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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지금껏 남편 와이셔츠도 안 다렸는데, 딸년 교복 다리고 있으니 기분이 참 묘해요."

 

며칠 전, 딸 교복을 다림질하던 아내의 투정(?)입니다. 자식 앞에선 어쩔 수 없는 모정(母情)이더군요.

 

우리 부부는 결혼 후 다리미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신혼 때 간혹 내 셔츠를 스스로 다리기는 했으나 이후에는 세탁소에 맡기든지, 그냥 구겨진 상태로 입고 다녔습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지요.

 

올해에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간 딸이 교복을 다려 입기 시작하더군요. 어제는 아내가 자기 구겨진 옷을 들고 뭐라 하더군요.

 

"이 정장을 누가 세탁기에 돌렸지? 세탁소에 맡겨야겠어요."

 

이 소릴 듣자니 결혼 후 아내 옷을 한 번도 다려본 적이 없는지라 '한번 도전해 볼까?'란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옷 다려 줄게."
"당신 뭐 잘못 먹었어요? 웬일이야!"

 

다른 때 같으면 "해 준다는데도 싫어?" 했을 겁니다. 이왕 인심(?) 쓰기로 마음먹은 이상 스스로 점수 깎일 필요가 없더라고요. 꾹 참고 웃으며 말했지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이런 서비스, 괜찮을 것 같지 않아?"
"저야 감지덕지죠.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어제 오후, 잠시 아내가 없는 틈을 타 다리미를 들었습니다. 윗옷의 어깨선과 바지 엉덩이 선 등을 살려 줄 받침대가 있었는데 그게 보이지 않더군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대충 다렸지요.

 

놀다 온 초딩 아들, 다림질하는 아빠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며 한마디 하대요.

 

"아빠 뭐해요? 아빠도 다림질할 줄 아세요?"
"그럼. 다림질과 설거지는 군대에서 배우거든. 아빠도 군대 있을 땐 군복 많이 다렸지."

"고참들 군복도 다렸어요?"

"군대니까 어쩔 수 없어. 너도 군대 가면 알게 돼."
"난 처음부터 병장으로 군대 가야지~."

 

헐~. ㅋㅋㅋ 군대를 병장으로 바로 간다니…. 순서를 밟아 봐야 삶의 이치를 하나씩 배우는 걸 아직 모를 나이이긴 합니다. 이왕지사 하던 다림질이라 딸 교복까지 다렸지요.

 

뒤늦게 들어 온 아내, 다림질한 옷을 보고 탄성을 지르더군요.

 

"어머, 정말 내 옷을 다렸네. 결혼 14년 만에 별일이네. 여보, 고마워요!"

 

아내가 좋아하니 저까지 기분 좋더군요. 그나저나 자꾸 해 달라면 이를 어쩌나~. ㅋㅋ~.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다림질, #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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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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