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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새벽 2시, 불꺼진 방안의 정적을 가르는 벨소리가 울렸습니다. 평소완 다른 친구의 목소리. 대뜸 혹시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해서 아냐고 묻습니다.

"아니, 처음 들어보는건데…왜?"

전말은 바로 이것이었죠. 전화를 걸어온 친구의 중학교 동창으로 지금까지도 자주 만나고 굉장히 친하게 지내는 지영(가명)이가 자신이 아주 좋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됐다며, 우리 함께 성공하자고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해 친구에게 설명을 늘어놓더랍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는 있었지만,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 그래"라는 대답만 연발하며 통화를 마쳤다고 합니다. 통화를 끝내고 검색해 보니 네트워크 마케팅은 다단계와 비슷한 사업방식이라는 내용이 떴다고 합니다. 

대학생 취업난을 악용한 불법 다단계 사례가 심심치 않다고 한다. 
(다단계 피해사례 홍보만화)
 대학생 취업난을 악용한 불법 다단계 사례가 심심치 않다고 한다. (다단계 피해사례 홍보만화)
ⓒ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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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성공하자"며 전화 걸어온 친구...몇 백만원은 시간 문제?

지영의 전화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계속되었고 함께 사무실에 가자고까지 친구에게 제안했습니다. 평소 하고자 하는 목표와 꿈이 확실했던 친구는 엄습해 오는' 다단계'의 느낌을 지우지 못하며 "생각해서 해준 제안은 고맙지만, 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다른 걸 할 여유가 없을 것 같아"라며 거절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영의 설득은 끊이지 않았답니다.

나중에는 지영의 언니까지 친구 설득하기에 나섰고 친구는 어쩔 수 없이 그 사무실에 함께 찾아가게 됐죠. 커다란 공간 안에 놓인 탁자.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무언가를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흔히 다단계가 무조건 나쁜 거라고 생각하는데, 합법적인 다단계도 굉장히 많아. 불법적인 다단계 피해 사례가 종종 나와서 다들 인식이 나쁠 뿐이지. 그리고 직접 물건을 판매 하는 게 아니라 구전광고를 통해서 홍보를 하는 거야. 다 같이 잘되는 길을 찾는 거 아니겠어? 입사하면 저기 다른 분들처럼 공부하는 과정도 거치게 되고, 두 명만 데려오면 금방 직급도 오를 수 있고 몇 백만 원 버는 건 시간문제라니까.

마트에서 파는 물건을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어. 중소기업들과 직접 계약을 해서 직거래를 하고 있거든. 뭐, 홍보를 하려면 네가 구입해서 먼저 써보는 게 좋긴 하겠지?"

지영은 친구에게 회사에서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고, "어느 기간 일하면 몇백만 원 손에 쥐는 건 식은 죽 먹기다"라며 친구를 '꼬시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무실을 보자 "이거 다단계다"는 확신이 섰다는 친구는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평소 거절도 잘 못하고 본인 의사를 뚜렷하게 이야기하는 게 서툴렀던 친구는 지영 일행과 헤어지기까지도 굉장히 힘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내일 또 사무실에 오자는 지영의 이야기. 친구는 거듭 "싫다" 라고 말을 했지만 지영은 한사코 같이 와야겠다며 너의 미래를 위한 길인데 왜 그걸 모르냐며 되레 언성을 높이더랍니다. 고민고민하다가 부모님께는 차마 말을 못하겠고 제게 전화를 걸어온 겁니다.

"화도 안 내던 지영이가 안 간다고 하면 자꾸 화만 내고, 지영이를 생각하면 내일 사무실에 가야 할 것 같은데, 내가 거기에서 빼내 줘야 할거 같은데… 너무 무섭다. 어떻게 해야할 까?"

친구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부터 다단계가 맞구나 싶었던 저는 흥분하면 터져나오는 속사포 같은 말투로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한답시고 대책없이 물에 뛰어들다가는 둘 다 죽는다. 일단 연락 받지 말고 만나지도 말고 피해라."

저는 친구에게 소리만 빽 지르고 다른 친구들, 지영의 부모님과 함께 상의해서 지영이를 그만두게 할 방법을 모색해 보라는 뻔한 말만 했습니다. 아니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는 것이 없으니까요. 고민 끝에 친구는 부모님과 상의를 하고, 오밤중에 딸내미의 다단계 회사 방문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다단계-네트워크 마케팅 뭐가 다르지?... 서민 피해 걱정

그 후 며칠간 머리를 맞대고 생각했지만 뚜렷한 답은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불법다단계 회사를 단속하고 적발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홍보실과 특수거래과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습니다.

"일단 네트워크마케팅과 다단계는 이음동의어라 보시면 되고요. 불법다단계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법이라… 사실 피해사례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불법인지 합법인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A라는 사람이 내 떡을 빼앗아 갈지, 떡을 쥐어 줄지 겪어 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말이지요. 여러 가지를 잘 따져서 판단하고 조심하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성실한 국민과 기업을 잠정적 범죄자로 몰아갈 순 없는 노릇이기에 조심스러워 하는 그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 혹시 모르죠. 저와 제 친구가 미리 '오버'해서 지영에게 '떡을 쥐어 줄' 회사를 불법다단계 회사라며 오해하고 있는지도….

하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은 네트워크 마케팅이 뭣이고 다단계랑은 또 뭐가 다르고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얼핏 들으면 다 맞는 말만 하고, 장밋빛 미래만을 그려주는 그들의 말에 속아 넘어가기란 시간 문제일 뿐이죠.

제 주변에도 다단계에 속아 거금을 날리고 고통받는 분들이 더러 있다고 들었습니다. 각종 전화사기가 판을 치고 네트워크 마케팅을 가장한 다단계 회사들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면 서민들은 어찌 살아야 한답니까? 

돈 때문에 쉽게 다단계 등에 빠지게 되는 현실. 돈 없다고 설움 받고 핍박 받는 일이 사라진다면 이런 꾐에 넘어가 또다시 피눈물 흘리는 서민들도 줄어들 텐데요. 20대 초반을 갓 넘긴 지영의 이야기에 괜스레 억울함이 터져나옵니다. 도대체 네트워크 마케팅과 다단계는 어떻게 구별해야 합니까?! 우리도 쉽게 할 수 있는 쉬운 방법 없나요? 좀 알려주세요!!

덧붙이는 글 | *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다단계 피해를 막기 위해 분기별로 다단계 회사 주요정보의 변경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졸업 및 입학 시기에는 사회경험이 부족한 대학생들의 불법 다단계판매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다단계판매 피해예방요령, 홍보만화" 등을 대학 교육관련 기관 등에 배포, 전파하였다.



태그:#다단계, #네트워크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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