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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두부와 산나물 샐러드
 오색 두부와 산나물 샐러드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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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알고 지내던 비구니 스님께서 큰일을 냈습니다. 오직 불법과 불성의 세계에서 수행정진만 하겠다는 스님이 2층 주택 두 개를 맞대어 사찰음식점을 냈기 때문입니다. 평소 건강도 좋지 않았고, 몇 번의 암수술도 거친지라 속인의 삶을 지탱하기란 너무 벅찬 일이었습니다.

스님은 이전 수십 년간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 아이들을 돌보며 엄마 노릇을 자처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매달 한 번 교도소 재소자들을 찾아가 자장면을 대접하며 불법을 실천했습니다. 그만큼 여간 활동성이 넘쳐 인천불교총연합회 복지분과위원장을 4년간 맡아 여러 실무를 두루 책임져왔습니다.

그러던 스님이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갑자기 생전에 꼭 해보고 싶었다는 사찰음식점을 연다기에 처음엔 '그저 하는 소리겠지' 하며 지켜만 보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스님의 못 말리는 추진력으로 인해 금방 리모델링을 거쳐 인천 가좌동에 유기농 사찰음식 전문식당인 '선원'을 뚝딱 만들게 된 것입니다.

사찰 음식점 곳곳에 묻어나는 스님의 정갈함이 맛을 돋웁니다
 사찰 음식점 곳곳에 묻어나는 스님의 정갈함이 맛을 돋웁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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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느지막이 선방에서 수행정진하면서 불교 일을 많이 도와주시지 왜 그렇게 힘든 일을 결정하셨어요?"
"이것 또한 불교를 전하는 실천의 하나지. 망할 각오 하고 내 생에 꼭 한 번 사찰음식점을 해보고 싶었거든. 병원에 입원하면서까지 힘든 여정이었지만 마음만은 더 없이 좋으니 된 거 아이가. 하하~"

28일 늦은 저녁에 만난 스님은 그렇게 천연덕스러운 동자승 미소를 지으면서 특유의 화두로 저의 질문을 무색케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스님에게 있어 유기농 사찰음식점은 평생 꿈꿔보던 하나의 이상이었던 것입니다. 스님은 덧붙여 화답합니다.

"친환경적인 재료를 이용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식자재만 골라 지인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데 이걸로 충분하지 않나(웃음). 내가 만든 유기농 생태음식으로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돌아가면서 '정말 잘 먹었다고' 할 때가 하루의 큰 보람이지, 뭐. 자고로 자연 그대로의 음식은 사람의 몸과 마음에도 작용해 연잎밥에 들어가는 연꽃처럼 아름답게 삶을 가꿀 수 있는 법이지. 내가 식당을 열게 된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하고 말이여(웃음)."

인테리어도 직접 손보고... 맛과 영양도 최고로 제공

스님은 언제나 그랬듯 묵묵히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계십니다. 몰입, 그것이 바로 수행정진 최고의 선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왼편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 자연 그대로를 발효해 만든 효소 첨가물입니다.
 스님은 언제나 그랬듯 묵묵히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계십니다. 몰입, 그것이 바로 수행정진 최고의 선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왼편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 자연 그대로를 발효해 만든 효소 첨가물입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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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사찰음식점인 '선원' 외부는 단아하고 알록달록한 무늬로 색을 칠하고, 들어오는 입구마다 각종 꽃과 식물들을 가지런히 배열하였습니다. 그리고 안쪽에는 각종 차 그릇과 전통 용기로 사찰 선원처럼 클래식한 이미지로 꾸며놓았지요. 작은 옹기그릇이며, 물 그릇 하나까지 스님의 정성과 불법이 고스란히 느껴져 있었습니다.

음식 또한 연잎밥에서 콩고기, 연꽃샐러드, 연근튀김, 산나물 물김치, 호박잎 찜, 산나물 볶음, 한방 떡볶이 등 총 16가지의 뷔페음식으로 가지런히 차려놓았습니다. 올 초 점심께 찾아갔을 때는 1, 2층 모두 손님들이 꽉 차서 음식사진만 찍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아, 이곳 선원은 모두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음식을 만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딱 적정량의 신선한 재료로 예약 손님들에게만 제공하고 일체 손님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 또한 스님의 사찰 식당인 '선원'만의 음식 철학이지요.

연잎 밥
 연잎 밥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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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와 효소액으로 만든 연잎 김밥
 오디와 효소액으로 만든 연잎 김밥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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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곳 손님들은 주로 스님의 지인들이 대부분 차지합니다. 하지만 요새는 입소문이 자자해 멀리 평택이나 천안 등지에서도 부러 예약해 음식 맛을 보고 간다고 스님은 자랑을 합니다. 그만큼 '선원' 식당의 음식은 약도 될 뿐더러 청정도량의 정화작용까지 곁들여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손님으로 왔다가 음식에 매료되어 블로그에 글을 올린 한 한의원 원장은 손님들의 맛 평가를 다음과 같이 올렸습니다.

"맛이 좋기는 한데 맛이 너무 밍밍하다. 건강에는 진짜 좋겠다. 평소에 강한 맛에 길들여져 있던 사람은 심지어 속이 미식거린다."(젊은 층의 답변)
"꼼꼼하게 맛보고 향도 모양도 맘에 들어 다시 오고 싶은 좋은 식당이다. 전통차도 즐길 수 있어 마음을 정화할 때 딱 오고 싶은 곳이다."(40~50대층 답변)

이런 답변에 한의원 원장은 "'의식동원'이라고 했듯 먹을거리가 정말 중요합니다. 음식조절이 꼭 필요한 분들께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습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러며 그는 "가셔셔 음식도 먹고 또 스님께 직접 요리를 배워서 집 식단도 바꾸라고 하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입니다.

연잎 콩고기 말이
 연잎 콩고기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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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기 야채볶음
 콩고기 야채볶음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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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천녹색연합에서 활동가로 일하는 신정은씨도 자신의 블로그에 사찰 음식점을 다녀온 후기를 남겼습니다. 그는 "연밥, 연근찜, 연근전, 연근 장아찌 등 주로 연근 요리를 중심으로 오디, 산딸기 등의 자연재료 효소가 모든 음식에 가미되어 담백하면서도 정갈한 음식들로 풍성했다"라고 맛 평가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그는 "귀한 날, 귀한 벗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이곳에서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또 이곳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금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 사업에 쓰인다고 하니 아까울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아요"라며 흡족해했습니다.

좋은 음식도 맛보고, 좋은 사람과 함께 속까지 정화되는 전통 차도 마시고, 인근 산에서 불어오는 산바람과 함께 추억을 곱씹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요. 더더욱 수익금 일부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사용된다니 그야말로 1석 4조가 되는 법이네요.

연꽃처럼 삶을 아름답게

산나물 생무침
 산나물 생무침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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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건강음식으로 소문난 연꽃은 그 맛의 깊이만큼이나 다양한 속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련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연꽃은 '이제염오', '불여악구', '계향충만', '본체청정', '면상희이', '유연불삽', '견자개길', '개부구족', '성숙청정', '생이유상' 등 10가지 의미를 지닌다고 합니다.

먼저 '이제염오'란 연꽃이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듯 주변의 부조리와 환경에 물들지 않는 고고한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의 특성을 가리킵니다. '불여악구'란 연꽃잎 위에는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르지 않듯 악과 거리가 먼 사람, 악이 환경에서도 결코 물들지 않는 사람을 지칭합니다.

이어 '계향충만'은 연꽃이 피면 시궁창 냄새가 이내 사라지듯 한 사람의 인간애가 사회를 훈훈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체청정'은 연꽃이 언제 어디서나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하듯 항상 청정한 몸과 마음을 간직한 사람을 일컫습니다. '면상희이'는 연꽃의 모양이 둥글고 원만하듯 부드럽고 인자한 사람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유연불삽'은 연꽃이 좀처럼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듯 자기를 지키면서 생활이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견자개길'은 연꽃에 길조의 의미가 지니고 있듯 많은 사람에게 길한 일을 주는 사람을 지칭합니다. '개부구족'은 연꽃이 필히 열매를 맺듯 아름다운 선행을 일구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한방 떡볶이
 한방 떡볶이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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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성숙청정'과 '생이유상'은 각각 성숙감을 느낄 수 있는 인품의 소유자와 존경스럽고 기품이 있는 의인을 의미합니다. 이는 마치 연꽃이 색깔이 곱고 다른 꽃과는 확연히 다른 점을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진흙 속에서 더욱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빛내는 이런 연꽃의 꽃말처럼, 이 세상이 좀더 청정하고 영롱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연꽃 음식 하나로 세상을 밝히는 스님의 음식점처럼 많은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더 없는 평화가 자리 앉기를 기대해봅니다. 

전통 찻잔의 청정함
 전통 찻잔의 청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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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곳은 오로지 예약제로만 운영돼 많으면 하루에 딱 30~40명 정도만 먹고 갑니다. 점심시간에는 오후 12시~2시. 저녁시간에는 오후6시~8시까지만 운영됩니다. 왜냐고요? 나머지 시간은 스님이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수행정진 기도를 이어가기 위해서입니다.



태그:#경운사, #보련 스님, #사찰 음식점, #선원, #인천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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