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중업 설계 산업건축물 하단에서 드러난 안양사 절터 흔적
 김중업 설계 산업건축물 하단에서 드러난 안양사 절터 흔적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경기 안양시 석수1동에 자리한 구 유유부지에서 안양 지명유래인 안양사 매장 문화재가 대거 발굴됨에 따라 이곳에 있는 건축가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가칭)김중업박물관 등 복합문공간으로 활용하려던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안양시 김상문 복지문화국장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구 유유부지 복합문화공간 리모델링 계획이 매장문화재 발굴과 문화재 현상변경허가 결과로 당초 사업계획을 변경해 건축물 보존 및 문화재 보존·활용방안을 마련, 문화시설로 조성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구 유유부지는 대지 16,243㎡, 건축연면적 7753㎡ 규모로 부지내에는 보물 제4호 중초사지 당간지주와 중초사지 삼층석탑을 비롯 건축가 김중업(1992~1988년) 선생이 설계한 우리나라 산업 초기 건축물로 1959년 지어진 사무동(593㎡), 보일러실(185㎡), 본관 공장동(2529㎡), 수의실(28㎡) 등 4개동과 일반 건물 15개동이 자리하고 있다.

안양시는 유유부지가 문화재의 보고임을 감안해 구 유유 안양공장 부지를 지난 2007년 매입하여 사업비 104억2500만 원(국비 31억2700만 원, 도비 31억2700만 원, 시비 41억7100만 원)을 들여 (가칭)김중업박물관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매장문화재 발굴 결과, 안양 지명유래의 근원지로 문헌 기록상으로 존재했으나 그동안 흔적을 찾을 수 없던 안양사의 존재를 확인함에 따라 안양시와 지역사회로서는 획기적인 발견에 기쁨과 동시에 당초 계획이 표류되며 차질이 불가피한 사안이 됐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기록속 고려태조 왕건이 세운 안양사 7층 전탑(塼塔)이 남쪽 방향으로 쓰러진 형태로 벽돌-기와-벽돌 순으로 쌓여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기록속 고려태조 왕건이 세운 안양사 7층 전탑(塼塔)이 남쪽 방향으로 쓰러진 형태로 벽돌-기와-벽돌 순으로 쌓여있다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신라 중초사 - 고려 안양사 - 김중업 설계 근대건축물 한자리

현재까지 2차에 걸친 발굴 작업 결과 중문지, 금당지, 강당지, 승방지, 회랑지 등 안양사 건물지와 태조 왕건이 조성하고 최영 장군이 탑안에서 수도했다는 기록이 있는 전탑지가 확인되고, 안양사 명문 기와 와편과 각종 문양이 새겨진 와당, 전돌류, 탑의 도자기 연봉과 토기류가 수습되는 등 안양사터 실체가 천년여 만에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이에 유유 부지는 신라 제42대 흥덕왕(興德王) 2년인 827년에 중초사(中初寺), 고려 태조 왕건(877~943)이 900년에 경기서남부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의 안양사를 조성했으며, 그 절터 위에 1959년 건축가 김중업 설계의 제약공장이 지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신라시대 중초사, 고려시대 안양사, 그 절터 위에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근대건축물이 자리 잡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일이다"며 "천년의 역사를 한 자리에서 고스란히 볼 수 있다는 역사적으로도 보기 드문 경우다"고 감탄했다.

이와 관련 문화재 전문위원들이 유유 부지 현장을 방문해 발굴 결과를 확인한 문화재청은 지난 1월 21일 안양시에 통보한 현상변경심의결과를 통해 '일반 공장건물이 김중업 설계 건물을 가리고 건물 하단의 매장문화재 발굴을 위해 철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다만 건축가 김중업 선생 설계로 1959년에 지어진 사무동, 보일러실, 본관 공장동, 수의실 등 4개동은 원형 보존하고, 추후 지어진 일반 건물 중 창고동 등 2개동만 남기도록 했다.

이는 김중업 설계 건축물 중 일부 건물 하단에 안양사 절터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김종업 건축물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 가치가 있음을 높게 평가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문화재청 현상변경심의를 통해 보존 결정이 내려진 건축물
 문화재청 현상변경심의를 통해 보존 결정이 내려진 건축물
ⓒ 최병렬

관련사진보기


안양시, "역사성과 상징성 살리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 

그러나 당초 유유공장 건물 19개 동 가운데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건물 등 모두 12개동(6420㎡)을 활용해 김중업박물관과 공연장, 체험장, 스튜디오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려던 안양시 계획은 대다수 건물이 철거됨에 따라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더욱이 안양 지명 유래로 안양시 정체성이자 뿌리격이라 할 수 있는 안양사 절터의 발굴은 김중업 선생 건축물에 중점을 둔 건축박물관에서 벗어나 안양 역사를 한눈에 조명할 수 있는 안양 역사박물관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 마져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달 18일 개최한 전문가 자문회의에서도 적지않게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양시 관계자는 "유유 부지에서의 안양사 절터 발굴은 안양의 정체성과 맞물려 쉽게 결론 내리기가 어렵고 발굴 면적의 확대도 사실 여의치 않다"며 "문화재와 근대건축물이 어우러진 역사적인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유유부지 매장문화재 발굴은 안양사 회랑지를 발굴하는 3차 발굴만 남겨놓고 있다. 시는 조만간 안양사 발굴결과 대한 시민 설명회를 개최하여 의견을 수렴해 복합문화시설 건립 방향을 '김중업 건축관' '안양역사관'으로 할지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또한 김중업 건축물의 근대문화유산 등록과 발굴 유적의 사적지 지정도 검토한다는 계획으로 천년만에 지하에서 그 실체를 드러낸 안양사 발굴 결과는 안양시가 조성한 안양예술공원과 연계하여 관광 문화자원으로서의 새로운 가치와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태그:#안양, #유유부지, #안양사, #문화재, #중초사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