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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이 더 이상 커지지 않기를 염원합니다."

 

15일 오후 1시 30분, 일본대사관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펜을 꺼내들어 무언가를 적는 사람들도 있었고, 흰 국화가 담긴 꽃바구니가 등장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뭘 하러 모인 사람들일까.

 

일본대사관 앞에 모인 사람들은 후쿠시마 지진해일 및 원전폭발사고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환경연합 회원과 활동가들이었다.

 

대사관을 향해 선 참가자들은 추모와 희망의 메시지를 작성하고, 한 명씩 헌화를 하며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곧이어 추모의 글을 낭독하고, 일본대사관 측에 꽃과 추모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지진해일로 삶터를 잃어버리고, 방사성물질 유출 누출에 대비해 집을 떠나 있는 황망함 가운데, 연이은 원전폭발 사고의 소식은 두려움을 더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위력적인 에너지가 자연재해의 피해를 더욱 키우는 무서운 에너지로 둔갑한 것이다.

 

엄청난 충격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하며 약자를 배려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일본 시민들,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기꺼이 핵 오염지대로 들어가는 군인과 노동자,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핵의 위험을 알리고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해 현지의 상황을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려는 일본의 반핵운동가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이 엄청난 고통이 하루빨리 극복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희생이 더 이상 커지지 않기를 염원합니다

우리는 보았습니다. 대자연이 불러온 미증유의 재난 앞에서도 약자를 배려하고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아름다운 시민의식을 보았습니다. 공포에 굴복하기보다 나아가 맞서고 마침내 극복하기를 열망하는 용기를 보았습니다.

 

우리는 보았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에서 우리는 목격하였습니다. 그 어떤 인간 기술의 철옹성도 막을 수 없었던 핵에너지의 위험성을 그 어떤 공학적 장담과 보장조차 한낱 휴지로 구기고 마침내 불태우는 성난 자연의 힘을 보았습니다.

 

자연재해의 피해를 키운 것은 인간이 만든 가장 위력적인 힘, 핵이었습니다. 우리를 위해 일하는 평화의 에너지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불태우고 오염시키는 악몽의 에너지가 될 수 있음을 세계가 지켜보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한국이 가장 분명히 느꼈습니다.

 

우리는 이 순간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기꺼이 핵 오염지대로 들어가는 이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기후변화를 핵발전 르네상스의 기회로 인식해온 세계의 미몽을 깨우친 일본의 비극과 희생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세계시민들과 함께 염원합니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핵의 위험성을 알리고 더 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정보를 세계와 공유하려는 일본의 반핵운동가들이 보여준 성찰적 행위와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벗이며 우리의 우애가 한일 양국의 핵에너지 의존을 끝낼 것입니다.

 

스러져간 모든 생명을 추도합니다. 살아남은 이들이 잃어버린 삶의 터와 생활을 하루 속히 되찾길 기원합니다. 일본이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나 핵 없는 안전사회를 일굼으로써 세계 모든 핵에너지 수용국가들을 핵에서 탈출시키는 선도국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지금까지 일본이 보여준 굳센 마음과 슬기를 응원합니다. 일본의 뒤에는 68억 인류가 있습니다. 한국 시민사회도 세계시민들과 함께 재난에 맞서는 일본의 응전과 분투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사고로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합니다.

 

2011년 3월 15일

 

환경운동연합

 


태그:#후쿠시마 지진, #후쿠시마 원전, #일본 지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원전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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