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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없는 사람들> '그 길 옆에'(심흥아) 중에서.
 <떠날 수 없는 사람들> '그 길 옆에'(심흥아) 중에서.
ⓒ 보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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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재개발이 시작된 경기도 고양시 덕이동. 차들이 쌩쌩 달리는 아스팔트 길옆 천막에는 김명자씨와 세 딸이 5년째 살고 있다.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집과 가구점을 모두 철거당한 김씨와 세 딸에게는 갈 곳이 없다. 고양시 대표로 금메달을 따기도 했던 유도선수 출신 큰딸은 철거 과정에서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김명자씨 역시 팔이며 다리며 성한 곳이 없다. 김씨는 절규한다.

"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어떤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재산을 빼앗고, 집을 지킬 권리를 빼앗습니까? 동물들도 밥그릇 뺏기면 달려들잖아요. 하물며 사람입니다. 철거민은 사람대접 못 받습니다. 정신과 약이 없으면 단 하루도 견디기가 힘들어요. 콱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몇 번씩 듭니다. 이대로 잠들고 싶은데, 눈을 뜨면 또 아침이네요. 그런데 해가 지면 아이들이 돌아와요. 이 천막도 집이라고 잠을 자러 들어옵니다. 자고 있는 아이들 얼굴을 보면 저는 죽을 수가 없습니다. 이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입니까."

용산 3주기를 맞아 작가 6인이 펴낸 르포만화 <떠날 수 없는 사람들>(보리출판사)의 한 장면이다. 책에는 고양시 덕이동(<그 길옆에>, 심흥아)을 비롯해 경기도 부천시 중3동(<중3동 여자들>, 이경석), 성남시 단대동(<갈 곳이 없다>, 김홍모), 서울시 용산구 신계동(<니 편한세상>, 유승하), 동작구 상도4동(<꿈결 같은>, 김성희) 철거민들의 목소리가 '말풍선' 속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매일 같이 '용역 깡패'들과 맞서 싸우고 있는 '또 다른 용산'의 이야기다.

"참사 이후에도 변하지 않은 철거민 현실 이야기했다"

용산참사 3주기를 맞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펴낸 김홍모 작가.
 용산참사 3주기를 맞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펴낸 김홍모 작가.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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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용산>에 이어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기획한 김홍모 작가는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2009년 1월 20일을 떠올렸다. 그저 살기 위해 망루에 오른 '평범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그날. 

"참사가 일어난 날 오전에 인터넷에서 기사 보고, 칼라티비에서 나온 영상 보고, 너무 놀랐죠.  바로 갔어요. 난리더라고요. 그러고 자주 갔어요. 현장 왔다 갔다 하면서 시위도 하고, 현장 미술활동 같이 하는 친구들이랑 같이 벽화도 그리고.

그런데 5월이 되니까 잊혀지더라고요. 그때 느꼈던 분노도 희석되고. 깜짝 놀랐어요. 이런 엄청난 참사도 이렇게 잊혀지는구나. 저 스스로 무서웠어요. 그때부터 머리를 쥐어짜고 용산참사를 어떻게 하면 잊지 않게 할까 고민했죠. 그러다 돌아가신 분들이 왜 망루에 올라갔고 어떤 삶을 사셨는지 조명하기로 했어요. 기획안을 짜고, 작가들을 섭외했죠.

<내가 살던 용산>이 2010년 1월 20일, 1주기 추모식 때 나왔어요. 당시 사태 '해결'이라고는 했지만 용산참사 진상규명이라든지, 책임자 처벌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의미 있는 책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유가족들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지금까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그대로 전달해 주는 매체는 없었다고."

김 작가의 얼굴에 자부심이 비쳤다. <내가 살던 용산>은 부천만화대상 우수만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작가가 책을 내면서 바꾸고자 했던 현실은 그대로였다.  

"지난해 1월 20일 서울역에서 열린 2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는데, 변한 게 없는 거예요. (<내가 살던 용산>을 가리키며) 나름 이걸 내면서 진상규명이나 이후 철거민 대책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책을 낸 건데, 현실이 너무 야만적이더라고요. 잔인하고. 그래서 작가들과 함께 참사 이후에도 전혀 변하지 않고 있는 철거민 분들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 더불어 왜 이렇게 철거민들의 고통이 계속되는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기로 했어요."

"가장 처참하고 힘들게 싸우는 지역 취재했다"

<떠날 수 없는 사람들> 표지.
 <떠날 수 없는 사람들> 표지.
ⓒ 보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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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기획, 작가 섭외, 취재, 그림 작업 등에 꼬박 1년이 걸렸다. <내가 살던 용산>에 참여했던 작가 대부분이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도 참여했다. 김홍모 작가는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 등장하는 5개 철거지역과 관련해 "가장 처참하고 힘들게 싸우는 곳을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처음 취재를 위해 찾아갔을 때 '만화 가지고 될까'라며 고개를 갸웃했던 철거민들은 <내가 살던 용산>을 보고 난 후 작가들에게 더욱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김 작가가 취재한 경기도 성남시 단대동은 2007년 재개발 이후 용역들이 강제 철거 과정에서 철거민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해 현재는 단 세 가구만 남아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 단대동 철거민 대책위 위원장이었던 김창수씨는 용산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망루에 올랐다가 실형 4년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김 작가는 "작가들은 감정을 이입해야 그 분들이 말하는 것처럼 대사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작업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지금 철거지역에서 싸우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 여성들인데 '용역 깡패'들 폭력이 정말 심해요. 임산부를 막 발로 차고 그래요. 한 번 용역깡패한테 그렇게 당하고 나면 대부분 떠나요. 그렇게 맞고 누가 싸우고 싶겠어요. 그런데도 남아있는 분들은 정말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철거 끝나면 천막을 치게 되는데, 천막생활이 정말 힘들어요. 겨울에는 엄청 춥고 전기도 끊어 버리고. 여름에는 엄청 덥고. 중간 중간 조합 사람들이 들어와서 욕하고 천막 철거해 버리고. 부천 중3동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철거 들어갈 때는 아줌마들이 으쌰으쌰 했었어요. 그런데 용역 깡패들 와서 봉고차 불태우고 난리가 났어요. 싹 철거를 했어요.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으쌰으쌰 하시던 분들이 너무 처참한 상황이 된 거예요.

이 책 만드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분들 입장에서 이해를 하려고 하는데 너무 괴로운 거예요. 삶이 너무 힘드니까. '차라리 이사를 가셨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갈 곳 없는 것 뻔히 알면서. 용산은 그래도 왁자지껄했잖아요. 그런데 수도권, 경기지역 외딴 곳들은 정말 외로워요. 그 고립감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고. '우리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해요. 그런 극한의 절망. 다른 시위나 집회하는 사람들은 끝나면 갈 곳이 있잖아요. 그런데 철거민은 천막이 언제 철거될지 모르고, 용역 패에게 맞으면서도 경찰이나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재개발' 문제를 구조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은 책의 첫 작품 '땅따먹기(김수박)'에서 나타난다. 다른 작품들이 '르포만화'라면 이 작품은 '시사만화'다. '땅따먹기'의 부제는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에 공감하며'. 헨리 조지는 사회가 진보함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토지 사유화'에서 찾았다. 그러면서 땅 소유자의 토지사유화로 인한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토지단일세'를 주장했다. 김수박 작가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도심 재개발과 그로 인한 갈등을 보여주면서 "100여 년 전의 주장이 100년이 흐른 뒤, 우리나라의 현재와 상관없지 않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라고 묻는다.

책의 마지막 작품인 '꿈결 같은'에서 김성희 작가는 서울 재개발의 문제점을 꼼꼼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강제퇴거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이원호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사무국장의 텍스트 글도 함께 실었다.

18일 북콘서트...박원순 서울시장 출연

용삼참사 후로 '강제 철거'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졌지만 여전히 '재개발'이라는 미명하게 계속되고 있다. 이상원(가명·48)씨는 지난 11월 11일 이후 40일 넘게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로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그는 "재개발조합에 의해 가게가 강제 철거됐다, 생계가 유지될 수 있는 대책이 나올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전했다. 사진은 22일 오후 이씨가 지내고 있는 천막 내부 모습이다.
 용삼참사 후로 '강제 철거'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졌지만 여전히 '재개발'이라는 미명하게 계속되고 있다. 이상원(가명·48)씨는 지난 11월 11일 이후 40일 넘게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로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그는 "재개발조합에 의해 가게가 강제 철거됐다, 생계가 유지될 수 있는 대책이 나올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전했다. 사진은 22일 오후 이씨가 지내고 있는 천막 내부 모습이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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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동 여자들(이경석)'에서 2003년부터 불어 닥친 민영개발 바람으로 집을 잃은 부천시 중3동 철거민들은 천막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작가에게 하소연한다.

"제가 이 싸움을 하다 보니 용산에서 왜 사람이 죽어나갔는지 알겠어요. 시청 공무원, 조합, 경찰. 우리가 떠들어도 우리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시청 주택과 공무원은 '누가 세입자로 사시라고 했냐고' 그래요. 너무 어이없잖아요. '왜 집 안 사고 뭐했냐. 그 나이 먹도록 뭐 했냐' 이런 말을 해요. 정말 너무해요."

김홍모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중립성이나 객관성의 본질은 '진실성'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취재를 통해 그 분들의 입장이 되어서, 그 분들의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우리라도 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오는 18일 오후 7시, 가톨릭 청년회관 CY시어터에서는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출간을 맞아 북콘서트가 열린다. 참여 작가 6명과 만화의 주인공들, 그리고 용산 참사 유가족들이 '이야기손님'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강허달림, 신나는 섬이 '노래손님'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초대손님'으로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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