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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이 '문혁'인 남혁이
 좌우명이 '문혁'인 남혁이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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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10살난 아들 녀석이 인터넷 게임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회원가입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 14세 미만인지라 보호자의 핸드폰과 이메일을 통한 인증이 필요한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엄마 아빠의 주민등록번호쯤은 외우고 다니는데 이메일까지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회원가입을 한다며 아이디며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아이를 지켜보려니 비밀번호 힌트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지, 가장 아끼는 보물 1호는 무엇인지 등등. 그 중에는 좌우명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힌트를 뭘로 할까 고민하는 아들에게 넌지시 외우기도 쉽고 항상 변하지 않고 잊어버리지 않을 만한 것으로 선택하라고 말해줬다.

존경하는 인물이나 아끼는 물건은 시간이 지나거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에. 이순신 장군을 존경했는데 스티브 잡스가 존경스러워진다면 당혹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곰곰이 생각하던 아들이 택한 질문은 좌우명이었다. 그런데 아들의 좌우명이 좀 이상했다. '문혁'. 10살 인생의 좌우명이니 나름 오묘한 의미를 담고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무슨 뜻인지 영 짐작이 가질 않았다. 하여 조심스레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아들의 대답에 집안은 순식간에 웃음바다로 변했다.

아들의 설명인즉 많은 질문을 통해 나올 답변들 중에 항상 변하지 않을 답을 할 만한 질문이 있었으니 그게 '이름'이란다. '문남혁'이라는 이름.

그리고 좌우명이란 왼쪽 左, 오른쪽 右, 이름 名이니 '문혁'이 맞다는 것. 그리고 이름은 절대로 바뀌거나 변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10살인 아들 녀석은 자기가 아는 한자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충실하게 좌우명의 의미를 해석한 것이다.

그렇게 따지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싶었지만 생각할 때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결국 아들 녀석은 비밀번호를 묻는 힌트를 '문혁'으로 입력하고 회원가입을 마쳤다.

한자를 잘 모른 탓도 있지만 아이는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보이는 그대로 순수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이의 눈과 어른의 눈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언젠가 아이는 순수함을 버리고 어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아이가 좀 더 오래 아이로서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복잡한 어른들의 세상에 조금 천천히 발을 디뎠으면 좋겠다.


태그:#화순, #남혁, #좌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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