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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평창"을 부를 때 내 마음이 살 떨렸다. 2018년 겨울올림픽에 대해 무조건 환영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11년 동안 오로지 '겨울올림픽'이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뛴 강원도민과 수많은 관계자들 수고가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특히 2003년에는 밴쿠버, 2007년은 러시아 소치에 1차투표에서는 이기고 2차투표에서 패했던 그 때가 떠 올라 더 그랬다.  

 

IOC 위원 95명 중 63명이 평창을 지지했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뮌헨은 25표였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분위기는 좋았지만 이렇게 압도적인 줄 몰랐다"고 한 것처럼 정말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였다. 외신도 비슷했다. 로이터통신은 6일(한국 시간) '평창이 1차 투표 징크스를 깨려고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평창이 50표. 뮌헨이 30~35표, 안시가 12~15표를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우리 언론들 역시 이 기사를 속보로 보도했다.

 

그럼 평창이 압도적 선택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최문순 지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 강원도민들이 90% 이상 찬성한데 비해 뮌헨(독일)과 안시(프랑스)는 동계올림픽 유치 찬성률이 절반 정도에 불과했고 ▲ 유럽 독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으며 ▲ 세 번째 도전이었기 때문에 실무준비가 잘 돼 있었다는 점을 꼽았다("분위기 좋았지만 이렇게 압도적일 줄 몰랐다" - 오마이뉴스)

 

다른 언론들 분석도 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운 분석 기사를 낸 언론이 있다. 다름 아닌 <조선일보>다.

 

<조선>은 7일자 3면 '[Yes 평창] 4년 前 푸틴의 '국가원수 효과'… 이번에는 李대통령이 해냈다' 제목 기사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더반을 찾지 않은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현장에서 유치활동을 진두지휘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4년 전 당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119차 IOC 총회에서 소치의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끌어냈을 때와 흡사한 '국가원수 효과'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고 보도했다.

 

"'국가원수'"와 "이번에는 이 대통령이 해냈다"과 아주 묘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4년 전 2007년 과테말라 과테말라시티 총회 때 참석은 했지만 총회장이 아니라 숙소에서 개최지 발표를 기다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프레젠테이션에 직접 발표자로 나서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한 모든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선>은 '노무현'이란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2007년 노무현과 2011년 이명박을 교묘히 대비시킨 것이다. 사실 2007년 과테말라시티 총회 때 평창은 1차 투표에서 36표를 얻어 1위에 올랐으나 2차 결선투표에서 47표를 얻어 51표를 얻은 소치에 4표차로 졌다. 원인은 당시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 때문이었다. 푸틴은 화려한 외교력과 120억 달러라는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부었고 이명박 대통령처럼 역시 프레젠테이션에 직접 참여했다.

 

<조선>은 노무현을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겨울올림픽을 성사시키지 못한 노무현·메르켈·사르코지와 겨울올림픽을 성사시킨 푸틴·이명박을 대비시켜 다시 한 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교묘한 비판을 시도한 것이다.

 

같은 기사에서 "2009년 말부터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는 거의 매번 '잠시 사라지는' 비공개 일정이 포함됐고, …서울에서는 틈날 때마다 모든 IOC 위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편지를 쓰거나 전화를 걸었다. 편지는 개개인에게 맞춰 내용을 전부 다르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눈물겨운 노력 결과 "이 대통령이 했냈다"고 보도한 것이다.

 

물론 이 대통령 노력을 폄하할 수 없다. 목이 쉴 정도로 프레젠테이션 연습을 했고, 국가원수가 직접 IOC 총회장에 참석한 것이 위원들 마음을 감동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 성공은 유치위원들과 강원도민과 국민,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이들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두 번(2003년과 2007년)이나 실패했지만 그 실패를 통해 2011년 더반에서 평창이 선택받았음을 부정할 수 없다. 2011년 개최 성공은 2003년과 2007년 실패가 없이 하늘에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최는 실패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개최 성공 발판을 놓아주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태그:#평창겨울올림픽, #이명박, #노무현,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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