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발표하는 LA 레이커스 필 잭슨 감독

은퇴를 발표하는 LA 레이커스 필 잭슨 감독 ⓒ LA 레이커스

미국프로농구(NBA)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LA 레이커스의 필 잭슨 감독(66)이 코트를 떠났다.

 

11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발표한 잭슨은 이미 예전에 은퇴를 번복했던 것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확실하다"고 못 박으며 다시는 코트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하게 밝혔다.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 LA 레이커스가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댈러스 매버릭스에게 4전 전패로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다소 씁쓸한 은퇴를 하게 되었지만 잭슨의 화려한 업적은 그의 우승 기록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1967년 뉴욕 닉스에 입단해 NBA에 데뷔한 잭슨은 은퇴할 때까지 2개의 우승 반지를 차지했지만 주로 벤치 멤버로 활약했다. 그러나 은퇴 후 지도자가 된 잭슨은 선수 시절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며 열 손가락도 모자랄 11개의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뉴욕 닉스와 뉴저지 네츠, NBA의 마이너리그라 할 수 있는 CBA 등을 떠돌면서 밑바닥부터 착실하게 코치 수업을 받아온 잭슨은 마침내 1987년 잭슨은 자신의 농구 인생과 NBA 역사를 완전히 바꿔놓게 될 시카고 불스의 어시스턴트 코치로 임명되면서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다.

 

2년 후 시카고의 감독으로 올라선 잭슨은 마이클 조던과 스카피 피펜이라는 최고의 콤비에 '트라이앵글 오펜스'라는 공격 전술을 접목시켜 1991년 NBA 파이널에서 LA 레이커스를 꺾고 드디어 시카고에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을 안겨주었다.

 

잭슨은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해야 진정한 왕조라고 부를 수 있다'며 1991년부터 1993년, 1996년부터 1998년까지 3년 연속 우승을 2차례나 달성하면서 '시카고 왕조'를 만들어냈다. '에어 조던'으로 불리던 조던은 NBA 역사상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1999년 NBA가 선수노조 파업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은퇴를 선언한 잭슨은 1년도 지나지 않아 LA 레이커스의 감독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 콤비를 앞세워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성적 부진으로 잠시 물러났다가 복귀한 뒤 2008년에는 통산 1000승의 위업과 함께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 연속 우승을 추가했다.

 

시카고에서 6회, LA 레이커스에서 5회 우승을 차지한 그에게 '슈터 스타들의 덕을 많이 봤다'는 평가절하도 뒤따랐다. 하지만 강력한 카리스마의 잭슨이 자존심 강한 선수들을 통제할 수 있었기에 우승도 가능한 것이었다.

 

시카고에서는 조던의 그늘에 가려 불만을 쏟아낸 피펜과 NBA 최고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을 다독이며 최고의 능력을 이끌어냈고 LA 레이커스에서는 팀 내 리더 역할을 놓고 불화를 일으켰던 오닐과 브라이언트의 조화를 이끌어냈다.

 

잭슨의 이러한 능력은 '선(禪)'과 같은 동양 사상에 조예가 깊고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꿰뚫으며 '젠 마스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의 독특한 정신세계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잭슨 역시 거친 독설과 강한 판정 항의로 감독 생활 동안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했지만 이마저도 심리전의 일부로 여겨졌다.

 

유럽 축구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비견될 정도로 NBA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잭슨은 농구 코트에서의 화려한 업적을 뒤로 하고 새로운 인생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2011.05.17 12:03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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