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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6일 아산 유성기업 근처에서 민주노총 집회가 열렸다. 유성기업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충남 아산이지만 사실은 경기도 평택에서 더 가깝다. 평택미군기지 반대 투쟁이 벌어졌던 팽성읍 대추리가 가까운 거리에 있다.

두 달 가까이 진행되면서 유성기업 투쟁은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난 6월 22일 충돌 이래 지도부는 구속 수배 중이고, 일부 조합원들은 개별적으로 굴욕적인 현장복귀가 이루어졌다. 공장 내부에는 복귀한 조합원들 일부가 사측의 사주를 받아 복수노조를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노총 지원은 물론이고 해당 주체인 금속노조도 자동차 등 대공장 노조가 유성기업 투쟁에 연대하지 않고 있다. 또 금속노조 중소노조들의 임단협도 마무리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연대 총파업 등도 한계에 봉착했다.

공장 근처 접근도 차단한 현장

공장 앞은 물론이고 입구인 굴다리마저도 경찰과 용역깡패들에게 빼앗긴 채 유성기업 노조는 농가비닐 하우스에 고립되어 있다. 공장 앞은 종교단체 기도·미사회나 정당연설회를 빌린 집회가 열리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그래서 이날 집회는 공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열렸다. 완전히 들판에서 노동자 투쟁이 벌어진 것이다. 농민들은 아스팔트 농사 지으러 서울로 가고, 노동자들이 논두렁 투쟁으로 지역에 내려온 모습이다. 금속노조 대오가 중심이긴 했지만 건설노동자들과 여러 단체도 참가했다.

그러나 민주노총다운 집회 모습은 아니었다. 1시간 정도 집회가 끝나고 공장 근처로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자 경찰들이 새까맣게 진을 치고 달려들었다. 공장 뒤쪽으로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건설되고 있다. 현재 이곳은 차량이 통행하지 않고 있다.

허허벌판을 걸어도 시민불편 집시법 위반

유성기업이 바라다 보이는 신설도로공사 현장에 경찰이 방어벽을 치고 행진을 막아섰다. 집회 대오보다 훨씬 많은 경찰차량과 경찰병력이다. 완전히 황산벌 전투대형이다. 한국판 무협지가 펼쳐진다. 연설이 다시 시작되자 경찰 방송차가 허가되지 않은 행진이라며 협박을 해댄다.

집회 주최 측이 집회와 행진을 신고했으나 경찰은 아무런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행진을 불허한 것이다. 차가 다니지 않으니 교통방해가 될 리도 없고, 다니는 시민들이 없으니 불편을 초래할 리가 없다. 그런데 아산경찰서장의 명을 받은 경비과장이 해산명령을 내린다.

"여러분들은 지금 미신고 불법 집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불법집회로 시민들에게 막대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는 OO법 O조에 의거 O년 이하의 징역이나 O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즉각 해산하지 않으면 강제해산 및 검거에 돌입하겠습니다."

노동자들이 들판에서 짐승처럼 쫓기는 야만사회

아니, 시민은커녕 농민도 안 보이는 들판 신축도로공사 현장에서 이건 무슨 옛날 영화 촬영도 아니고 쇼를 해도 어느 정도지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공권력은 봉건사회나 토호세력들의 사병 역할을 하고 있는 용역깡패나 사용자의 명백한 불법은 그대로 방치하면서, 아니 보호하면서 노동자들의 항의 집회와 농성을 이런 식으로 막고 있다.

3차 경고 방송도 있기 전에 마무리 집회도 끝나고 모두 해산했다. 우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눅눅한 비닐하우스 농성장에는 농성중인 유성기업 조합원들. 피로에 지친 모습이 안쓰럽다. 하지만 연대투쟁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 서울에서는 민주노총, 진보정당 지도부가 유성기업, 한진중공업 문제해결을 내걸고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장은 이렇게 민주노총의 투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좀 더 진정성 있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연대다운 연대를 해야 한다. '밤에는 잠 좀 자자!'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이렇게 중대한 범죄가 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노동자들의 파업과 직장폐쇄로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주주는 떼 돈을 버는데 노동자들은 두 달 째 들판에서 짐승떼처럼 쫓기고 있다. 야만사회로 되돌아가고 있다.


태그:#유성기업, #집시법, #경찰,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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