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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데다가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삼촌 밑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아이가 있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아이는 반항적인 기질이 다분하다.

공부와는 거리가 멀고, 아버지를 욕하는 사람에게는 주먹부터 나간다. 이 아이에게는 모든 세상이 부정적이다. 바로 도완득이다.

이런 완득이에게는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 옆집 옥탑방에 살면서 낮에도 밤에도 완득이를 괴롭히는 남자다.

완득이는 보기 싫어도 하루에 몇 번씩은 이 남자를 꼭 봐야만 한다. 툭하면 학생들을 때리고, 욕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담임, 동주다.

이런 앙숙 같은 완득이와 동주 주변에는 이들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완득이와 동주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차차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을 그린 영화 <완득이>다.

'얌마' 도완득과 '똥주' 동주 선생의 이야기

무관심한 듯하지만 툭하면 완득이(유아인)에게 시비를 걸고 욕을 하는 동주(김윤석)는 다름아닌 완득이의 담임이다. 완득이는 날마다 자기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 담임 '똥주'를 죽여달라며 늘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한다.

그러던 중 동주는 완득이에게 친모가 살아 있음을 알린다. 동주 말에 의하면 완득이 어머니는 필리핀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완득이를 무척이나 보고 싶어한다는 사실이었다. 완득이는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하지만, 자기 인생에 참견하는 동주를 이해하지 못한다.

완득이는 가출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 그의 가출에 신경쓰는 사람이 없다. 그런 완득이를 동주는 계속 툭툭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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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득이>는 자극적이지 않다. 마치 맵지도 짜지도 않은, 그렇다고 싱겁지도 않은 맛난 음식을 먹은 듯하다. 적당히 감칠맛이 돌면서도 건강에 해로운 자극적인 맛은 뺀 담백함이 느껴지는 음식과도 같다.

이 말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영화를 선택할 때 '재미있느냐'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완득이>는 '재미있다'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영화다. 특히 블록버스터 영화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완득이>는 '지루하지도 않다'. 자극적인 요소는 없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계속 물 흘러가듯이 보게 되는, 그런 매력을 가진 영화가 <완득이>다. 그만큼 흥미로운 구석이 많고 인생 사는 이야기가 잔잔하면서도 재미지게 그려진다.

영화 <완득이>는 상영 시간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리고 기분 좋게 극장을 나와 계속 흐뭇한 미소를 짓기에도 좋은 영화다. 그 미소를 짓게 만드는 힘이 분명히 <완득이>에는 있고,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의외성을 지닌 인물들이 주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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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완득이>가 이런 매력을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의외성을 지닌 캐릭터 덕분이다. 영화에는 어느 캐릭터 하나 평범하지 않다. 그렇다고 튀지도 않는다. 겉과 속이 다른 듯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과 말들이 주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주인공 완득이는 분명히 반항아지만 순수함이 있다. 그리고 의외로 가족을 챙기려는 의지가 강하고 행동하는 것과는 달리 표현하는 데에는 서툰 구석이 있다. 동주는 선생님임에도 건달 못지않은 욕설과 말투 그리고 행동을 보여준다. 그러나 밉지 않다. 오히려 선생다운 선생보다 더 매력적이라 아이들이 더 잘 따를 것 같다.

앞집에 사는 예민한 이웃 아저씨도 겉으로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섬세한 구석이 있고, 그 아저씨에게는 작가인 여동생이 있지만 그 여동생은 외모와는 다르게 엉뚱한 구석이 좀 있다.

이 외에도 완득이와 라면 끓여먹기를 좋아하는 같은 반 친구나 완득이를 줄곧 지켜보는 같은 반 모범생 여학생도 나름의 의외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의외성'이고, 그 의외성에서 강렬하지는 않지만 사람을 미소짓게 만드는 웃음을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인간애가 가득하다. 섞이지 않을 듯한 사람들이지만 어느덧 그들은 함께 어우러지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과장이 없는 자연스러움이 강점인 <완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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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완득이>가 매력적인 이유는 과장이 없다는 데에 있다. 영화는 최소한의 상황 설정을 위한 과장만 있을 뿐 어느 것 하나 과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그것이 곧 <완득이>의 강점이 된다.

우선 완득이에게는 필리핀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부여한다. 이것은 이야기의 진행을 위한 하나의 장치다. 그러나 <완득이>는 여기서 더 나가지 않는다. 특별한 에피소드를 부여하여 완득이가 필리핀 엄마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을 직설적으로 담아내지 않는다.

동주와 완득이가 부딪치는 장면도 그렇다. 여느 영화 같았으면 동주가 완득이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들어가고, 완득이가 동주를 완벽히 이해하며 서로 화합하는 장면들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완득이>는 그렇지 않다. 동주와 완득이가 완벽히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다.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비춰 줄 뿐이다. 어느 정도는 서로를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화해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 말은 곧 억지 감동이 없다는 말이다. 몇몇 장면들은 '이렇게 되겠다' 싶은 예상 가능한 장면들이지만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의외성과도 연결된다. 보통의 영화들이 가지는 전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완득이가 영화 중반부부터 시작하는 킥복싱도 마찬가지다. 킥복싱을 시작한 완득이가 킥복싱으로 직접적으로 얻게 되는 그 무언가가 없다. 보는 이들은 킥복싱이 마지막에 어떤 것과 연결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데 이유없이 짠하다. 그것이 <완득이>의 매력이다.

약간 힘겨운 듯한 전개력은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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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쉬운 점도 보인다. 보통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과장이 적고 자연스러움을 녹여낸 것이 <완득이>의 매력이라지만, 이런 점 때문에 약간 힘에 부치는 듯한 전개력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 점은 자칫 지루함을 낳을 수 있다. 중간중간에 확실하게 조여주는 그 맛이 없다는 것은 '재미'를 찾기 위해 극장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장면에서는 끊임없이 욕설이 나오고, 몇몇 격투 장면도 포함되어 있지만 <완득이>는 자극적이지 않다. 그런 욕설, 그런 폭행 장면 모두 거슬리지 않게 듣고 볼 수 있도록 하는 <완득이>의 매력 덕분이다.

그런 점에서 자극적인 맛이 강한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완득이>는 그것들과 비교했을 때 충분히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그러나 오로지 지루한 것만은 아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영화, 가만히 스크린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도록 하는 영화가 바로 <완득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쌀쌀해진 최근 날씨 속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어묵 국물과도 같은 영화, 군고구마를 미리 생각나게 만드는 영화가 바로 <완득이>다. 오랜만에 따뜻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친숙한 느낌의 영화를 찾는다면 <완득이>가 제격일 듯싶다.

완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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