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이 22일 오전 KBS 앞에서 '수신료 인상안 의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이 22일 오전 KBS 앞에서 '수신료 인상안 의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주연

관련사진보기


KBS 이사회가 수신료를 3500원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기존 2500원에서 1000원을 올리는 안인데, "10원도 줄 돈이 없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다.

반발의 가장 큰 이유는 '공영성을 잃어버린, 공영방송 KBS의 행태'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단적인 예로 꼽히는 것이 G20 정상회의를 맞이하며 보인 KBS의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이 환율 전쟁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G20 정상들이 입국하기 전에 전화통화로 일일이 사전 조율을 했습니다.····오늘 서울선언에 합의한 정상들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평가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의장국으로서의 주도적인 중재 역할과 매끄러운 회의 개최를 한 것은 한국이 더 이상 변방국가가 아님을 알리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킨 계기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G20 정상회의가 폐막한 지난 12일, KBS 9시 뉴스의 내용이다. 그 날 하루뿐만이 아니었다. KBS의 G20 관련 보도는 칭찬 일색으로 채워졌고, '정부의 과잉대응'으로 빚어진 소란·논란은 소리 없이 묻혔다. 보도는 물론이고 시사·교양 프로그램에도 G20 띄워주기는 이어졌다.

내부에서 터져 나온 'G20 올인 방송' 자성 목소리

이러한 KBS의 'G20 올인 방송'에 대해 KBS 내부에서부터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새 노조)는 지난 달 27일 성명을 내고 "G20 관련 특집 프로그램들의 편성시간이 무려 3300분"이라며 "제발 적당히 좀 해라! 권력에 대한 아부도 정도를 넘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1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1일부터 9일까지 KBS의 G20 보도는 방송3사 가운데 가장 많고 G20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는 단 한건도 없었다"며 "1박 2일 G20 행사에 몰두해 우리사회의 주요한 의제들을 외면하고, G20을 빙자해 '정권 홍보', '대통령 띄우기'에 앞장서는 것까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3300분에 달하는 G20 특집 프로그램 편성 VS 0건의 G20 비판 보도', 이 수치의 비교를 통해 "MB정권 나팔수 KBS를 위해 단 10원의 수신료도 올려줄 수 없다"는 비판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김인규 사장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여론 높아"

KBS 수신료 인상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민들이 버린 텔레비전.
 KBS 수신료 인상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민들이 버린 텔레비전.
ⓒ 민언련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김인규 KBS 사장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22일 있었던 '수신료 인상 기자회견'에서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높았지만 정파적 접근 때문에 수신료를 인상하지 못했다"며 "KBS 뉴스가 공정하지 않다면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고 신뢰도가 떨어지면 시청자들이 안 볼 텐데 그렇지 않지 않냐"고 항변했다.

신뢰도가 떨어졌다면 시청률도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으니 신뢰도가 높다는 주장이다. 이어 김 사장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10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 KBS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1위"라며 굳건한 KBS의 위치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연우 세명대 언론학과 교수는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008년 이후 KBS의 신뢰도는 계속 떨어져 왔는데 언론재단의 조사에서만 갑자기 올랐다는 점에서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설문조사의 경우 조사 대상, 질문지 등에 의해 답변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시민사회단체와 KBS가 조사위원회를 꾸려서 KBS의 신뢰도에 대해 다시 조사 해볼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타 언론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언론재단의 결과와는 사뭇 달랐다. 지난 9월 주간지 <시사I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매체는 MBC(31.1%)였고 그 다음이 KBS(28.2%)였다.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여론조사.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

지난 7월, 주간지 <시사저널>의 여론조사에서는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MBC(28.4%)가 1위, 한겨레(26.7%)가 2위 KBS(20.6%)가 3위였다. (교수, 언론인, 법조인 등 10개 분야의 전문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 한국, 누가 움직이는가' 여론조사)

'수신료 인상을 못한 것은 정파성 때문'이라는 김 사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 "2007년에는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높았음에도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꼬투리를 잡으려고 편파성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었다"며 "지금은 KBS의 공정성이 훼손됐고, KBS 보도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났기에 그 때와는 다른 상황임에도 '정파적으로 꼬투리 잡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KBS, 수신료 내는 당사자인 국민 의견 귀 기울이는 노력 부족

'수신료 문제에 대응하는 KBS의 소통 부족' 역시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 사장은 "수신료를 얼마를 내느냐는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수신료를 내는 당사자인 국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은 부족했다는 평이다.

KBS는 광주, 대전, 대구, 서울을 돌며 'TV 수신료 공청회'를 열었지만 정작 공청회 자리에서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8월, 서울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이 자리에 국민들은 얼마나 있는가, 토론자로 나온 내가 국민들을 대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라며 "공청회 등을 통해 형식적인 여론조사를 하기보다는 체계적인 고객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과 태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한 형식을 갖추기 위해 '시청자 없는 공청회' 등 보여주기식 행사 말고 진짜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KBS 시청자의 대표로 꼽힌 제 21기 KBS 시청자위원회 역시 시청자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시청자위가) 지난 기수와 마찬가지로 '보수·무색' 인사로 편중됐다"는 비판 속에 꾸려진 시청자위는 지난 10월, 출범 한 달 여 만에 단 한 차례 회의를 거쳐 수신료 인상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시청자 위원 15명 중 8명이 새로 위촉돼 업무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에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은 11일 논평을 내고 "이번 시청자위의 졸속적인 수신료 인상 동의는 인상안을 날치기하려는 김인규 KBS 특보사장의 작품으로 보인다"며 "이사회의 수신료 인상 의결이 지연되자 시청자위원회의 동의서를 미리 받아놓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모든 준비를 마쳐놓았으니 빨리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하라고 이사회를 압박하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에 의하면 KBS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방통위에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수신료에 대한 여론 수렴 결과·수신료 산출 내역·이사회 의결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이 규칙을 맞추기 위해 이름뿐인 '시청자위'를 내세워 서둘러 '찬성' 의견을 뽑아냈다는 주장이다.

실제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지난 6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를 한 결과 80%가 수신료 인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KBS 새 노조, "KBS 경영진, 수신료 인상 반대 목소리를 경청하라"

시민단체들은 수신료를 올리려는 수상한 삼형제로 이명박 대통령, 김인규 KBS 사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꼽았다. 사진은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팻말.
 시민단체들은 수신료를 올리려는 수상한 삼형제로 이명박 대통령, 김인규 KBS 사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꼽았다. 사진은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팻말.
ⓒ 이주연

관련사진보기

이에 대해 유영주 언론연대 상임정책위원은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 여론수렴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도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시민사회단체는 그동안 회계의 투명성, 제작 자율성 등을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지만 KBS는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 위원은 '특정단체의 비판, 진실이 아니다'라는 김 사장의 발언에 대해 "단체들의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듣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면서 그런 발언은 사장으로서 취할 태도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KBS 새 노조 역시 23일 성명서를 발표해 "(KBS 경영진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귀 기울여 경청하라"며 "왜 이렇게 수신료 인상에 반대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김인규 사장은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공정방송 실현에 자신의 직을 걸어야 한다"며 "그것이야 말로 KBS의 두 번째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이라는 오명을 벗고 30년 만에 수신료를 인상한 최초의 KBS 출신 사장으로 기록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태그:#KBS수신료인상, #KBS , #3500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