로 가던 날로 시간여행을 한다. '이등병의 편지'의 가사들이 당시 훈련소로 가던 20대 청년의 낫설음과 두려움을 다시 불러 일으킨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잃어 버리고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출근해서 여유를 모르고 직장일에 메달리다가 저녁에 들어와서 자고 다시 출근하는 기계처럼 살아가는 기계인간들이 되어 버렸다.

우리 사회는 서정성이 사라져 가고 있다. 현대의 디지털문명은 사람들을 점점 더 기계처럼 차갑게 만들어 가고 있다. 서정성이 사라지면서 마음은 각박해지고 범죄는더욱 흉포화 되어가고 있다.   서정성이 베어있을 때 사람간에 사랑도 있고 우리 겨레의 정서인 정이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배호와 김광석의 노래는 우리에게 감정을 일깨워 준다. 지난날을 추억하게 한다. 그 들의 노래에는 사람 사이의 정,슬픔,사랑,그리움 등의 서정이 있다.

오늘 밤에도 집에 들어와서 침대에 누우니 여러가지 잡다한 일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누리맘(인터넷)에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누리집(홈피), '기타가 있는 마을'에 들어가니 대문에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맞이한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빈 방문을 닫은 체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빈 방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정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삶의 심만한 쓰레기들이 슬그머니 빠져 나가 버린다.   배호와 김광석, 그 들은 가을의 가수다. 우리 삶의 슬픔을 위로해 주는 가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5060새대들 너무나 힘들다. 우리의 슬픔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슬픔을 표현할 길도 없다. 슬플 때는 슬퍼하고 울음이라도 울어버려야 속이 시원하다. 그러나 우리 5060새대들은 울을 수도 없다. 우리 남자들은 절대 울어서는 안된다고 배워 왔으니까.

우리세대는 어린 시절, 60년대에 배호의 노래를 들으면서 자랐다. 어른이 된 80년대에는 민주화 과정으로 사회가 복잡했다. 이럴 때 김광석은 우리들의 힘든 마음들을 서정적이 노래들로 달래 주었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 5060새대들은 힘들다.  이제 은퇴를 시작했으나  일자리도 없고  노후가 보장되지 않아 더욱 걱정이다.

그 힘듦을 배호와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면서 깊히 슬퍼해보자.  슬플때는  슾퍼하자.  그들의 노래는 우리 깊은 내면을 파고들면서  마음이 따스해지고 편안해 짐을 느낄 것이다.


태그:#배호, #김광석, #가을가수, #5060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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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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