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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새진보통합연대의 진보통합이 우여곡절 끝에 9부 능선은 넘었다.

 

민노당과 참여당, 통합연대는 18일 오후 진보통합의 최종 매듭을 짓는 실무협상을 이틀째 진행 중이다. 강령팀과 당헌팀, 실무추진팀 3개 팀으로 진행됐던 협상은 인사 문제 등만 남겨놓고 대략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과 참여당, 통합연대는 이날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진보통합 완성을 알리는 '정치적 선언'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정치적 선언이 곧 '완결'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아직 진보통합 세 주체의 내부 의결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대 고비는 참여당의 전당원대회다. 참여당은 주권당원(진성당원) 과반수가 참석하는 전당원 투표를 통해 통합을 의결한다. 통합을 의결하기 위해선 투표 참여 당원의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참여당은 오는 28일 온라인 투표 등을 시작해 오는 12월 3일 혹은 4일 열릴 전당원대회에서 개표할 예정이다.

 

주권당원 과반수 참여에 2/3 찬성 얻어야 통합 의결

 

현재 참여당 관계자들도 전당원투표 결과를 쉽게 단언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혁신과 통합 등이 주도하고 있는 대통합, 이른바 '민주통합'에 보다 관심을 보이는 당원들도 있는데다 전당원투표의 성격상 개표 결과는 물론, 투표율을 예측하기도 힘들다.

 

현재 참여당의 주권당원 수는 8700여 명. 적어도 4400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그 중 3000명 정도가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지난 3월 유시민 대표의 당 대표 선출 선거에서 투표율이 36%였던 점을 미루어볼 때 당원들의 투표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할 필요성이 엿보인다. 참여당은 이를 위해 진보통합에 '쐐기'를 박는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참여당이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를 열고 "우리 당은 우리의 과제, 진보통합에 집중한다"고 당 진로를 공언한 것도 이 일환이다.

 

무엇보다 참여당 최고위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야권대통합을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진보통합 없이 이뤄질 수 있는 야권대통합은 없다"며 "진정으로 야권대통합을 원한다면 누구든 지금 우리당이 최우선 과제로 삼아서 주력하고 있는 진보통합에 대해 환영하고 격려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과 진보통합을 저울에 올려놓고 고민 중인 당원을 향한 메시지인 셈이다. 

 

당원들의 투표 참여를 위해 서로 간의 이해와 소통을 도울 수 있는 자리도 만들 예정이다. 이백만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투표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겠다"며 "유시민 대표나 이정희 민노당 대표나 통합연대의 노회찬·심상정·조승수 대표가 참여당 당원들에게 16개 시·도 혹은 권역별로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곧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대통합 흐름에 합류해야 한다고 보는 당내 인사 역시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반반이다"며 신중히 답했다. 이 인사는 "참여당 당원의 성향은 '합리적 유권자'로 봐야 한다"며 "진보통합이 정계 재편 이슈에서 주변부로 밀려나 있고 '안철수 현상' 등을 통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지금 얼마만큼의 호응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는 '50% 투표율 성사'도 주요한 관전 포인트로 봤다. 이 인사는 "주권당원 중 당 지도부의 구상에 동의하는 이는 3000명 정도, 이 중 1000명 정도가 적극적인 활동층으로 보고 있다"며 "이 외의 주권당원들은 통합진보정당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지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이 문제를 놓고 노선투쟁하거나 투표 거부 운동을 벌일 사안은 아니다고 보고 있다"며 "진보통합이든, 민주통합이든 6개월 후에는 다시 만나야 할 사이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당원 스스로 사안 중대성 잘 알고 있다... 무사히 통합 추인될 것"

 

반면, 마지막 실무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천호선 전 최고위원은 "당원들이 사안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이번 결정이 부결될 경우, 당이 짊어질 위험 부담을 당원 스스로가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무사히 통합이 추인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천 전 최고위원은 "진보통합 없이 대통합도 어렵고 진보통합 자체가 부결되면 당이 다음 단계의 정치적 진로를 전망하기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태로 빠지게 될 부담이 크다"며 "당원들이 이를 충분히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당내 일부 세력들이 '진보통합'이 아닌, '민주통합'을 주장하면서 당내 여론이 분열될 가능성에 대해선 낮게 봤다. 이미 진보통합을 추진하던 당시부터 불거진 논쟁으로, 당내 여론에 반영될 만큼 됐다는 분석이다. 천 전 최고위원은 "당내의 다양한 의견이 있고 이는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도 "다만, 지금 혁신과 통합 등이 주도하는 대통합이 혁신을 유보시킨 채 일단  민주당과의 중통합이 아닌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 전 최고위원의 분석처럼 당원들이 의견을 남기는 당 게시판에도 진보통합에 우호적인 글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참여당이 진보통합 합류 방침을 최초로 밝혔을 당시 거세게 찬반 논란이 맞붙던 것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닉네임 '내사랑자유'는 지난 17일 당원 게시판에 "혁신과 통합은 이미 실패한 실험"이라며 진보통합 추진에 찬성했다. 그는 "정권교체의 입장이 아니라 정치혁신의 입장에서 우리는 이미 열린우리당 실험으로 혁신과 통합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이것을 터득했으므로 다른 실험을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통해 정치혁신 및 대통합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를 보이는 이도 있다. 이병구씨는 "진보통합당은 진보진영의 혁신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통합반대 세력까지 혁신의 길로 이끄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혁신된 진보세력과 민주세력은 총선 이후에라도 대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강용주 전남도당 위원장도 이날 당원게시판에 글을 올려 "참여당의 임시 전당(원)대회는 대중적 진보정당의 골격을 만드는 마침표이자 대중적 진보정당의 건설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며 "만장일치의 단결된 힘으로 참여당의 임시전당대회가 축제의 장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강령은?

보편적 복지사회 실현 우선 삼고 노동·농업·환경·남북평화 중점 둬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가 18일 통합진보정당의 기본 노선이 될 강령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당초 세 주체는 '무상의료' 등에 대한 구체적 문구 표기를 놓고 이견을 보였으나 정책의 큰 방향이 다르지 않고, 통합의 대의에 따라 서로를 존중하며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참여당-통합연대는 지난 10일 잠정 합의 과정에서도 폐기되긴 했지만 5.31 합의문을 참고하여 강령안을 작성하고 당장 시급하지 않은 쟁점사항은 통합적으로 기술하거나 유보키로 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가 이날 입수한 통합진보정당 강령은 총 40개 항목으로 명기돼 있다.

 

우선, 통합진보정당은 첫번째 강령에서부터 "보편적 복지 사회를 실현한다"를 명시하는 등 보편적 복지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잠시 논란이 됐던 무상의료도 확실히 명기됐다. 의료민영화 중단은 물론, ▲ 전국민주치의제도 도입 ▲ 공공의료기관 확충 ▲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한 공공의료 체계 구축 등 구체적 정책도 삽입됐다. 또 상대적 빈곤선 도입 및 실업수당·아동수당 신설 등과 같은 보편적 복지 정책 실현을 위해 "조세정의를 실현하며 부자증세를 통한 조세재정혁명을 이룩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진보정당의 국가경제관도 명확히 드러났다. 통합진보정당은 토빈세(Tobin's tax : 국제투기자본의 유출입을 막기 위한 세금)를 도입하는 등 국제투기독점자본의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불평등한 경제협정을 개정 내지 폐지하기로 했다. 점차 강행처리가 가시화되고 있는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통합진보정당의 입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통합진보정당은 이와 함께,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 협동조합·사회적 기업 등 대안적 소유 지배구조를 갖춘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는 등 '내수 중소기업 주도형 경제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 환경 친화적 산업 정책 추진 ▲ 핵 발전소의 단계적 폐지 ▲ 온실가스 단계적 감축 등 녹색 정당으로서의 기초를 다지겠단 점도 밝혔다.

 

프랑스가 2008년 7월 헌법에 규정한 '미디어 다원주의'도 강령에 포함됐다. 특히 "재벌 언론, 언론 재벌의 종합 편성 채널 사업권을 회수하고 신문·방송의 공공성 강화와 소유 지배구조의 민주화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점도 눈에 띈다.

 

노동 문제는 확고했다. ▲ 비정규직 사용 제한 ▲ 파견제 폐지 ▲ 간접고용 사용 규제 등을 추진하는 한편, 동일노동·동일임금 보장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현행 최저임금 기준을 현실화시켜 생활임금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사·공무원, 특수 고용직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노동3권을 완전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용산 참사·한진중공업 사태 등을 통해 문제가 불거진 '용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비업법, 행정대집행법을 전면 개정하고 생계형 노점상에 대한 강제단속을 중단하고 생존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여성할당제를 확대하고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등 여성·청년·아동·성소수자·이주민 등에 대한 권리 보장도 강령에 명시됐다.

 

검찰개혁 및 사법제도 개혁도 명시됐다. 통합진보정당은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반민주 제도와 악법을 폐지하고 국정원·기무사 등 특수권력기관의 사찰행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또 ▲ 공직비리수사처 신설 ▲ 검찰 기소권 분할 등을 통해 검찰 개혁을 확고히 추진하기로 했다.

 

진보정치세력 성장의 필수 조건으로 꼽히는 ▲ 대선 결선 투표제 ▲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등도 명시됐다. 통합진보정당은 이를 위해 정당법 및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며 예산 및 정책 결정 등에 대한 시민 참여 및 감시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문제에 대해서는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등 한반도·동북아의 비핵·평화체제를 조기에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7.4 남북 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을 존중하고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한미군 철수 및 종속적 한미동맹체제 해체, 국군 해외파병 금지 및 남북 상호 군비축소 실현 등은 이와 연동돼 추진키로 했다.

 


태그:#진보통합, #민주노동당, #통합연대, #국민참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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