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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 동문 모임을 마치고 지하철 막차에 몸을 실은 뒤 도착한 신도림역. 택시를 잡으려 했던 나는 낯선 풍경에 의아했다. 마치 심야고속버스가 도착한 터미널 주변의 모습과 같았기 때문이다.

역 주변에는 많은 택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이 택시들이 손님을 태운 후 한 대씩 택시 승강장을 빠져나갔다면 별 다른 점이 없었겠지만, 많은 택시 기사들이 각자 행선지들을 외치며 손님들을 모으고 있을 뿐, 승강장을 빠져나가는 택시는 드물었다.

어리둥절했지만, 행선지에 맞는 기사님을 따라가 택시에 타려는데, 앞 자리에 누군가 이미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너무 이상해 기사님을 쳐다 봤는데 어서 타라며 재촉했다. 일단 타려고 뒷좌석 문을 열었는데 더욱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이미 뒷좌석에 두명이 타 있는 것 아닌가. 나 외에 총 세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까지도 상황 파악이 안 된 내가 이것이 합승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잠시 후였다.

한 승객도 나처럼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는지 질문을 했고, 그제야 기사님이 대답을 한 것이다. 원래 이렇게 합승을 하냐는 승객의 질문에 기사님은 주말 지하철 막차 시간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들이 많아 관행상 합승을 한다고 대답했다.

승객의 동의도 없이 합승을 하는 게 불법이 아니냐고 묻자 기사님은 사람 좋게 웃으며 택시승강장에 경찰차도 있지 않았냐며 너스레를 떨더니, "합승을 안하면 손님들이 추운 날씨에 택시 잡느라고 훨씬 더 고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택시도 출발한 터라, 별 다른 수가 없어 행선지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기사님은 마치 승객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으나 택시요금은 미터기에 나온 금액에서 백원 미만을 감했을 뿐 각자 다 따로 냈다.

결국 승객들은 혼자 택시를 타고도 지불해야 할 요금을 4명이서 타고 오면서 지불해야 했고, 기사님은 한번 운행에 4번을 운행할 요금을 챙긴 것이 됐다.

승객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합승이 도로교통법 및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불법이라는 사실은 명백한데도 이처럼 불법이 횡행한다니... 바가지 요금과 더불어 합승 문제는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이슈화가 되고 있지만, 개선은 쉽지 않은 듯하다.


태그:#합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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