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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보트를 함께 타게 된 4명의 대학생과 담당교수입니다. 앞 줄 좌측에서 두번째가 딸아이입니다.
 피스보트를 함께 타게 된 4명의 대학생과 담당교수입니다. 앞 줄 좌측에서 두번째가 딸아이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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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다가 올수록 심장이 뜁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반에서 1등을 했던 것이 전부였는데..."

언제나 당당하게 자기일은 스스로 할 테니 걱정 말라는 딸아이가 어느 날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대학 졸업이 다가오자 취업을 하기위해 몇 군데 이력서를 냈던 딸은 큰 실망을 하고 격앙된 말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현실의 벽을 실감하게 된 것입니다.

말인즉슨 이력서만 보고 상대방을 평가하며 서류심사에서부터 떨어뜨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만나 그 사람의 실력이나 마인드가 뭔지에 대해서 알아보기도 전에 탈락 시켰다는 것에 분통을 터트리는 것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스펙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유학생활을 해본 적도 없고 대학 생활 중 웬만하면 한번쯤은 다녀온다는 어학연수조차도 다녀오지 못한 딸은 학교 성적과 다양한 봉사활동이 전부였기 때문에 떨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피스보트 사이트 프로그램입니다. http://www.peaceboat.org/english/
 피스보트 사이트 프로그램입니다. http://www.peaceboat.org/english/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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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피스보트를 타는 게 꿈이었던 딸은 꿈도 꿈이지만 스펙에 도움이 될까하는 마음이 더 간절했다고 봅니다. 피스보트 지구대학이라는 프로그램에 (피스보트는 일본에서 떠나 20여 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하며 다양한 민족들과 교류하며 평화를 알리는 단체로 '지구대학'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참여하기로 마음먹고 대학1학년 때부터 준비해왔던 딸은 한국에서 4명만 참여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심사에 당당히 합격하여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참가 조건이 까다로운 프로그램인데 필수로 일본어나 영어를 기본적으로 해야 합니다. 딸은 1학년 때부터 독학으로 꾸준히 공부하여 일본어를 잘 소화해내어 대화가 될 수 있을 만큼 실력을 쌓았고, 심사에 당당히 합격하여 4월22일 한국을 출발하여 7월16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학기를 학점으로 인정받는 프로그램이기에 다녀온 후  졸업을 하게 되는데 덕분에 코스모스 졸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최기준 이사장님으로부터 상패를 전달 받고 있습니다
 최기준 이사장님으로부터 상패를 전달 받고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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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던 딸아이는 피스보트를 탔던 이들의 전체 모임이 일본에서 있다는 것을 알고, 적성에 맞는 직장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은 채 일본에 가려고 일정을 잡았습니다. 8월13일부터 22일까지 일본에 있을 거라 예상하고 비행기 표를 예매했는데, 학교에서 '수석 졸업자니 8월18일에 진행되는 졸업식 시상식에 참석해야 한다'고 연락해 온 것이지요.

절친과 함께 동행하기로 했던 딸은 시상식 때문에 취소하게 되면 30만 원 정도를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 취업정보를 알아보려 했던 것까지 무산이 되기에 고민했습니다. 아이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엄마가 시상식에 참여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수석졸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아빠의 도움으로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니, 당연히  엄마가 받아야할 상이라며 간절하게 부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는 이미 사정을 얘기해서 엄마가 시상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을 했다고 합니다.

수석졸업, 저는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식을 듣는 순간 코끝이 찡하며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것을 고개 돌려 감추었습니다. 빠듯한 월급쟁이 생활을 하느라, 아이에게 풍족한 대학생활을 누리게 해주지 못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딸은 대학생활 내내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충당하였고 빠듯한 시간을 쪼개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보충하였는데 수석졸업을 하게 되었다는 말에 잠시 감동의 눈물을 삼켰습니다.

딸아이가 받아야 할 상패인데 제가 대신 받았습니다.
 딸아이가 받아야 할 상패인데 제가 대신 받았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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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그동안 끊임없이 내리던 비가 멈췄습니다. 늘 우중충 했던 날씨가 오늘 아침은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쾌적한 바람이 상쾌합니다. 학위수여식과 수석졸업 시상식에 참석하기위해 딸아이 학교로 출발합니다.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학교에 도착하자 꽃을 파는 사람들이 미리 정문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꽃을 보면 카메라를 들이대며 좋아했지만 오늘은 모든 꽃들이 유난히 예뻐 보입니다. 딸을 위해 그 중 예쁜 꽃으로 한 다발 삽니다. 장한 딸에게 주는 축하꽃다발입니다.

가장 먼저 호명되어 단상으로 올라가는 발이 후들거립니다. 이사장님으로부터 상패를 받는 순간 심장 뛰는 소리가 들키지 않게 한 발짝 멀리서서 기다립니다. 평생 받아 볼 수 없었던 영광스런 자리에 서게 해준 딸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학위 수여식과 시상식이 이루어지는 강당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학위 수여식과 시상식이 이루어지는 강당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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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수여식에 참가한 학부모와 학생들입니다.
 학위수여식에 참가한 학부모와 학생들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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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교수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신영복 교수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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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이 마무리되어 갈 무렵 양권석 총장님의 말씀이 귓가를 때립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학업에 열중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들의 큰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졸업을 하는 여러분에게 축하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착잡합니다. 우리나라 청년실업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젊음과 열정이 있기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시궁창에서도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연꽃처럼 한 알의 씨앗이 썩어가며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듯이 여러분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직 일본에서 체류하고 있는 딸에게 돌아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화려한 꽃만 바라보며 만족하지 말고 평소 모든 일에 열정적이었던 너의 모습 그대로 긍정적인 마인드로 도전한다면 성공할 것이라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위해 애쓰는 우리 아들딸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입니다.


태그:#성공회대학교, #피스보트, #학위수여식, #신영복교수,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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