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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미국의 국가채무가 법적인 채무한도(14조 2900억 달러, GDP의 약 100%)를 넘어서면서 미 재무부가 미국의 지불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들을 강구하고 있지만 재정적자를 축소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고 있다.

 

8월 초 미 정치권은 채무한도를 늘리는 법안을 제정했으나, 8월 5일 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tandard & Poor's)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시키면서 미국발 재정위기의 문제가 시작되었고 이는 글로벌 경제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 원인은 미국의 과도한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 때문인데, 이 문제는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그리스,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갈 등 EU 국가들과 일본 등 다른 국가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내년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복지확대 등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현재 GDP의 33.5%, 그러나 공기업 부채를 포함할 경우 77%~158%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있음) 증가문제에 대한 논란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이러한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의 증가는 국민들로부터 표를 얻기 위해 퍼주기 공약을 남발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과 그러한 의회제도를 가진 대부분의 국가들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이며, 이는 민주주의 제도의 불가피한 단점이기도 하다.

 

2008년 5월 독일 연방정부는 2011년까지 재정균형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했었으나,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재정수입은 감소하고 재정지출은 증가하면서 당초 목표의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독일 연방정부는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9년 초부터 논의를 시작하여 주정부들과의 논의를 거쳐 '채무제한(Schuldenbremse)' 법안을 마련했다. 이는 2009년 6월 연방하원에 이어 연방상원을 통과하였고, 이 법안은 그 중요성을 감안하여 독일기본법(헌법)에 추가됐다.

 

'채무제한법'은 2016년부터 연방정부의 신규부채를 GDP의 0.35% 이내로 제한하고, 지방 주정부들의 신규부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여 2020년부터는 제로(zero)화 하도록 규정하였다.

 

이 제도의 시행에 따라 재정이 빈곤한 주정부들(베를린, 브레멘, 잘란드, 작센-안할트, 슐레스빅-홀스타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8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하였으며, 지원액의 절반은 연방정부가, 나머지 절반은 부유한 주정부들이 부담하기로 합의하였다.

 

자연재해나 경제위기 등 비상사태의 발생 시에는 채무증가를 허용하는 예외를 인정하기로 하였다. 또한 적자예산을 예방하기 위해 연방차원의 조기경고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위한 "안정화위원회(Stabilitaetsrat)"를 설립, 운영하기로 헸다.

 

이러한 독일의 재정건전화 노력은 EU의 주도국으로서 "EU 안정성장협약"을 준수하여 다른 국가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의 국가채무는 2008년 기준 GDP(약 2조 5천억 유로)의 63%를 기록했으나, 2011년에는 약 8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EU 안정성장협약"이란 유로화의 안정을 위하여 EU 내 유로화 사용 국가들이 각각 자신의 연간 재정적자를 GDP의 3% 미만, 국가채무를 GDP의 60% 이내로 제한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미국정부도 1985년 국가채무가 증가할 경우 자동적으로 재정지출을 삭감하는 "Gramm-Rudman 법"을 제정하였으나, 이후 헌법정신에 위반된다는 판결로 법안은 소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은 미 정부의 재정건전화 노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우리 정치권에서도 재정건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나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 상황에서 독일의 채무제한법은 우리가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태그:#재정건전화, #독일 채무제한법, #미국 재정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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