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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와코박물관 입구입니다. 비와코 호숫가에 있는 비와코박물관은 비와코 호수의 생태계와 그 주변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역사를 기록, 보전, 전시하고 있습니다.
 비와코박물관 입구입니다. 비와코 호숫가에 있는 비와코박물관은 비와코 호수의 생태계와 그 주변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역사를 기록, 보전, 전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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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하고 사람들은 바뀝니다. 세상은 더 편하고, 더 빠르고, 더 섹시하게 변합니다. 세상 속에서 사람들 역시 새로운 것, 빠른 것을 찾아 나섭니다. 엊그제까지 사용하던 것이 이제 박물관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물관은 왜 필요할까요?

오는 2월 17일 비와코 호수가에 있는 비와코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비와코박물관은 비와코 호수를 중심으로 비와코 호수의 생태와 역사, 그리고 비와코 호수 주변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역사를 보존, 전시하는 곳입니다.

이번에는 특별전으로 민구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민구는 비와코 호수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민구입니다. 비와코 호수 주변에는 논이 많습니다. 그래서 농사와 관련된 민구, 즉 농기구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오케브로(桶風呂), 나무로 통을 만들고 바닥에 철판을 붙였습니다. 통 안에 물을 넣고 바닥에 불을 지펴서 물을 데웁니다. 물이 데워지면 사람이 들어가서 물속에 앉아서 반신욕을 즐깁니다. 서너 집이 모아서 더불어 사용했다고 합니다. 일본사람들의 목욕 습관은 극성스럽습니다. 사진 오른쪽은 옛 모습을 재연해 놓은 것이고 오른쪽은 전시용으로 새로 만들었습니다.
 오케브로(桶風呂), 나무로 통을 만들고 바닥에 철판을 붙였습니다. 통 안에 물을 넣고 바닥에 불을 지펴서 물을 데웁니다. 물이 데워지면 사람이 들어가서 물속에 앉아서 반신욕을 즐깁니다. 서너 집이 모아서 더불어 사용했다고 합니다. 일본사람들의 목욕 습관은 극성스럽습니다. 사진 오른쪽은 옛 모습을 재연해 놓은 것이고 오른쪽은 전시용으로 새로 만들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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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와코 호수는 물이 깊습니다. 그래서 물 속에 사는 고기를 잡는 어구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비와코 주변에서 사는 사람들이 살면서 사용해온 오케브로(桶風呂)를 전시하고, 그것을 만드는 방법을 비디오로 보여주면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비와코 호수 주변 시가켄에서 사용한 쟁기입니다. 사진 위는 한반도에서 들어온 쟁기이고, 아래는 중국에서 들어온 것입니다.
 비와코 호수 주변 시가켄에서 사용한 쟁기입니다. 사진 위는 한반도에서 들어온 쟁기이고, 아래는 중국에서 들어온 것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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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코 호수 주변에는 논이 많습니다. 원래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괭이, 삽, 소 쟁기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물론 지금 그러한 농기구로 농사를 짓는 사람은 없습니다. 일본에 농업용 트랙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65년부터라고 합니다.

적어도 1965년 이전 비와코 호수 주변에서도 소를 이용하여 쟁기로 논을 갈았습니다. 그러나 트랙터의 보급으로 소 쟁기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일본의 소 쟁기는 한국식과 중국식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 시가켄입니다.

  멍에, 이 멍에는 일본사람이 만들어서 사용하기 시작한 인공 멍에입니다. 무게는 1 - 2 킬로그램 정도입니다. 나무를 5 밀리미터 정도로 잘라서 붙인 다음 압축하여 ㅅ 자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멍에, 이 멍에는 일본사람이 만들어서 사용하기 시작한 인공 멍에입니다. 무게는 1 - 2 킬로그램 정도입니다. 나무를 5 밀리미터 정도로 잘라서 붙인 다음 압축하여 ㅅ 자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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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쟁기질을 하는데 필수적인 것은 소 멍에입니다. 소 쟁기는 소 멍에를 등에 지워서 쟁기를 끌게 합니다. 비록 소 쟁기가 한반도나 중국에서 들어왔지만 쟁기를 끄는 멍에는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멍에를 만들어서 중국, 대만, 한국 등에 팔기도 했습니다. 역시 일본 사람들의 손재주는 뛰어납니다.

소 등에 메는 멍에는 ㅅ 자 모양으로 굽어 있습니다. 처음 쟁기를 만들어서 사용하던 사람들은 자연산 나무에서 그렇게 굽은 나무를 골라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긴 나무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본 야마구치에 사는 사람이 나무를 오 밀리미터 크기로 잘라서 붙인 다음 압축하여 ㅅ 자 모양으로 멍에를 만들어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공으로 소 멍에를 만들던 후손은 지금 목수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와코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주로 사용하는 그물과 통발입니다.
 비와코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주로 사용하는 그물과 통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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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코 호수에는 물고기가 삽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아 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그물이나 대나무로 만든 통발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그물을 엮거나 대나무로 통발을 만들던 사람들이 비와코 호수 주변에는 많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런 일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호수 고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비와코 호수에서 잡은 붕어로 후나스시를 만드는 것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후나스시는 봄에 잡은 붕어를 밥과 버무려 눌러 놓고 삭힌 것으로 한국 경상도의 가자미식혜와 비슷한 절임 먹거리입니다.

  비와코박물관 상설 전시실 입구에 마련된 코끼리 뼈 화석입니다.
 비와코박물관 상설 전시실 입구에 마련된 코끼리 뼈 화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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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코박물관 상설전에서는 비와코 호수가 처음 생기던 400만 년 전 모습을 재연해 놓았습니다. 그때는 코끼리가 비와코 호수 주변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비와코 호수 주변에서 코끼리 뼈나 똥 등이 화석 형태로 발견되곤 합니다.

상설전에는 비와코 호수 주변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자연 환경에 대한 소개도 빠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특별히 비와코 호수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흘러가는 물을 부엌으로 끌어들여 설거지를 합니다. 그리고 이 물을 모아서 그 물 속에 붕어를 키웁니다.

  가와야, 비와코 호수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물을 부엌으로 끌어들여서 설거지를 하고 그 물로 붕어를 키우고 깨끗해진 물을 호수로 흘러 보냈습니다.
 가와야, 비와코 호수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물을 부엌으로 끌어들여서 설거지를 하고 그 물로 붕어를 키우고 깨끗해진 물을 호수로 흘러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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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는 설거지를 한 물에 섞인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치웁니다. 이렇게 정화된 물이 비와코 호수로 흘러갑니다. 오래 전부터 비와코 호수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호수, 물고기와 사람이 더불어 사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실천해 왔습니다.

비와코박물관, 단순히 옛 것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옛 사람들이 살았던 소박한 삶과 그 삶 속에 흐르는 자연 친화적인 슬기를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민속품 수장고, 수장고의 규모나 시설도 그렇지만 모든 유물을 카드로 정리하여 보존, 관리하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이런 작업을 마치는데 12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수장고는 늘 습도 60 퍼센트, 온도 섭씨 20도를 지키고 있습니다.
 민속품 수장고, 수장고의 규모나 시설도 그렇지만 모든 유물을 카드로 정리하여 보존, 관리하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이런 작업을 마치는데 12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수장고는 늘 습도 60 퍼센트, 온도 섭씨 20도를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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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법> 교토나 오사카에서 JR 비와코센을 타고 구사츠역(草津駅)까지 간 다음 비와코박물관행 버스를 타고 갑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비와코박물관, #시가켄, #오케브로, #쟁기, #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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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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