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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미디어법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당시 국회 로텐더홀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다 퇴거 불응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보좌관과 비서 등 12명은 1심 법원에서부터 다시 유죄·무죄 판단을 받게 됐다.

민주당 국회의원 50여 명과 보좌관 등은 지난 2008년 12월 26일 임시국회 회기 중에 방송법개정안 등 미디어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 쟁점법안의 직권상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이어 30일에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이 농성에 합세해 150여 명이 연좌 농성을 벌였다.

국회의장은 2008년 12월 30일 질서유지권을 발동했으나 농성은 계속됐다. 이에 국회의장은 2009년 1월3일 국회 사무총장에게 강제퇴거 조치하는 등 강도 높게 대처하라고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국회 경위 등과 몸싸움이 벌어졌으나 강제퇴거 시도는 실패했다.

민주당은 2009년 1월 4일 국회의장이 미디어법 등의 직권상정 불가 입장을 밝히자 다음날 로텐더홀에서의 농성을 해산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보좌관들은 농성을 계속했고, 이에 국회 경위과장과 사무총장으로부터 세 차례 퇴거요구를 받았으나 응하지 않았다. 결국 국회 사무총장의 지시를 받은 경위들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제외한 보좌관 18명과 민주당 최문순 의원 보좌관 1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강제 퇴거시켰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후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의원 보좌관 또는 비서관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검사는 19명을 조사한 뒤 2008년 12월 30일 이후의 퇴거불응 중 2009년 1월 5일 새벽 퇴거불응에 대해 벌금형에 약식기소했다. 그런데 민주당 최문순 의원 보좌관은 불기소처분했다.

1심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차별 취급... 검사 공소권 남용"

이 사건은 정식재판에 회부됐고, 1심인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마은혁 판사는 2009년 11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퇴거불응)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보좌관과 비서 등 12명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마은혁 판사는 "퇴거 요구에 대해 피고인들과 민주당 보좌관 등은 2009년 1월 5일 오전 1시까지 불응했고, 피고인들은 더 나아가 오전 3시 15분까지 2시간 더 계속 퇴거에 불응했다"며 "그런데 검사는 민주노동당 소속인 피고인들에 대해서만 공소제기했을 뿐, 민주당 소속 특히 피고인들과 함께 현행범으로 체포된 최문순 의원 보좌관조차 공소제기는 물론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은 차별취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소제기된 집단과 공소제기되지 않은 집단의 구별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정당 구별과 정확히 일치해 이런 차별취급은 두 집단의 소속 정당이 어디인가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이는 헌법 제11조 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취급의 하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차별취급의 근거로 마 판사는 2008년 12월 30일 자 퇴거요구의 전제가 되는 로텐더홀에서의 농성행위는 민주당에 의해 먼저 개시됐고, 민주노동당이 나흘 뒤 가세했으므로 비록 민주노동당이 농성을 민주당보다 뒤늦게 해산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농성기간은 민주당이 오히려 길었던 점, 농성 참여자의 수를 볼 때도 민주당이 민주노동당보다 절대 다수여서 농성 및 퇴거불응 행위는 민주당에 의해 주도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또 피고인들은 공소제기된 반면 민주당 보좌관 등은 아예 입건조차 되지 않은 점, 비록 이 사건 공소는 민주노동당 단독의 농성 및 퇴거불응행위에 대한 것이기는 하나 그 이전의 민주당과 함께 농성 및 퇴거 불응과는 다른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이 발생했다거나 위험이 높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피고인들은 공소제기하고 민주당 보좌관 등은 공소제기하지 않은 차별취급은 합리적 기준을 벗어난 자의적인 것이라고 판단했다.

마 판사는 "피고인들과 함께 계속 농성하다가 체포된 민주당 최문순 의원 보좌관은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점, 국회 사무총장이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공소권이 행사된 점, 이 사건 공소제기가 4일이 넘는 하나의 계속된 퇴거불응 행위의 극히 일부분(2시간)에 불과한 퇴거불응행위만을 대상으로 한 이례적인 것인 점과 위 자의적 차별취급에서 검토한 정황 등을 더해 보면 피고인들만을 공소제기한 공소권 행사는 미필적이나마 자의적 차별취급의 의도가 개재돼 있었다고 추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마은혁 판사는 그러면서 "따라서 이 사건 공소는 검사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권을 행사한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고, 그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의해 공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1심은 공소권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위법한 판결 내려"

1심 이후 검사는 "현행 형사소송법이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점, 검사가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함께 농성했던 사람들 중 민주당 소속 보좌관 등을 제외하고 민주노동당 소속인 피고인들만 기소했더라도 이를 검사의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로서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부적법한 공소제기라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대준 부장판사)는 2010년 7월 1심 공소기각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검사가 계속적인 퇴거불응행위 중 일부분만 기소했다고 해서 그 공소제기가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없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이지 않는 점, 쟁점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 구도 등 당시의 정치적 상황, 다른 국회 관련 폭력 사건에 대한 기소 현황 등을 살펴보더라도 굳이 검사가 여당과 대립하고 있는 야당 중 민주노동당만 차별적으로 취급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의 공소제기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로서 미필적이나마 차별취급의 의도가 개재돼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이 사건 공소가 공소권을 남용해 그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공소권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원심, 공소권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사건은 피고인들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2일 공동퇴거불응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보좌관과 비서 12명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1심 법원으로 돌려보낸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한 재판 절차를 1심부터 다시 진행하게 됐다.

재판부는 "검사의 이 사건 공소제기가 미필적이나마 민주노동당 소속인 피고인들을 차별취급할 의도로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피고인들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공소권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검사, #공소권,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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