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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에서 만든 책 '사람도서관' 시리즈의 첫 권, <문성근을 읽다>는 문성근이 시작한 '새로운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에서 만든 책 '사람도서관' 시리즈의 첫 권, <문성근을 읽다>는 문성근이 시작한 '새로운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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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아버님은 첫 번째 출옥을 하셔서 민주화는 곧 된다고 내게는 '꿈'같은 말씀을 하셨다. 나는 열심히 설명했다. '긴급조치 9호라는 실정법이 있고 온 사회가 질식할 것 같은 공포 분위기 속에 있는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아버님은 내게 '너는 왜 그렇게 애늙은이가 됐냐?'하셨다. 아버님에게는 그 '꿈'이 힘의 원천이었다. 생각해보면 아버님에게 그 꿈은 허황된 꿈이 아니라 이루어내야 하는 이상이었던 것 같다."
- <문성근을 읽다> 중

1989년, 한 남자가 <한겨레>에 기고한 글 중 일부다. 손바닥만한 책 한 권을 다 읽고 보니 '아버님'이란 단어를 이 남자의 이름으로 바꾸어 써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을 몇 번씩 바꿔가며 '안 된다'던 일에 도전해 온 그의 행보에 비춰보면 그렇다. '꿈'을 원천으로 지금까지 다섯 번 살아온 남자 말이다. 그가 누구냐고? <오마이뉴스>의 사람도서관 제1권, '문성근'이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한 사람의 생애가 오기 때문이다' 서울 한복판 건물에 붙어있던 이 시구는 많은 이들이 공감했던 문구다. 요즘처럼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세상에서 한 사람의 인생과 가치를 듣는 일도 어렵지 않던가. 그런 점에서 <오마이뉴스>의 '사람도서관'은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 사람의 생애를 책처럼 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호인 <문성근을 읽다>에는 문성근과 10만클럽 회원 30명이 <오마이뉴스> 서교동 사무실에서 만나 나눈 대화와 추가 인터뷰가 실렸다. 도서관의 주인공이 독자이듯, <사람 도서관> 역시도 책이 되는 사람과 모인 독자가 주인공이 되어 어우러진다.

모두가 주인공인 <사람도서관>, 문성근을 대출해 드립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책이지만, 문성근의 가족사부터 배우 인생, 정치인으로서의 삶이 고루 묻어있다. 여타 자서전이나 인물평론과는 달리 술술 읽히는 매력도 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는 게 아니라, 시민의 삶과 고민이 담긴 '질문'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0년 정도 되었는데요. 어릴 때는 아버지가 왜 저런 선택과 행동을 하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깨닫는 바가 있더라구요. …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생태·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난 민주정부 10년도 그렇고, 민주통합당도 생태가치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 <문성근을 읽다> 중

위 질문은 개인적 경험에 기반을 둔 질문이지 않은가? 그래서 문성근의 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3~4차례의 대화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인터뷰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생동감이 느껴졌다. 

"배우는 정말 다양한 인생을 연기하는데, 저는 실생활에서도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회사 다니다가 배우가 되었고, 노무현 지지활동을 했고 백만 민란 운동하다가 국회의원 출마하고, 이렇게 삶을 다섯 번 다르게 사는 것 같습니다. 일흔 넘으면 그때는 다시 배우로 복귀해 여섯 번째 삶을 살 거라 생각합니다."
- <문성근을 읽다> 중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수입이 일정치 않은 배우가 됐고, 연기력을 인정받았을 때는 어지러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새로운 선택에 주저앉을 수 있었던 이유로 그는 '객관화'를 꼽는다. 동학군이었던 5대조 할아버지, 독립운동 한 할아버지, 민주화운동 한 아버지로 이어진 '로열패밀리' 속에서 콤플렉스를 지니고 살아온 문성근에게 꼭 필요했지만 어려웠던 작업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순간을 잠시 떨어져서 보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나는 지금 어디 있나, 무슨 짓을 하고 사는 것일까, 무엇을 했어야 했나"
- <문성근을 읽다> 중

문성근은 야권의 5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통합을 목적으로 정치 운동을 시작해, 결국 지금의 민주통합당 모습까지 갖추는 데 일조했다. 공과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객관화를 통해 '시대정신'과 그 속의 본인을 읽어내는 데는 성공한 셈 아닐까.

새로운 판, 문성근을 지켜보자

"현실이 더 영화적이다. 나는 영화 찍으러 가는 거다." 여균동 감독의 말처럼, 문성근이 몸담은 현실은 영화처럼 흘러왔다. 1년 반 전, 문성근이 구상한 온·오프 결합 정당은 스웨덴이나 독일의 해적당처럼 한 흐름이 되었다. 구상했던 시민참여경선도 현실화되었다. 시민이 한 주축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믿음이 작은 판을 이뤄 온 셈이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엄청난 욕망의 덩어리'인 여의도에서 운동이 아닌 정치를 시작한 이상, 125페이지 이후의 문성근이 어떤 모습일지는 예측 불가다.

"질서·제도에 짓눌리지 않고, 제가 할 얘기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실현 가능성이야 어쨌든, 절차야 어떻게 되든…. 이런 소리가 있음을 알리는 것, 그런 시민의 주문이 있음을 알리는 것. 가능성과 관계없이 민란운동을 시작했듯이…."
- <문성근을 읽다> 중

이창동 감독의 주례사가 곧 내가 덧붙이고 싶은 말일 듯하다.

"두 사람은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이제 오늘 두 사람은 결혼하기 때문에 그 사랑을 지켜야 합니다."
- <문성근을 읽다> 중


새로운 연애 - 문성근을 읽다, 개정판

10만인클럽 편집부 엮음, 10만인클럽(2012)


태그:#문성근, #사람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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