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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호 1호기에 화재가 발생해 폭발하고 있는 모습.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호 1호기에 화재가 발생해 폭발하고 있는 모습. 연기가 치솟고 있다.
ⓒ YTN-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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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 전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자폭탄이 다시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무섭다."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를 휩쓴 초강력 대지진에 이어, 후쿠시마 지역의 핵발전소 폭발과 방사능 유출 초유의 사태로 일본 사회가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의 원폭피해자 및 관련 시민단체들도 안타까움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세계최고 안전성 자랑하던 일본 원전, 하지만...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의 심진태 전 지부장은 "지진은 천재지변이라지만,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는 당초부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여 발전소를 건설했을 텐데 이런 사태가 벌어지다니…. 에너지 부족이니 뭐니 말하지만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가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고, 안전성도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진 피해 지역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폭발과 방사능 유출로 긴급대피령이 내려졌으나 이미 방사능에 노출된 피폭자가 최대 190명에 이를 것이라는 가능성이 <요미우리 신문> 등을 통하여 보도되고 있다. 더욱이 3호기에서도 폭발 및 노심 융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불안은 일본 국내에서는 '경악'과 '패닉', '배신감과 국가, 전력회사, 발전소측의 안전 신화에 대한 불신'의 수준으로 다다르고 있다.

1945년 8월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맞은 경험을 가진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핵 알레르기', '방사능 공포'가 강력한 나라다. 하지만, 전후 국가의 원자력 정책에 의하여 초강력 지진에도 끄덕없는 세계 제1의 기술력을 자부하며 핵발전소를 거듭 세웠다. 오늘 일본 정부가 문제가 된 후쿠시마의 2기를 폐쇄하기로 결정하기 전까지는 전국에 55기가 운전 중이었다(지진으로 인해 11기 운전이 자동 중지됨, 요미우리 신문). 국가를 대표하는 총리가 발전소에 헬리콥터를 타고 상륙하여 TV 앞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방사능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안전을 강조하려 했으나 이미 민심은 동요하고 있는 상태다.

<아사히 신문>도 13일자 사설을 통하여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규모의 재해에 맞닥뜨리고 있다. 그러한 각오가 지금 필요하다. 지금부터 길고 긴 비상시가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는 지체없이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하라"고 주장했다.

"생명을 건 불장난 그만둬야 한다"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은 "66년 전 미국이 떨어뜨린 원폭의 피해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방사능 피폭자가 생긴 것이 가슴 아프다. 나와 같은 원폭피해자 2세도 수십 년 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병마에 시달리며 고통받아 왔는데, 지진 참사에 이어 일본에서 방사능 유출에 따른 방사능 피폭자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니 '피폭자'의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깝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인 원폭피해자와 그 자녀들은 일본 정부의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라는 논리와 함께, 분단과 전쟁, 냉전을 거치면서 사회의 그늘에 가리워진 채 고통받아 왔다. 1945년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 피폭을 당한 원자폭탄 피해자들은 전체 70만 명 가량으로 이중 10%가 '조선인'이었다.

당시 이들은 원자폭탄의 폭발과 함께 열선, 폭풍, 방사능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입고 4만 명이 사망, 3만 명 중 2만여 명이 남북한으로 각각 귀국했다. 간신히 생명을 구한 원폭피해자들도 방사능이 인체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파괴력과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 현재 생존자는 2600여 명(한국원폭피해자협회 등록회원 기준)을 약간 넘어서는 수준이다. 더욱 큰 문제는 자녀 세대로 대물림된 가난과 질병, 차별과 소외 등의 문제다.

원폭피해자 및 원폭2세환우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도 "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하던 것들이 얼마나 허망한지가 드러났다. 인간이 막을 수 없는 대재앙 앞에서 우리는 더욱 겸허해져야 한다. 원전에 사고가 일어나면 무고한 사람이 무차별적으로 피해자가 된다. 더욱이 방사능 피폭의 피해는 누대에까지 그 영향이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생명을 건 불장난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면서 핵의 위험성에 대하여 경고했다. 그리고 "국가적 재난을 입은 일본 사람들이 피해에서 빨리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위로의 말도 덧붙였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와 한국원폭2세환우회, 그리고 공동대책위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여, "이웃 나라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자와 유가족 분들, 피폭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이 땅의 남과 북 어느 쪽도, 일본을 포함한 지구촌 어떤 지역에도 핵으로 인한 방사능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지 않기 위해, 전쟁 없는 세상과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세계 각국, 각계 각층의 노력과 실천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태그:#후쿠시마 원전, #핵발전소, #방사능 유출, #한국원폭2세환우회, #한국원폭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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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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