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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시사평론가 김종배씨가 언론자유에 대한 강의를 가졌다. 그는 <프레시안> 등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현재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며, 손석희의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의뢰를 받고 강의했던 강좌는 시민단체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의 언론학교. '다시, 언론자유를 생각한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근행 위원장, 노종면 위원장, 정연주 전 KBS 사장 등을 초청해 쇠퇴한 언론자유를 재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기자 저널리즘이 행사하는 영향력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라며 턱수염을 깎지 않아 초췌한 인상의 강연자가 화두를 열자 방 안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으로 '언론은 곧 여론이다'라는 말이 옛날의 것이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대신 그는 PD 저널리즘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PD 수첩>과 같은 저널리즘 형식은 의제설정 역할을 하는 전통적인 기자 저널리즘의 주제(이런 면에서 조중동은 아직까지는 파워를 유지 중이라고 한다)를 증폭 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기자 저널리즘의 뒤를 따라가며 조절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김종배씨는 약화되고 있는 기성언론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PD 저널리즘 진출을 통해 확대하자는 측면에서 종편은 조중동의 '발악'으로서 보기도 했다.

 

또, 그는 '다음 아고라'에 대하여 "시사 블로거들이 시사 표현을 하는 것의 순기능은 무척이나 크다"고 덧붙였다. 아고라는 댓글을 통해 특정 뉴스에 무비판적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것. 조선일보 사이트의 댓글과 아고라에 달려 있는 댓글이 무척이나 다르다는 사실은 그 의견을 신빙성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아고라, 트위터 등은 정보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국민과 언론이 만나는 '중간단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비유했는데, 99%는 언론이 말한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뿐이라고 역설하였다.

 

이후 그는 언론이 아닌 가정에서 영향력을 형성하고 있는 정보매체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름 아닌 30~40대의 가장에 대한 것이었는데, 지난 지방선거 때 수도권 30~40대가 유턴을 하여 민주당이 승리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특히 40대는 한국의 '캐스팅 보트'로서, 진폭이 크고 특정 집단에 대한 충성도가 가장 큰 집단이었다.

  

그리고 "특정 미디어의 영향력이 줄어가는 또 다른 이유를 아세요?"라는 질문을 하며 그는 젊은층이 쉽게 접하고 있는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대하여 말을 꺼냈다. 필자로서도 '그저 그러려니'하고 지나쳤던 주제임에도 김씨는 시사평론가다운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뉴스캐스트 체제로 전환 후 등록 기사 조회수가 훨씬 올라갔다는 정보를 제공하며, 그는 배너의 형태로서 나타나는 억 단위의 신문사 광고가 기사의 선정성을 강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연예, 스포츠 기사 등에 치중하며 기사다운 기사가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뉴스캐스트는 언론이 자신을 죽여가는 것"이라 말하는 강한 어조는 의식하고 있지 않았던 주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시간여의 강의를 마치며 그는 강의 내내 잘 보이지 않았던 가벼운 어조로 인터넷에 나온 기사들이 죽을지 안 죽을지 게임을 해보라고 '수준 높은' 학생들에게 권유했다. 이어 사회자가 12월에 다시 열리는 언론학교 강좌를 소개하며 언론학교는 마무리됐다. 초췌한 인상의 그에게서 나오는 에너지는 무엇이었을까. 왠지 모를 그 에너지는 언론학교의 마지막 날이었던 그 날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태그:#김종배, #언론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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