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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새내기 콘서트>는 3월 30일 여의도에서 열린다
 <2012 새내기 콘서트>는 3월 30일 여의도에서 열린다
ⓒ 2012 새내기콘서트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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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이성부 시인의 시구처럼 어김없이 봄은 똑같은 모습으로 찾아온다. 캠퍼스가 분홍빛 꽃으로 물들 때 대학생들은 저 아래 묵혀두었던 '낭만'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하물며 그 낭만을 맛보기 위해 봄이 오는 줄도 모르고 긴 시간을 참아낸 새내기들은 어떠하리. 

<2012 새내기 콘서트>기획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대성(20)군과 김희영(20), 황혜령(20)양도 봄 기운이 물씬 풍기는 새내기였다. 지난해에 첫 단추를 꿴 <2012 새내기 콘서트>는 대학 신입생들이 주축이 되어 행사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기획하고 진행하는 '전국단위의 축제'다. 이 행사는 새내기들이 직접 만든 축제의 장에서 문화를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도 전국 7개 권역에서 600여 명의 새내기들이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세 청년은 서울 지역에서 각각 홍보 업무와 공연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행사의 취지가 좋아 시작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새내기가 직접 창조하는 대학 문화'의 현장에 직접 뛰어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황양은 "소위 스펙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진짜 대학생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한다는 의미가 크다"며 "어쩌면 새내기이기에 할 수 있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김양도 새내기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보장된다"는 매력에 끌려 기획단에 지원했다.   

하지만 꿈을 위해 시작한 일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군은 "정치적 경향과 우리 콘서트는 별개로 보는 것이 맞다"며 같은 날 열리는 반값등록금 집회 장소를 일부러 피해 장소를 잡아야 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김양도 "단지 새내기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행사를 편견 없이 바라봐주기를 바랐다. 콘서트를 통해 새내기들이 '함께'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봄바람처럼 선선한 말들을 기대했으나 이들의 대화는 한 겨울 찬바람이 사립문을 치듯 매서웠다. 세 청년에게서 갓 대학 문을 넘어선 신입생이자 콘서트를 기획하는 기획자로서의 생각을 들어봤다.

"대학생 되면 능동적인 삶 살 수 있으리라 생각"

<2012 새내기 콘서트> 기획단 황혜령(20)양
 <2012 새내기 콘서트> 기획단 황혜령(20)양
ⓒ 유동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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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하기 전에 기대했던 대학이나 대학생의 모습은 무엇이었나?
김희영(이하 희) : 능동적인 삶! 주어진 것만 하기 보다 스스로 뭔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김대성(이하 김) : 사회를 보는 관점이 훨씬 넓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는 사람들과 조금 다른 얘기를 하면 어리다고 무시 받기 십상이다. 대학생은 그래도 성인으로 취급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배우고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을 거라는 측면에서이다.

황혜령(이하 황) : 고등학생도 학생이고, 대학생도 학생이지만, 사회에서 가지는 위치는 분명 다르다. 그래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더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견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특권이지 않나. 아, 미팅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이 하는 것 같다.(웃음)

- 대학생의 다수가 취업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요새는 1학년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보나?
희 : 선배들을 보면 실감한다. 도서관에 따로 '취업준비반'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김 : 내 주위에도 '중도의 아이들'이 있다. 이미 도서관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황 : 룸메이트가 잠을 안 잔다. 1학년인데 벌써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취업 준비라기 보다는 고등학교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공부만 하다 보니 여유가 없다. 놀러 나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자기가 불안해서 공부를 한다. 안쓰럽기도 하다.

희 : 대학 와서 상대평가라는 걸 처음 알았다. 대학은 안 그럴 줄 알았다. 한 만큼만 하면 인정 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끝없는 경쟁이다. 내가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성적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수강할 권리는 있지 않나?

김 : 새내기에겐 경험이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추하게 보여도 상관없다. 술 먹고 시험도 쳐보고, 학교에서 잠도 자고, 가끔은 실수도 할 수 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자신을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벌써부터 공부에 집착하도록 분위기가 조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이 아니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시기가 언제 또 있나?

"새내기의 특권은 경험... 지금 아니면 언제 맘대로 할 수 있을까"

<2012 새내기 콘서트>기획단 김희영(20)양
 <2012 새내기 콘서트>기획단 김희영(20)양
ⓒ 유동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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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서트 기획단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인가? 
김 : 새내기로서 뭔가를 새롭게 시도한다는 것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이렇게 큰 행사를 언제 직접 기획해 보겠나. 새내기라고 그저 지시만 받는 위치에 있으라는 법은 없다. 

황 : 소위 스펙으로 하는 대외활동이 아니라, 진짜 대학생으로서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한다는 의의가 크다. 지금 담당하고 있는 언론·홍보 관련 업무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보니 힘들어도 즐겁다. 어쩌면 새내기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도전인지도 모르겠다. 3, 4학년들이 주축이었다면 능력은 더 좋을지 모르겠지만, 서로가 더 돋보이는 경력을 얻기 위해 경쟁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희 : 새내기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할 수 있으면 하면 되고, 내가 가진 능력만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서로 눈치 보며 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 시작부터 끝까지 주체적으로 준비하는 행사인 만큼 느끼고 배운 것도 많을 것 같다. 무엇이 가장 크게 남나?
황 : 내 능력이 실현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대외홍보 업무도 직접 학교나 방송국에 연락을 취하면서 콘서트에 대해 홍보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내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다는 것이 신기하다. 막연한 꿈이었던 일이 구체적인 방향을 잡게 됐다.

희 :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었던 공연 연출을 직접 도맡아 하고 있는 이 시간이 정말 의미있다. 전공도 이쪽과는 다른 계통인데다가, 새내기다 보니 학교에서 이같은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전국적인 행사를 내 손으로 기획하고 완성시켜 가면서 다시금 꿈이 생겼다. 내가 만드는 행사에 무려 만 명이 모여든다! 대학 졸업 하기 전에 더 큰 행사를 맡아서 연출해보고 싶다.

김 : 홍보 활동을 하면서 나 자신이 얼마나 좁은 시각으로 사람들을 대했는지 알게 됐다. 전단지 하나 나눠주고 포스터를 하나 붙이는 데도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쉽지 않다. 내 일이 아니면 정말 신경 쓰지 않는다. 나도 분명 예전에는 그렇게 무심했을 것이다. 지금 공부하는 정치학이라는 학문도 결국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바탕이 아닌가. 사람의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말하고 싶은 것은 단 한 가지, '네가 네 삶의 주인공이야'

<2012 새내기 콘서트>기획단 김대성(20)군
 <2012 새내기 콘서트>기획단 김대성(20)군
ⓒ 유동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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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정말 대학생들만 하는 건가? 이 정도 행사면 기업이나 단체에서 지원해 줄 것 같은데.
희 : 특정 기업에서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광고를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광고를 실어주게 되면 해당 기업의 입김이 행사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우리의 능동성이 침해 받을 수밖에 없다.   

황 : 특정 정치인의 지지나 후원도 피하려고 노력한다. 소위 색깔공방으로 인해 행사의 본 취지가 가려지는 것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김 : 포털사이트에 '새내기 콘서트'를 검색하면 이 행사를 특정 단체, 혹은 정치세력과 묶어서 어떤 '세력'운동으로 지칭하려는 글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정치적 경향과 이 행사는 별개로 보는 것이 맞다. 워낙 그런 견해들이 강해서 행사 장소도 시청 광장에서 여의도 광장으로 바꿨다. 콘서트가 열리는 30일 날 시청에서는 반값등록금 집회가 있다. 콘서트가 그 집회의 일련으로만 비춰질까봐 일부러 장소를 변경했다.  

황 : 주변 시선에 자꾸만 신경쓰면서 편견을 없애려는 쪽으로 맞추다보니 애초에 잡았던 계획들이 끊임없이 변경되고 있다.

희 : 그래서 사실상 알맹이들이 많이 빠진 느낌이다. 새내기들이 바라는 대학·사회의 모습들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소통이 되길 바랬는데, 무게가 많이 줄었다. 그런 콘서트의 차별적인 성격이 약해지다 보니 홍보할 때도 주안점을 두기가 애매하다. 우리 행사의 '부수적 요인'에 지나지 않는 가수 공연이나 강사의 특강만 부각되는 것은 원래의 방향이 아닌데, 그런 이미지로 흘러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김 : 학생들이 모여서 하는 활동 자체를 일단 의심하고 보는 경향이 큰 것 같다. 편견 없는 시각으로 봐줬으면 좋겠는데….

희 : 다시 말하지만 행사의 취지는 정말 순수하다. 이제 갓 대학생활을 시작한 새내기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주체적인 삶을 위해 함께 나가자는 것이다.

- 콘서트에 오게 될 새내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김 : 만들어진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내기는, 우리는, 취업이라는 현실보다 젊음이라는 특권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도전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희 : '네가 네 인생의 주인공이야'라는 메시지를 짧은 콘서트를 통해 온전히 전달하기에는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콘서트를 찾아온 새내기들이 "우리가 '함께' 이 곳에 있다"라는 공동체 의식, 즉 연대감이라도 느꼈으면 좋겠다.

황 : 일찍부터 자신의 능력에 회의감을 품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무턱대고 시작한 우리도 결국 여기까지 끌고 왔다. 홍보를 할 때 늘 하는 말이지만 기획부터 준비까지 모든 과정이 새내기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장(場)을 일구어 나간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경험들이 늘 성공적이지는 못하더라도 '나라면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적어도 우린 '의식 있는 대학생'이 되어야 한다.

<2012 새내기 콘서트>는 오는 30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 특별무대에서 막을 연다. 전국에서 모인 기획단 500명의 합창, 1만 명 관중과 함께하는 셔플 댄스 기네스 기록 도전은 여느 대학 축제에서 볼 수 없는 이채로운 광경을 선사한다. 셔플 댄스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춤의 한 유형이다. 전국의 대학에서 모인 새내기들의 연극, 춤, 연주 등 다양한 공연도 기대할 만 하다. 이날 사회는 개그맨 최효종이, 특별공연으로는 슈퍼스타K3의 우승팀인 울랄라세션이 오를 예정이다.

콘서트에 앞서 24일 토요일에는 홍대에서 '300인 셔플파티'가 열린다. 술로 점철되는 파티 자리가 아닌 다함께 문화아이템을 공유하고 즐기는 흥겨움의 장이 펼쳐진다. 콘서트의 열기를 미리 체험하고 싶은 이들은 이날 홍대로 오시길.


태그:#새내기콘서트, #새내기, #신입생,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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