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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해군기지' 갈등 … KBS '정부 입장' 적극 옹호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5일 서귀포경찰서는 강동균 강정마을회장과 주민 김종환씨, 시민운동가 김동원씨 등 3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해군이 대형크레인의 캐터필러 연결 작업을 방해한 혐의다. 또 이에 항의한 문정현 신부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청은 이들의 연행과정에서 호송차량이 시위대에 억류된 데 따른 책임을 물어 송양화 서귀포경찰서장을 전격 경질했다.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벌써 4년째다. 최근에는 갈등이 더 심화돼 지난 달부터 사복경찰과 전경이 마을에 진입해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고, 공권력 투입설이 계속 흘러나오면서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국방부는 법원의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권력 투입과 같은 강경책으로는 결코 갈등을 잠재울 수 없다. 부안 방사능폐기장 건설 사태가 그 교훈이다.

더욱이 해군기지 선정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 1100여 명의 강정마을 주민들 중 87명의 동의로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됐으며, 해군기지 건설예정지는 절대보전구역으로 환경파괴 우려가 크다. 특히 한미상위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이 해군기지를 사용할 경우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 우려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와 군은 주민들과 평화운동가들의 해군기지 건설 반대 주장을 마냥 무시해서는 안된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주민투표와 같은 민주적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제주도의회가 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도민들의 여론을 조사한 결과 주민투표 찬성 의견이 65.3%로 나타났다.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한 양상이지만 방송3사는 그동안 이 문제를 외면해왔다. KBS는 25일에서야 처음 관련 보도를 내놨고, MBC는 18일에 이어 25일 관련 보도를 했다. SBS는 보도하지 않고 있다.

보도 내용도 문제다. KBS는 해군기지 건설 갈등 상황을 심층취재 꼭지에서 주요하게 다뤘지만,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사람들이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는 제대로 다루지 않고, 정부와 군의 주장만 자세하게 다루는 등 '기계적 중립'도 저버렸다. 그리고는 정치권이 해군기지 건설에 적극 나서지 않고 찬반 갈등을 벌인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MBC는 경찰과 주민들의 충돌 등 상황 나열에 그쳤다.

<이슈&뉴스/해군기지 건설 갈등 '천성산사태' 재연되나>(KBS)
<충돌..서장 경질>(MBC, 권혁태)

KBS <이슈&뉴스/ 해군기지 건설 갈등 '천성산 사태' 재연되나>(이영현, 유용두, 송영석, 최문종 기자)는 정부와 군의 입장에 치우친 보도였다.

보도는 해군기지 건설의 절차적 문제나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운동가들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해군기지 건설은 2007년 4월 87명의 주민 동의로 결정됐고, 사실을 뒤늦게 안 주민들이 그해 8월 주민총회를 열어 참가자 725명 중 680명이 해군기지 유치를 반대하기로 결의하고 지금까지 반대투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보도에서는 "잘못된 여론조사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채택했다"(강동균 강정마을 회장)는 간단한 인터뷰와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7년 제주 강정 마을 유치가 확정돼 지난해 6월 공사가 시작됐는데 일부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가세해 결정 번복을 요구하며 공사를 막고 있는 것"이라는 왜곡된 기자멘트가 전부였다. 또 환경파괴와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중국과의 군사적 갈등 문제 등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반면 군과 정부 측의 해군기지 건설 주장은 자세하게 다뤄졌다. 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중단된 현장을 비추며 "정부가 부담하는 손실금은 매달 60억 원에 이른다"는 국방부 주장을 전하고, 이어도 해역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제주 남방항로에 대한 보호, 배타적경제수역에 대한 보호와 감시 등 정부와 군이 내세우는 국가안보와 경제적 이유는 적극 다뤘다. 그리고는 "이렇게 중요한 문제이지만 갈등을 조정해야 될 정치권이 찬반으로 나눠져 제주기지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해군기지 건설에 적극 나서지 않는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MBC <충돌..서장 경질>(권혁태 기자)은 경찰과 주민 간 충돌 상황 전달에 그쳤다.

이에 앞서 MBC는 18일 <찬반 집회..긴장 고조>(홍수현 기자)에서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대 농성 상황과 이에 맞서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단체들의 시위 등 찬반갈등 상황을 전했었다. MBC는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왜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지 등 기본적인 정보 제공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수 있습니다.



태그:#주민투표, #주민 갈등, #해군기지, #강정마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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