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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전국적으로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가 일어났다. 물론 이상 고온이 계속되며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지만, 예고도 하지 않은 한전의 전력공급 중단에 국민들은 적잖게 당황했다.

 

목욕을 하던 시민들은 촛불을 의지하여, 서둘러 목욕했다. 갑작스레 멈춘 승강기로 인해 안에 있던 시민들은 겁에 질렸다. 신호등이 멈추자 운전자들은 당황했고, 이로 인해 곳곳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분식집의 경우 촛불을 켜고 장사를 해보지만 역부족이었고, 커피 머신을 사용하는 커피전문점은 이마저도 가능하지가 않아, 장사를 아예 접어야 했다.

 

갑작스런 정전 사태에 당황한 것은 시민과 중소상인들뿐만이 아니었다. 예고치 않은 한전의 전력공급 중단에 중소기업들도 업무에 차질을 빚으며 많은 손해를 입었다. 구미국가산업단지의 경우, 한전이 고압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대규모 공장에는 전기를 계속해서 공급했지만,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는 30분씩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구미국가산업단지 내에 있는 삼성, LG 관련 대규모 공장들은 피해가 없었지만, 플라스틱 성형업체와 인조 실 생산 업체 등 중소규모의 공장들은 원료 자체를 폐기할 수밖에 없어, 큰 손해를 입었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고압 전력 사용 업체에는 정전을 예고하고 있지만, 그 외의 일반 전력 사용 고객에게는 정전을 예고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규모 공장들은 받을 수 있는 정전 예고를 받지 못해, 막심한 손해를 본 중소규모 업체와 중소 상인, 그리고 일반 시민들에게 한전의 이러한 답변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가 일어나고 뒤늦게 이날 오후 5시, 지식 경제부와 전력 거래소는 정전 사태와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했다. '하계수급 비상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정비를 보류하고 있던 발전소 23개를 예방정비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늦더위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예상했던 것보다 전력수요가 더 높게 올라, 지역별로 돌아가며 30분간 송전을 끊었다'는 것이었다.

 

긴급 브리핑에서 정부의 해명은 길었지만 결국 요점은 '예상치 못한 늦더위로 인해 발생한 예상치 못한 높은 전력 수요로 인해, 예고도 못하고 송전을 끊었다'는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서울의 우면산 산사태이다. 우면산 산사태의 경우, 현재 서초구 피해 주민 일부가 서초구와 서울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우면산 산사태 원인 조사단이 '우면산 산사태는 인재가 아니라, 사상 초유의 폭우로 인한 천재였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이다.

 

우면산 산사태와 15일 전력 공급 중단 사태, 이 두 사태 모두,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발생한 전례 없는 기상 악화와 이변이 원인으로 작용한 사태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유례없는 기상 악화와 기상 이변에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철저하게 대비하여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줘야 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두 사태 모두 '예상치 못한 기습 폭우'와 '예상치 못한 늦더위에 높아진 전력수요'가 원인이라고는 하나,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상 악화와 이변이 잦게 일어날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당국이 좀 더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했다면, 피할 수도 있었던 사태라고도 생각된다.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국민들을 위해 철저하게 대비를 했느냐'는 문책에서 당국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태그:#정전, #한전, #정부, #우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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